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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 디컨의 어머니 4

Joyfule 2018. 1. 15. 22:42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디컨의 어머니 4  
     
    디컨의 어머니는 우리들과 함께 정원을 거닐면서 
    이야기를 하나하나를 다 들어주고 살아난 덤불과 나무들을 모두 구경했다.
    콜린이 한쪽에서고, 반대편에는 내가 섰다.
    우리들은 줄곧 어머니의 편안한 장밋빛 얼굴을 올려다보며 
    어머니에게서 받는 흥겨운 느낌이 뭘까 남몰래 궁금하게 여겼다.
    따뜻하고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었다.
    디컨이 동물 친구들을 이해하듯 어머니도 우리들을 이해하는 듯 했다.
    어머니는 꽃 위에 몸을 숙이고 마치 우리들에게 하듯 말을 걸었다.
    검댕이가 어머니를 따라오며 한두 번 까옥까옥 울더니 
    디컨에게 하듯 어깨 위로 날아가 앉았다.
    우리들이 울새의 이야기와 새끼들이 처음 날개짓을 했던 이야기를 하자, 
    어머니는 목에서 부드럽고 온화하게 어머니다운 다정한 웃음소리를 냈다.
    "새끼 새들에게 나는 법을 가치는 거나 애들에게 걸음마를 가르치는 거나 똑같것지.
    하지만 나도 내 새끼들이 다리 대신에 날개가 달렸더라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거구먼."
    어머니는 아늑한 황야의 오두막에 어울리는 좋은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에 마침내 우리들은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아주 좋은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우리들은 그것을 마법이라 했고, 어머니는 그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이름은 몰랐지만 이름이 뭔 상관이여?
    프랑스에서는 딴 이름으로 부르고 독일에는 딴 이름으로 부르겄지.
    씨앗에서 싹이 트고 햇빛이 너를 튼튼한 아이로 만들어 준것도 
    다 그것 때문이니 좋은 것일 거여.
    다른 이름으로 불리면 그걸 크게 신경 쓰고 그러는 우리 불쌍한 바보들하고는 다르것지.
    위대하고 좋은 분이 일하다 관두고 그런 자잘한 걱정을 하진 않잖아.
    그분은 쉼 없이 수백만 가지 세계를 만든다니께.
    우리가 사는 것 같은 세계를,
    그러니께 위대하고 좋은 분을 계속 믿고 세상이 그것으로 가득차 있다는 걸 알아야 혀.
    그걸 뭐라고 좋을대로 부르든 간에, 
    내가 정원에 들어왔을 때 그것을 향해 노래를 부르고 있지 않았는가."​
    "그땐 무척 기쁜 기분이 들었어요."
    콜린은 아름답고 기묘한 눈을 활짝 떴다.
    "갑자기 아주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어요.
    팔과 다리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땅도 잘 파고 얼마나 똑바로 설수 있는지,
    그래서 펄쩍 뛰어올라 귀를 기울이는 무엇에게든지 노래를 불고 주고 싶었어요."
    "너희들이 영광송을 부를 때 신이 듣고 있었제.
    너희들이 하는 노래는 뭐든 듣고 있었을 거여. 중요한 건 기쁨이여.
    아이고! 아가, 아가, 이런 기쁨을 만드는 존재에 맞는 이름이 뭐겄어?"
    그러면서 부인은 콜린의 어깨를 다시 한 번 부드럽게 빨리 토닥였다.
    부인은 오늘 아침 평소처럼 새참을 담은 바구니를 싸주었다.
    배가 출출한 시간이 되어 디컨이 숨겨 놓은 장소에서
    바구니를 꺼내 오자 부인은 우리들이 평소 앉는 나무아래 함께 앉아 
    우리들이 음식을 먹어 치우는 모습을 웃음 띤 흡족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부인은 무척 즐거워했고 온갖 기묘한 얘기들로 우리들을 웃겼다.
    우리들에겐 강한 요크셔 사투리로 이야기 해주기도 하고
    새로운 단어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콜린이 아직도 칭얼대는 환자인 척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 진다는 얘기를 하자 
    부인은 차마 참지 못하고 웃음을 깔깔 터뜨렸다.
    "우리가 함께 있을때면 그렇게 웃음이 터져 나와서 참을 수가 없다니까요."
    콜린이 설명했다.
    "그러면 전혀 아픈 사람 같지 않잖아요.
    애써 억누르려고 하지만 터져 나와서 이전보다 더 시끄러워져요."
    "무척 자주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어요."
    내가 말했다.
    "갑자기 그 생각이 떠오르면 참을 수가 없어요.
    콜린의 얼굴이 보름달같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 되지는 않았지만 매일 점점 통통해지니까요.
    그럼 어느 날 아침 보름달처럼 될 거에요.
    그땐 어떻게 해요!"
    "맙소사, 다들 연극 놀이를 잘해 왔네.'
    수전 소워비가 말했다.
    "하지만 오래 하진 않아도 될 거여.
    크레이븐 나리가 곧 집에 오실 거니께."
    "그러실 것 같아요?"
    콜린이 물었다.
    "언제요?"
    수전 소워비는 부드러운 소리로 큭큭 웃었다.
    "직접 말씀드리기 전에 크레이븐 나리가 알아내신다면 실망할 테니께."
    부인이 말했다.
    "계획을 짜느라 밤을 뜬 눈으로 새웠을 것인디."
    "다른 사람이 말하는 건 참을 수 없어요."
    콜린이 말했다.
    "매일 여러 방법을 궁리해요.
    지금은 아버지 방에 그냥 뛰어갈 것 같지만요."
    "크레이븐 나리가 깜짝 놀라시것지.
    수전 소워비가 말했다.
    "그 얼굴을 좀 보고 싶네. 그러고 싶어!
    그분은 곧 돌아오실거여. 돌아오시것지."
    그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의논했지만 그중 하나는
    부인의 오두막에 언제 갈까 하는 것이었다.
    계획은 다 세워졌다.
    우리들이 황야까지 마차를 타고 가서 히스 들판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열두 아이들을 만나고 디컨의 정원을 구경한 후 지칠 때쯤에야 돌아오기로 했다.
    수전소워비는 마침내 집으로 가서 메들록 부인을 만나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콜린도 다시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시간이었다.
    하지만 콜린은 휠체어에 앉기 전 수전 옆에 가까이 서서
    당황스러운 존경의 마음을 품은 눈으로 부인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불쑥 부인의 푸른 망토 주름을 잡고 꼭 움켜 쥐었다.
    "아줌마는 내가... 내가 바라던 그대로에요."
    콜린이 말했다.
    "아줌마가 내 엄마였으면 좋았을걸.
    디컨의 엄마인 것처럼!"
    갑자기 수전 소워비는 몸을 숙이며 콜린을 따뜻한 팔로
    푸른 망토 아래 가슴까지 닿도록 꼭 끌어안았다.
    콜린은 마치 디컨의 동생이라도 된 듯했다.
    다시 촉촉한 물기가 빠르게 부인의 눈동자 속으로 퍼져나갔다.
    "아, 귀여운 아가!"
    부인이 말했다.
    "네 어머니도 지금 이 순간, 이 정원에 계실 거여. 난 그렇게 믿어.
    어머니가 여길 어떻게 떠날 수 있었겄어.
    네 아버지도 네게 꼭 돌아오실 거여,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