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그리운 아버지 품으로 1
세계가 시작된 후 세기마다 멋진 것들이 발견되었다.
지난 백 년 동안에는 이제껏 어떤 세기보다도 더 놀라운 것들을 찾아냈다.
이 새로운 세기에는 더 근사한 수백 가지 것들이 밝혀지리라.
처음에 사람들은 기묘하고 새로운 것이 이루어지리라 믿으려 하지 않다가
나중에는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급기야는 이루어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 후에 그런 일들이 이루어지면 전 세계는 어째서
몇 세기 전에는 그것을 이룰 수 없었는지 궁금히 여긴다.
지난 세기에 사람들이 발견하기 시작했던 새로운 일들의 하나는
생각이 전기 전지처럼 강력한 동력이 될수 있다는 것이었다.
생각은 사람에게 햇빛처럼 이롭기도 하고 독약처럼 해롭기도 했다.
슬픈 생각이나 나쁜 생각이 마음속에 끼어들도록 놔두는 건
성홍열 세균이 몸속에 들어오도록 놔두는 것처럼 위험하다.
그게 몸속에 들어온 후에야 오래 머무르도록 가만두면
살아있는 동안에는 절대로 극복할 수 없다.
마음이 사람들에 대한 미움과 삐딱한 의견들로 인한
불쾌한 생각과 무엇에도 기뻐하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가득 차있는 동안 나는 얼굴이 노리끼리하고 아팠으며
지루하고 불쌍한 아이였다.
하지만 미처 모르는 사이에도 환경은 나에게 무척 친절했다.
주변의 것들은 이로운 방향으로 나를 밀어붙였다.
마음이 점차 울새와 아이들이 많은 황야의 작은 집,
괴상하고 괴팍한 늙은 정원사와 평펌한 요크셔 하녀들,
봄날, 날마다 살아나는 비밀의 화원, 황야 출신 소년과
그의 동물 친구들로 가득하게 되자 이는 나의 간과 소화기관에 좋은 영향을 끼쳤고,
혈색을 노리끼리하게 만들고 쉽게 지치게 했던
불쾌한 생각은 들어설 자리가 없어졌다.
방 안에 틀어박혀 오로지 공포와 병, 자기를 보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를 생각하고 등의 혹과 때 이른 죽음에 대해서
언제나 곰곰 떠올리던 동안, 콜린은 건강을 지나치게 염려하는 바람에
히스테리를 부리고 반쯤 정신이 나간 꼬마였다.
햇빛과 봄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노력하면 병이 나을 수 있다거나
자기 발로 설 수 있는 것조차 몰랐다.
새로운 아름다운 생각이 오래된 흉악한 생각들을 밀어내자
삶이 다시 돌아왔고 혈관에서는 피가 건강하게 흘렀으며
힘이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과학적 실험은 무척 실용적이고 단순해서 괴상하다 싶은 점은 아무것도 없었다.
불쾌하거나 의기소침한 생각이 마음속에 들어올 때면
제때 정신을 차리고 유쾌하고 결의에 찬 용감한 생각을 불어 넣어
나쁜 생각을 몰아낼 수 있을 만큼 영리한 사람이라면, 한층 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진다.
두 가지 다른 생각이 같은 자리에 있을수 없으니까.
"장미를 가꾸는 곳에서, 젊은이여.
엉겅퀴는 자랄 수 없다네."
비밀의 화원이 활기를 얻고 나랑 콜린은 그와 함께 활기를 얻어가는 동안
저 멀리 노르웨이의 피오르와 스위스의 골짜기,
산속 아름다운 곳들을 헤매는 한 남자가 있었다.
10년 동안이나 어둡고 아픈 생각들로 마음을 가득 채웠던 남자였다.
그는 용감하지 않았다.
어두운 생각 대신에 다른 생각을 집어넣으려 애쓰지 않았다.
푸른 호수 옆을 방랑할 때도 어두운 생각을 했다.
진청색 용담 꽃이 둘레에 환히 피어 있고 꽃들이 숨결을 공기 중으로 뿜어내는
산 위에 누워 있을 때도 어두운 생각을 했다.
한때는 행복했으나 무시무시한 슬픔이 덮쳐 왔고,
그 영혼이 암흑으로 가득 차도록 놔두면서
고집스럽게 빛줄기 하나도 뚫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가정과 그에 따른 책임은 잊고 버렸다.
여기 저기 여행할 띤 어둠이 그를 덮었고 우울함으로 공기를
오염시킨 양 모습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쳤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가 반쯤 미쳤거나
남몰래 범죄를 저지르고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키가 컸지만 표정이 굳고 어깨가 굽은 사람이었다.
호텔 숙박부에 이름을 적을 때는 항상 '영국, 요크셔 주,
미슬스웨이트 장원, 아치볼드 크레이븐'이라고 적었다.
서재에서 메리와 만나 '땅 조금'을 가지도록 허락했던 그날 이후
그는 멀리 두루 여행을 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들을 찾아다녔지만 며칠 이상 머무르지 않았다.
가장 조용하고 동떨어진 장소만을 골랐다.
봉우리가 구름에 잠긴 산꼭대기에 올라갔고,
해가 돋아 세상이 마치 갓 태어난 양 보이게 하는 신선한 빛을
다른 산에 뻗치는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빛이 그에게까지 가 닿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느 날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상한 일이 일어났음을 깨달았을 때까지는,
크레이븐 씨는 오스트리아 쪽 티롤 산맥 안 근사한 골짜기에 갔다가
어떤 사람의 영혼이라도 그늘 속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홀로 걷게 되었다.
그런 곳을 한참 동안 걸었지만 크레이븐 씨의 기분은 여전히 우울했다.
그리고 마침내 피곤해져서 시냇가에 양탄자처럼 깔려 있는
이끼 위에 털썩 주저앉아 휴식을 취했다.
맑고 좁은 시내는 상쾌하고 촉촉한 녹초 사이로 명랑하게 졸졸 흘러갔다.
이따금 시냇물은 조약돌 위와 옆을 보글보글 흐르면서 나지막한 웃음 같은 소리를 냈다.
크레이븐 씨는 새들이 날아와 물을 마시려고 시내에
머리를 담갔다 날개를 부르르 턴 후 저 멀리날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새는 참으로 생명력이 넘쳐 보였지만 작은 목소리는 정적을 한층 더 깊게 할 뿐이었다.
골짜기는 무척, 무척이나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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