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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랑노래 - 신경림

Joyfule 2008. 12. 10. 02:12
    
    가난한 사랑노래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