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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높은 독서와 최한기의 말

Joyfule 2019. 4. 20. 08:51
    
     가성비 높은 독서와 최한기의 말
    
    책을 구하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투정하기 전에 
    이 책 속의 인물이 나와 동시대의 사람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가 나와 같이 살아 있다면 그를 만나기 위해서 천 리길이라도 불구하고 찾아가야 하지만 
    지금 이 책으로 말미암아 나는 아무 수고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그를 만날 수 있다. 
    책을 구입하는 것이 돈이 많이 든다고는 하지만 
    식량을 싸가지고 먼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는가? (301쪽)
    ㅡ 이종호의 '조선시대 과학의 순교자' 중에서
    (예병일의 경제노트)
    요즘은 책들이 넘칩니다. 서점에 가보면 신간 코너는 
    항상 새로운 책들로 바뀌며 가득 차있습니다. 
    그래서 '책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값이 비싸다는 말도 들리지만, 스타벅스에서 커피 몇 번 마시면 책 한 권 가격이 됩니다. 
    가치를 어디에 더 부여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식과 지혜에 대한 가중치가 큰 이들에게는 비싼 건 아닙니다. 
    물론 출판이 쉬워지면서 의미가 크지 않은 책들도 종종 보이지만, 
    양서를 잘 고른다면 여전히 책만큼 '가성비' 높은 공부 수단은 없지요.
    19세기의 대표적인 학자 최한기. 
    지인이 요즘 책값이 너무 비싸다고 불평하는 것을 듣고 그가 해준 말입니다. 
    공감이 가는 내용입니다.
    최한기는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에 
    우리 땅에 근대사상이 성립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한 실학자이지요. 
    실학과 개화사상의 가교자라고 불리는 그는 
    동서양의 학문적 업정을 집대성해 많은 책들을 썼습니다. 
    그가 정약용보다 많은 천여 권의 책을 쓸 수 있었던 힘이 바로 그의 '책 사랑'이었습니다.
    최한기는 물려받은 재산 덕분에 생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최신 서적을 구입해 읽으며 연구에 전념했습니다. 
    그는 많은 양서를 보유하고 있어 그 시대 지식인들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최한기가 직접 자신의 저술이 
    서양 과학기술에 관한 책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지요. 
    물론 그것은 중국에서 번역되어 출간된 서양 과학기술 서적이었습니다. 
    물론 그도 나중에는 비싼 책을 계속 사들이는 바람에 
    가세가 기울어 곤란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최한기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양서를 고를 수만 있다면, 책값이 비싼 건 아닙니다. 
    책값이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그 저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먼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그가 이미 세상을 떠난 과거의 현자라 천만금을 주어도 만날 수조차 없다면, 
    더 말해야 무엇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