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젊은이에게

간소하게, 더 간소하게

Joyfule 2018. 2. 7. 11:21
    
     간소하게, 더 간소하게 (펌)   
    월든에 다녀왔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가 
    호숫가 숲 속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던 그리움의 터, 
    그 월든에 다녀왔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코드 근교에 있는 월든 호반은 10월말 단풍이 한창이었다. 
    맑은 호수에 비친 현란한 단풍을 대하자 
    다섯 시간남짓 달려온 찻길의 피로도 말끔히 가셨다. 
    [월든]을 읽으면서 상상의 날개를 펼쳤던 그 현장에 다다르니 
    정든 집 문전에 섰을 때처럼 설?다. 
    늦가을 오후의 햇살을 받은 호수는 아주 평화로웠다.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둘레 1.8마일, 3킬로미터 조금 못 미치는 거리다. 
    평일인 데도 호반에는 드문드문 방문객들이 있었다.
    그 현장에서 [월든]을 읽는 여인도 있고, 
    고무보트를 타고 한가로이 낚싯줄을 드리운 사람도 눈에 띄었다.
    차가운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도 두엇 있었다.
    호수의 북쪽에 150여 년 전 소로우가 살았던 오두막의 터가 돌무더기 곁에 있다. 
    거기 널빤지에 이런 글이 새겨져 있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한번 내 식대로 살아 보기 위해서였다. 
    즉 삶의 본질적인 문제에 직면하여 인생이 가르치고자 한 것을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해서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에 이르렀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소로우-”
    공원을 관리하는 사무실 곁에, 오두막 그대로의 모형을 지어 놓았다. 
    출입구 맞은쪽에 벽난로가 있고 좌우 양쪽에 큰 들창이 있다. 
    소로우가 장만한 가구 중 일부는 그가 손수 만든 것이다. 
    단칸집 한쪽에 나무 침대가 있고 탁자와 책상이 들창을 향해 놓여 있다.
    의자도 세 개 있다.
    커튼은 그 집에 필요가 없었다.
    소로우의 표현을 빌리자면 해와 달 이외에는 밖에서 들여다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콩코드의 한 숙소에서 자고 이튿날 다시 월든을 찾았다. 
    이른 아침의 월든은 전날 석양에 보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아침 호수는 정신이 바짝 들 만큼 신선하다.
    남향인 오두막 터에서 수목 사이로 바라보이는 월든은 아름다웠다. 
    오두막은 호수에서 백 미터쯤 떨어져 있고, 둘레가 낮은 언덕으로 되어 있어, 
    내가 만약 집터를 잡는다 하더라도 바로 이 지점을 골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오두막 가까이에 모래 섞인 땅을 갈아 강낭콩을 심고, 
    한쪽에 감자와 옥수수, 완두콩과 무 등을 가꾸었다. 
    그는 달빛이 밝은 밤이면 호숫가의 모래톱을 거닐기도 하고 
    플루트로 주변 숲의 메아리를 깨우기도 했었다. 
     어느 날 일기에 그는 이렇게 써 놓았다.
    "오늘 저녁 나는 월든 호수에 보트를 띄우고 앉아 피리를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