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하게, 더 간소하게 (펌)
월든에 다녀왔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가
호숫가 숲 속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던 그리움의 터,
그 월든에 다녀왔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코드 근교에 있는 월든 호반은 10월말 단풍이 한창이었다.
맑은 호수에 비친 현란한 단풍을 대하자
다섯 시간남짓 달려온 찻길의 피로도 말끔히 가셨다.
[월든]을 읽으면서 상상의 날개를 펼쳤던 그 현장에 다다르니
정든 집 문전에 섰을 때처럼 설?다.
늦가을 오후의 햇살을 받은 호수는 아주 평화로웠다.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둘레 1.8마일, 3킬로미터 조금 못 미치는 거리다.
평일인 데도 호반에는 드문드문 방문객들이 있었다.
그 현장에서 [월든]을 읽는 여인도 있고,
고무보트를 타고 한가로이 낚싯줄을 드리운 사람도 눈에 띄었다.
차가운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도 두엇 있었다.
호수의 북쪽에 150여 년 전 소로우가 살았던 오두막의 터가 돌무더기 곁에 있다.
거기 널빤지에 이런 글이 새겨져 있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한번 내 식대로 살아 보기 위해서였다.
즉 삶의 본질적인 문제에 직면하여 인생이 가르치고자 한 것을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해서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에 이르렀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소로우-”
공원을 관리하는 사무실 곁에, 오두막 그대로의 모형을 지어 놓았다.
출입구 맞은쪽에 벽난로가 있고 좌우 양쪽에 큰 들창이 있다.
소로우가 장만한 가구 중 일부는 그가 손수 만든 것이다.
단칸집 한쪽에 나무 침대가 있고 탁자와 책상이 들창을 향해 놓여 있다.
의자도 세 개 있다.
커튼은 그 집에 필요가 없었다.
소로우의 표현을 빌리자면 해와 달 이외에는 밖에서 들여다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콩코드의 한 숙소에서 자고 이튿날 다시 월든을 찾았다.
이른 아침의 월든은 전날 석양에 보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아침 호수는 정신이 바짝 들 만큼 신선하다.
남향인 오두막 터에서 수목 사이로 바라보이는 월든은 아름다웠다.
오두막은 호수에서 백 미터쯤 떨어져 있고, 둘레가 낮은 언덕으로 되어 있어,
내가 만약 집터를 잡는다 하더라도 바로 이 지점을 골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오두막 가까이에 모래 섞인 땅을 갈아 강낭콩을 심고,
한쪽에 감자와 옥수수, 완두콩과 무 등을 가꾸었다.
그는 달빛이 밝은 밤이면 호숫가의 모래톱을 거닐기도 하고
플루트로 주변 숲의 메아리를 깨우기도 했었다.
어느 날 일기에 그는 이렇게 써 놓았다.
"오늘 저녁 나는 월든 호수에 보트를 띄우고 앉아 피리를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