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선교사 이야기 - 닥터 홀의 조선회상
셔우드 홀 지음
첫해와 예순한 번째 해
우리가 해주에 도착하자마자 닥터 김은 이 도시에 있는 중요한 관리들을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방문 결과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대접을 받았다. 황해도의 박 지사는 소년 시절의 나를 알고 있었다. 그는 나를 진정으로 반기는 것 같았다. 우리가 방문한 사람들 가운데 특별히 친절했던 또 한 사람은 일본인 경찰국장인 사사끼였다. 그는 자기 가족은 이곳에서 고립되어 있다면서 아내도 친하게 지낼 사람이 없어 고독하다고 했다. 우리는 점점 그들을 좋아하게 됐으며 세월이 지나면서 우정은 더욱 깊어졌다. 그 당시에는 몰랐으나 수년 후에 우리가 어떤 위험을 맞게 되었을 때 이 우정은 우리를 위기에서 구해주었다.
나는 이곳에서 병원 원장과 남자 기독교학교 교장을 겸직하게 되었다. 그런데 집무를 시작하는 첫날 교무주임으로부터 장기간 무단 결근한 교사 한 사람을 파면시켜달라는 요청이 왔다. 교무실에 들어서자 파면 당할 선생이 침통한 얼굴을 하고 서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 잠시 하나님께 인도를 청하는 묵도를 올렸다. 자세히 알아본 결과 그의 아내는 폐병으로 죽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같은 병에 걸렸는데 아이를 간호할 사람이 없어 출근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교장 선생님, 우리 북쪽 사람들은 남쪽 사람들이 문둥병을 큰 수치로 생각하는 것처럼 폐병에 걸린 것을 말할 수 없는 수치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집안에 누가 폐병에 걸렸어도 밖에 나와 말할 수 없답니다.” 나는 그 아이를 특별히 격리하여 비어 있는 병실에 입원시켰다. 그날 저녁 나는 석유등 밑에 앉아서 지인 몇 사람에게 폐결핵 환자들을 위해 작은 병동을 지을 수 있는 자금을 호소하는 편지를 썼다. 조선에서 나의 꿈인 결핵요양소를 짓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메리안은 여자 환자들과 어린 아이들을 맡았고 나는 남자 환자들을 맡았다. 한 번은 호랑이에게 물린 사람이 업혀 왔는데 이미 호랑이 발톱에 할퀴어 눈알이 빠지고 심하게 상처를 입은 뒤였다. 독사에 물린 사람, 장결핵이나 만성 말라리아 증세로 비장이 팽창한 환자, 놀랄 만큼 많은 커다란 난소낭종으로 복부가 늘어진 환자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암종은 별로 발견되지 않았다. 암은 서구보다 이곳이 훨씬 적었다. 그러나 시일이 지나면서 내 청진기는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거의 다 결핵 환자들이라는 점을 알려 주었다. 또한 이들 중 대부분이 이미 병세가 상당히 전전되어 입원시켜 치료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는 상태였다.
환자들을 청진하고 병세를 진단할 때는 환자의 얼굴에 스쳐가는 아주 작은 표정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며 참고해야 한다. 흔히 이러한 관찰 과정에서 머리털 하나의 차이로 오진이 발생한다. 여기서는 물어볼 선생님도 없고 환자들을 보낼 전문의도 없거니와 의논할 의사들도 없다. 거기다가 우리 뒤에는 조그만 실수도 크게 떠벌릴 조선의 무당들이 도사리고 앉아 우리를 위협하고 있었다. 갑자기 나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직업상 매우 고독함을 느꼈다. 이때 마음속 깊은 데서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그 소리는 나를 진정시키고 격려했다. “너는 지금 홀로 서 있는 게 아니다. 너의 주님이 도와주시고 너와 함께 계시지 않느냐.” 순간 나는 다시 자신을 찾았다. 확신을 가지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이다.
우리가 조선에 온 첫 해에 어머니는 예순한 번째 생일을 맞았다. 조선에서 61회 생일은 대단히 특별한 날로 여겨 ‘환갑’이라고 한다. 어머니의 조선인 친구들은 그렇게 중요한 날을 아무 행사 없이 그냥 넘기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 잔치에는 손님들이 매우 많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그 동안 어머니가 남편과 딸이 묻힌 이 조선 땅에서 좌절감, 포기, 반대 등의 난관을 극복하고 성취한 어머니의 노력에 대한 조선인들의 감사였고 뜨거운 그들의 사랑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환갑잔치가 있은 지 2년 후 어머니는 그토록 꿈꿔왔던 조선여자의과대학을 설립해 서울에서 문을 열었다. 이것은 최초로 조선에 세워진 여성을 위한 의학교로 우석대병원과 고려대학병원의 전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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