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관 자료 ━━/추천도서

'건국 대통령' 동상은 왜 안 세우나?

Joyfule 2020. 7. 8. 23:47




'건국 대통령' 동상은 왜 안 세우나?

  • 김성영·전 성결대 총장

 

지난 한글날,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의 동상이 세워졌다. 한글 창제를 비롯하여 많은 업적을 남긴 위대한 지도자의 상징물이 그곳에 들어선 것을 국민들은 환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 행사를 지켜본 필자의 마음은 한편 착잡했다.

우리는 지금 봉건왕조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쓰는 엄연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현대사의 대표적인 인물에 대한 상징화 작업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우남(雩南) 이승만 건국 대통령을 이토록 소홀히 예우해도 되는지 유감을 떨칠 수 없다.

국가정체성 강화를 위해 '동상이 갖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도산공원에서 도산(島山) 안창호 선생의 동상을 볼 때마다 우리는 민족선각자로서 그의 '점진사상(漸進思想)'을 떠올리게 되고 백범기념관이나 효창운동장에서 백범(白凡) 김구 선생의 동상을 보면서 우리는 남북 단일정부 수립을 위해 멈추지 않은 그의 발걸음 소리를 듣는다. 덕수궁과 여의도공원에서 광화문까지 납신 세종대왕의 동상을 통해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언어를 창조한 우수한 민족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독립과 건국을 주도한 초대 대통령의 동상은 어떻게 되었는가? 건국의 지도자를 이토록 오랜 세월 홀대하는 나라가 지상에서 대한민국 말고 또 있을까?

남산과 파고다공원에 있던 그의 동상은 4·19 때 결딴난 후 반세기가 되도록 재건될 기미조차 없다. 이유인즉 장기 집권과 독재를 한 대통령이라는 건데 어찌하여 한 지도자의 공과(功過)를 균형 있게 보지 못하는가. 일제 치하에서는 임시정부의 수반으로, 독립운동가로, 좌우 이념대립이 극에 달한 광복의 격변기에는 미·소 강대국의 신탁통치를 단호히 거부하고 합법적인 대한민국 민주정부를 세운 그의 수많은 업적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 국민은 초대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Founder of the Country)'라 하여 매년 2월 22일을 '워싱턴 기념일(Washington Birth Day)'로 지키고 있으며, 그의 동상은 뉴욕 월스트리트를 비롯하여 미국 전역에 얼마나 세워져 있는지 한참 조사해 봐야 할 정도다. 중국도 1949년 정부수립의 주역 마오쩌둥을 문화혁명의 격변을 거치면서도 여전히 '국부(國父)'로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 대한민국은 건국일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건국 대통령의 동상건립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래서야 우리나라가 어떻게 선진국으로서 미래를 향해 도약할 수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초대 대통령의 동상을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광화문 광장에 떳떳이 세우자. 늦었지만 정부가 정당하게 일련의 상징화 작업을 할 때 국가정체성이 강화되고 애국심은 더욱 고취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