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타타 (김연옥)님 사진
겨울로 흐르는 강 - 유상옥
강은 위에서 내려주는 것만 먹고산다
여름을 주면 잎사귀처럼 살이 찌고
가을을 내려주면 단풍잎처럼 맑다
바람을 주면 물속에 별을 길러
물고기자리에 자라게 한다
겨울 강가에 가보라
그 물고기자리에 눈발 성성하게 가슴에 퍼지고
기러기 떼 상형문자 물 위에 떠오르면
지웠던 별자리에 그리운 그림자 스친다
가을바람 뒷모습 닮은 발걸음소리며
구름 한 조각 손에 얹고, 옛말 풀어내면
입김 달콤한 메아리 들린다
메아리가 생기기 전부터 흐르던 강은
몸과 그림자 사이를 물고기처럼 헤엄친다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메아리의 숨결
노을 속에 떠서 얼음 조각 하나 흘러가는데
겨울로 흐르는 강가에 가보라
물고기자리에 메아리가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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