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부러졌다가 회복된 뼈가 더 단단한 법입니다
학대적인 종교 집단을 떠나는 경우를 살펴보면, 그 대부분이 결정적인 하나의 사건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결정적인 계기가 주어지면 회의하고 있는 상태를 벗어나서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베티 도날드라는 자매도 COBU(Church of Bible Understanding)의 단기 선교사로서 아이티에 있는 동안 그러한 계기를 맞았다. COBU는 미국 동북부 가정들을 근거지로 하는 공동체 집단이다. 이 단체의 창립자이자 지도자인 스튜어트 트레일은 자신이 하나님의 음성을 직접 들을 수 있으며, 성경을 올바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베티가 아이티에 있는 고아원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다. 그 곳에 있던 일곱 살바기 한 소년이 수술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 수술에는 많은 비용이 들고, 만일 수술을 받지 못하면 소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때는 COBU의 긴축 재정으로 인해 베티를 제외한 모든 선교사들이 미국으로 송환된 상태였기 때문에 수술비가 없어서 마음을 졸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마냥 그 상태로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베티는 뉴욕에 있는 본부에 긴급한 상황을 알리고 수술에 필요한 돈을 급히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본부로부터의 대답은 이러했다. “주님께서 이제까지 자매님께 어떻게 해오셨는지 기억하지 못하십니까? 그분께서는 지금도 동일하게 역사하십니다. 그분을 신뢰하십시오.”
하지만 베티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제 예상대로 돈을 보내 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약과 음식비를 마련하기 위해 식용유를 팔았습니다. 그런 일들을 하고 있는 동안, 한 성경 말씀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더군요. ‘의인이 버림을 당하거나 그 자손이 걸식함을 보지 못하였도다.’ 저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계속 해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자녀들이 빵을 구걸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셨는데, 나는 왜 지금 이런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저는 어려운 재정적 상황에 대해 계속 불평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에 대한 사람들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것쯤은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 단체의 다른 사람들은 스튜어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말을 할 것인지에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고 두려워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식으로 단체가 운영되는 것에 신물이 나 있었습니다.”
결국 베티는 모든 수술 비용을 COBU가 지불한다는 증서에 서명하고 소년을 병원에 입원시켰다. 이 일로 뉴욕 본부에 다시 한 번 찾아갔지만, 결과는 예전과 마찬가지였다. COBU로부터 돈을 받아 내지 못한 베티는 혼자 힘으로 2,000달러를 모았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 소년을 다시 볼 수 없었다. 고열로 숨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 아이가 죽은 뒤, 2주 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스튜어트와 이 일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진실을 외면하고 타협한 사람들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의 이기적인 행동의 결과는 어린 소년의 죽음이었습니다.”
삶을 누리는 법을 배우다
마가렛 그리핀의 회복 과정은 베티 도날드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녀는 COBU에 10년 동안 있었으며, 그 단체를 나온 지 7년이란 세월이 지난 후에야 자신의 경험을 솔직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 “자신의 존재 의식에 타격을 받은 후에 정상으로 회복하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7년 전까지만 해도 저 자신이 주님 안에서 온전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알게 되었지만, 아직도 제 마음 가운데는 많은 상처로 인한 흔적들이 있습니다.”
마가렛은 십대에 양아버지마저 잃는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10년 전 친부모로부터 버림당한 경험 때문에 낮은 자존감과 많은 슬픔을 안고 있었다.
“그 교회에 다니기 시작할 무렵에는 아무 문제도 없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저는 연령에 비해 영적인 면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곳에 있는 경고적인 조짐들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조짐을 눈치채기까지는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저의 영적 삶은 희미하게 타오르는 심지처럼 쇠약해 가고 있었습니다. 그 단체는 외관상으로는 모든 것이 건전해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들은 사도행전에 나오는 초대 교회의 본을 따라 살고자 하는 열망을 품고 그 급진적인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던 겁니다.
그 단체에서의 생활 조건은 매우 열악하며,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여겨집니다. 잘못을 범한 사람은 공개석상에서 모욕을 당합니다. 전 그 곳에서 오랜 세월을 지냈지만, 결국 수중에 10달러만 남은 채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주님께서는 여러 그리스도인들과 아름다운 교제를 맺게 하셨습니다. 그들은 저를 사랑해 주었고, 이상한 아이처럼 대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저는 저와 같은 경험을 겪어 보지 않은 보통 그리스도인들보다 더 지혜로우며, 더 강하고 더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보통 그리스도인들에 비해 율법주의를 훨씬 더 빨리 감지해 낼 수 있습니다. ‘한 번도 부러지지 않은 뼈보다는 한 번 부러졌다가 온전해진 뼈가 더 강해지는 법’ 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역할 탈출의 네 단계
에바우 박사는 역할 탈출 과정에 따르는 주요한 네 가지 단계를 다음과 같이 파악하였다.
첫 단계는 자신의 헌신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회의하기 시작하면서 비롯된다. 이러한 회의는 대개 점진적으로 생겨나며,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주로 조직의 변화, 관계에서의 실망감, 극도의 피로, 또는 특정한 계기를 불러일으킬만한 사건 등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회의하는 모습을 보일 때, 이에 대한 친구들이나 다른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반응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일 회의하는 초기 단계에 긍정적인 사회적 지원을 받으면 2단계로 넘어가는데, 그렇게 되면 대체안을 찾고 평가하기 시작한다. 베티와 낸시의 만남이 이러한 경우에 속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집단을 떠나는 것이 ‘정신나간’ 행동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으면 그러한 과정은 더욱 가속화된다. 현재의 역할에 영원히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그들은 안도감을 느낄 뿐 아니라 ‘새로운 역할에도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에바우 박사가 ‘전환점’ 이라고 부르는 3단계에 이르는데, 이는 떠나겠다는 확정적이고 단호한 결정을 내리는 단계이다. 이러한 결정은 대개 특정한 사건과 관련되어 나타나며, 이를 통해 그동안 회의하고 있던 바들이 명료해진다. “마지막 지푸라기 하나가 낙타의 등을 부러뜨릴 수 있다” 는 속담처럼,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한도를 넘으면 파국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이러한 결정을 내리면 다른 사람에게 그 결정을 알리는 것이 보통이다. 어떤 사람은 탈출을 서두르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안도감과 자유로움을 느끼는 동시에 불안과 초조를 느낀다. 학대적인 집단에 있는 동안에도 직장 동료나 가족 혹은 외부의 친구 등, 이전 역할에 직접 관련되지 않은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 온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볼 때 훨씬 더 수월하게 적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해해 주는 그리스도인들을 찾아서
마가렛은 요즘, 자신이 회복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지난 여름, COBU에서 나온 사람들끼리 모인 적이 있습니다. 그 모임을 통해서 저희들은 그 동안 저희들 사이에 있었던 좋은 추억들을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우리의 삶 가운데 일어났던 영적 학대에 대해 함께 대처해 가기로 했습니다. 그 모임에 참석하면서 마음의 상처들도 많이 치유되었습니다.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지요. 제 생각으로는, 저희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영적인 학대를 하는 단체에 있었던 자신의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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