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복신앙이란 무엇인가?
기복(祈福)이란 한자로 ‘복을 비는 것’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복(福)을 한번 짚고 넘어가자. 복이란 무엇인가? 복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 또는 거기서 얻는 행복’을 말한다. 그러므로 사람이라면 누구나 복을 얻고 누리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인간은 엄청난 위력의 자연에 비해 한없이 연약하며, 막강한 권력에서 나오는 제도에 매여 복종하며 살아야 하는 초라하고 무능한 한 개인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복은 무능하고 연약한 인간이 스스로 창조하고 노력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지전능한 신적 존재로부터 공급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복은 절대자인 신에게 빌고 구해야 얻어지게 되므로, 자신이 믿는 신에게 정성을 다해 복을 비는 기복행위가 기복신앙으로 정착하여 민간에 내려오게 되었다.
기복신앙의 시작
기복신앙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되었다. 인류의 오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숭배하던 것은 애니미즘과 샤머니즘이다. 미개 민족이나 원시종교에서는 영혼이나 정령은 그것이 깃들인 물질적 대상에서 떠나 존재하며 여러 형태로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으로 믿어온 것이 애니미즘(Animism)이다. 숭배하는 종류는 죽은 영혼이나 동식물, 자연 등을 숭배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산신, 나무 돌, 호랑이 곰, 태양 달, 천신 등이 주 대상이었다.
샤머니즘(Shamanism)은 원시종교의 한 형태로 샤먼이라는 주술사를 통해서만 신의 세계와 연락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오늘날은 무속신앙에서 무당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굿이나 푸닥거리, 점 등을 통해 신의 뜻을 전달하거나 신의 능력을 요청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무속신앙이 민간에 뿌리를 내리고 사람들의 정신과 신앙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쳐왔으며 과학문명이 발달된 현대에 이르러서도 이들의 영향은 수그러들지 않고 번성하고 있어, 선거철이나 입시철이 되면 점집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대학가에도 사주 까페나 외국의 점성술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고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서도 사주팔자나 신통력, 영점 등을 앞세운 역술인들이 등장하는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시대나 장소는 바뀌었어도 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변치 않기에 시대가 변하여도 기복신앙은 모양과 이름을 달리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붙들고 있다.
기복신앙의 영향력
기복신앙이 현재 우리의 삶에 끼치는 영향력은 실로 지대하다. 복을 주관하는 신의 존재를 알기위한 이성의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그가 누구이든지 관계없이 복을 준다고만 하면 마음을 쉽게 연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화를 입는다고 하면 평소에 믿지 않는 미신이나 인정하지 않는 특정종교에서 말하는 이유라도 꺼린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도 결혼당사자의 사주를 보며 결혼식 날짜도 웬만하면 손이 없는 날을 택하고 싶어 하며 이사를 가더라도 꺼려하는 날짜를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택하지 못하고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남들이 나쁘다고 하는 것을 굳이 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출처나 이유를 알 수 없이 예로부터 민간에 전해져 내려오며 행동을 제약하는 것에는 ‘다리를 떨면 복이 나간다.’ ‘문지방에 앉으면 복이 나간다.’등 복과 관계있는 것이라면 철저하게 지키길 원한다. 복 받기를 간절히 원하는 우리네 정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재미있다고 여기는 일들 중에, 자동차를 구입하거나 개업식을 하게 되면 삶은 돼지머리를 차린 제사상에 절을 하며 코나 입에 지폐를 꽂아 놓는 풍습이 있다. 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제물을 드리거나 절을 하면서 자동차가 사고 없이 운행해줄 것을 기대하거나 새로 개업하는 가게나 회사가 번창하여 부자가 되게 해줄 것을 바라는 마음에서 오래전부터 민간에 전해 내려온다.
평소에는 미신이라고 생각하여 관심도 없거나 고사에 대한 효험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런 행사를 부정하지 않고 시행한다. 유교의 제사법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를 이어가며 조상의 음덕을 기리며 제삿날에 풍성한 제사상을 차려놓고 후손들이 모여 절을 하는 것도, 조상들이 후손인 자신들에게 복을 내려주어 부자가 되고 만사형통한 삶을 바라는 마음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들은 관연 조상이 살아있어 제삿날 밤에 찾아와서 차려놓은 제물을 즐기며 자신들도 먼 훗날 죽어 이런 조상신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어서라기보다, 하지 않는다면 괜한 화가 미칠 것 같고 부모나 조부모 등의 조상들이 죽어서도 귀신이 되어 있다면 살아생전 끔찍이 사랑했던 후손인 자신들을 재앙으로부터 보호해주며 복을 내려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텔레비전 유선방송의 한 인기프로에 이해하기 어려운 심령적인 현상들을 주제로 하는 프로가 있다.
이 프로는 이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꿈에 죽은 부모가 나타나서 재물을 얻을 방법을 알려주어 부자가 되게 해주었다거나 화를 피하게 하였다는 내용을 배우가 실감나게 연기한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이 사건의 사실여부에 상관없이, 이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은근히 믿고 싶어 한다는 데 있다. 사실 이런 프로들은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개인의 느낌이나 경험을 토대로 스토리를 꾸미기 때문에 사실이냐 아니냐를 구분하기가 불가능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리가 상당히 우호적이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므로 이 프로가 오랫동안 인기가 있는 것일 게다.
여하튼, 그 근거가 미신적이거나 모호하여 치졸하기 그지없는 행위일지라도, 복을 준다고만 하면 귀가 번쩍 뜨이며 매달리고 싶어 하는 것은 한없이 연약한 인간의 본성을 잘 드러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렇게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기복신앙은 과학문명이 발달된 현대사회에도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우리네 삶에 깊이 뿌리박고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래서 그 복의 공급처인 귀신이나 조상신, 평소에는 접하지도 않는 잡신이나 산신, 타 종교의 신, 심지어는 외국의 미신까지 들어와 북새통을 이루고 있으니 복을 좋아하는 우리민족의 성향을 잘 알 수 있다.
몸에 좋다고만 하면 흉측한 벌레나 비린내가 진동하는 짐승의 피를 아무렇지도 않게 눈 딱 감고 넘기듯이, 복을 준다고만 하면 공급원이 무엇이든 상관하지 않고 찾아 절을 하며 치성을 드리고 제물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에는 미신이라고 콧방귀를 뀌는 무속신앙과 점집 등이 과학문명이 찬란한 도시의 숲속에서 위세가 대단하며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움켜쥐고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내세우며 놀라운 이성의 능력을 앞세워 세상을 주도하는 인간의 내면에는 미신에게조차 굴복하고 복종하는 나약한 본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사술과 복술을 내세우고 그 뒤에 은밀하게 숨은 귀신이 처방하는 기복 전략은 앞으로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출 처 : 다음 카페 [크리스천 영성학교]
글쓴이 : 신상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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