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성목회칼럼 - 이 싱그러운 가을을 말씀과 함께
영성가인 유진 피터슨의 새로운 책 ‘이 책을 먹으라( Eat this Book)’에 보면
저자의 어린 손자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곱살 된 ‘한스’는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아이입니다.
한스와 할머니는 박물관으로 가기전 공원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한스는 가방에서 성경을 꺼냅니다.
그리고 글자를 따라서 눈동자를 움직이며 아주 경건하게 성경을 읽어나갑니다.
그 모습에 할머니는 감동을 받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런 한스의 모습이 너무도 우습게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한스는 아직 글을 배우지 않은 아이였기 때문입니다.
한스는 자신이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한스가 가을의 어느 토요일 공원 벤치에 앉아서 성경을 읽었다는 것은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유진 피터슨은 서론을 시작합니다.
유진 피터슨은 성경을 펼쳐서 좌우로 눈동자를 움직이며 읽었으나
읽지 않았고, 경건하고 진지했으나 이해하지 못했으며,
성경을 매우 귀중한 것으로 여겼으나 그 의미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 손자의 예를 들어
성경을 대하는 오늘날의 독자들을 훈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이 모습에서 성경이 단순히 존경의 대상으로 비인격화되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성경을 읽는 것과 성경을 원칙으로 삼고 살아가는 것이
분리된 성경독자들의 모순된 모습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의 유명한 신학자인 우치무라 간조는
“하나님이 인간을 저주하신다면 질병이나 실패나 죽음 따위로 저주하시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오히려 성경을 읽어도 믿지 못하는 마음,
성경을 읽어도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지 못하는 마음,
그리고 성경을 읽어도 감사가 상실된 마음으로 저주하실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지 뮬러는 “성경 말씀이 인간의 삶의 표준이요 판단의 근거”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과 하나님 사이의 정확한 거리는 자신과 성경과의 거리를 측정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미국교회 교인들 사이에 농담조로 일컫는 '거북이 그리스도인 (Turtle Christian)'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동물 중 거북이는 약500일을 먹지 않아도 무난히 견디어 낸다고 합니다.
먹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는 불가사이한 존재 거북이…
여기서 유래해서 하나님의 말씀 없이도 아무런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는 성도를 '거북이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릅니다.
현대 교회에 '거북이 그리스도인'이 너무도 많습니다.
예수님은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마 4:4)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떡으로 사는 것을 부인하신 것이 아닙니다.
단지 ‘떡으로만’ 사는 삶을 인정하지 않으신 것입니다.
사람에게 떡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은 떡으로만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떡으로만 사는 존재는 육신적인 존재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영적인 생명체는 반드시 영적인 음식을 필요로 합니다.
영적인 음식이 바로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말씀’입니다.
말씀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성경을 읽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을 원칙으로 삼고 살아가는 삶이 바로 말씀을 먹는 삶입니다.
사시사철 구분이 모호하다는 남가주에도 어느덧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푸르렀던 나무잎이 갈색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뿌연 스모그에 찌들려서 한없이 낮아졌던 하늘도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침과 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이 코끝에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예로부터 무더위가 서서히 물러나는 청명한 가을은 말씀을 먹기 좋은 계절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교회 양육반과 훈련반이 가을문턱에 개강하는 이유도 가을은 말씀을 접하기 참 좋은 시즌이 되기 때문입니다.
조금씩 선선해지는 가을과 더불어 하나님의 말씀을 먹는 운동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갖습니다.
양육반과 훈련반에 참여하신 분들이야 말씀을 당연히 가까이 하실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 외 분들도 하나님의 말씀 먹기를 기뻐했으면 좋겠습니다.
‘말씀을 먹는 삶(The Life to eat the Book)’으로 충만한 교회가 우리교회가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시여 나는 주의 이름으로 일컬음을 받는 자라
내가 주의 말씀을 얻어 먹었사오니 주의 말씀은 내게 기쁨과 내 마음의 즐거움이오나(예레미야15:16)”
말씀과 함께 싱그러운 가을을 맞이하길 기원하며
목양실에서 여러분을 사랑하는 김지성목사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