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하기의 목적을 확실히 하라 ♣
“도대체 뭘 어쩌자는 건지…….”
주민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한마디씩 했다.
그 자리에 주민들이 모인 이유는
동네에 주상복합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막자는 데 있었다.
그런데 주민 대표는 교통 혼잡이니 일조권 침해니 하면서 누구나 아는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그러다가 정권 타도를 외치더니 이야기를 마치는 게 아닌가.
청중은 하나마나한 이야기나 들으려고 바쁜 시간을 내서 그곳에 모인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찾기 위해 모인 것이다. 그러니 청중이 주민 대표를 비난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공중 스피치에서 원래의 스피치 목적에 맞게 말을 잘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스피치를 잘한다는 사람도 단상에 서면 자기 말에 도취돼
본래 목적과 관계없는 엉뚱한 말만 하고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실수는 말하기에 자신이 없는 사람보다 자신만만한 사람이 더 잘 저지른다.
말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적어도 미리 말할 내용을 준비한다.
하지만 자신의 스피치 실력을 과신하는 사람은
머릿속으로만 이야기의 방향을 잡은 후 단상에 올라간다.
그러다 보면 분위기에 휩쓸려 목적에서 벗어나기 쉽다.
요즘에는 특별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모임에서 공중 스피치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심지어 아이 돌잔치나 부모님 칠순 잔치에서도
마이크를 잡고 많은 사람 앞에서 스피치를 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자리에서 스피치하는 것도 자신 없어 한다.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는 아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중 스피치를 잘하고 못하고는 결국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하는가에 달려 있다.
준비가 철저하면 마음이 든든해 실수 없이 무난하게 해낼 수 있지만
준비가 부족하면 실수하기 쉽다.
무엇 때문에 이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해야 하는지 그 목적을 확실히 하는 것이 준비의 시작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고 준비를 하면서 말하는 목적을 정하는 데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대신 화려하고 멋있는 말을 생각해내느라고 고심한다.
그러다 보면 주제에서 벗어나기 십상이다.
말하기의 목적은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정확한 정보 제공하기.
요즘은 정보의 홍수 시대라 할 만큼 정보가 넘쳐나지만 그 중에는 엉터리 정보도 많다.
이제 사람들은 ‘많은’ 정보가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얻고 싶어한다.
사용법이 까다로운 상품의 경우 제조 회사가 고객들에게
상품을 판매하기 전에 사용법을 알려주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단순히 정보만 제공해야 한다.
정보를 제공하면서 물건이 좋으니 어떠니 하면서 광고까지 하면
청중은 혼란스러워 경청하려 하지 않는다.
청중은 스피치의 목적이 하나로 분명하게 모아질 때 열심히 듣는다.
만약 판매를 목적으로 스피치를 하는 경우라면 상품의 사용법은 거론하지 말고
그 물건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만 설명해야 한다.
청중의 행동을 이끌어낼 목적으로 스피치를 할 때는
청중에게 감동을 주어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불치병 환자를 돕기 위해 장롱 속에 넣어둔 외국 동전을 들고 나오도록 하려면
쓰이지 않는 동전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불치병 환자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동전을 들고 나와 동전 모으기 운동에 동참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이야기가 숨겨진 동전이 얼마나 되는지,
혹은 불치병 환자의 실태를 알려주는 정보로 흐르면
사람들은 그 스피치에서 아무런 감동도 받지 못할 것이다.
감동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행동하려고 하지 않고 정보만 얻어가려고 할 것이다.
스피치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여기서 이 말을 하는 이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스피치가 실패한 원인을 살펴보면 대개
스피치의 목적을 혼동해 이야기의 방향이 흔들렸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피치의 목적이 동기부여를 위한 것인지,
청중이 행동해주기를 바라는 것인지에 따라 이야기의 초점이 달라져야 한다.
동기부여가 목적이라면 스피치하는 사람이 결론을 내릴 것이 아니라
청중이 결론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
- 한국형 대화의 기술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