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우의 햇볕같은 이야기
맛 중에 최고의 맛은
히말라야의 성자 썬다씽 말하기를
“기도에도 맛이 있습니다.
침실에서나 책방에서 하는 기도의 맛이 있고, 새벽기도, 철야기도, 산기도의 맛이 다 다릅니다.
특히 높은 산에서 드리는 산기도의 맛은 특별한데, 그 중에서도
바람맞이 절벽 위에서 하는 기도의 맛이란 필설로 형언할 수 없는 오묘한 맛입니다.
동굴 속에서 하는 기도도 특별한 맛이 있습니다.”
아! 나는 언제나 기도에 맛을 느껴볼꼬...
문을 열고 나서니 살을 애는 듯한 찬바람이 불고, 길바닥은 꽁꽁 얼어붙어 빙판길이요,
차의 유리창은 두꺼운 성애로 덮여있던 어느 날 새벽!
두툼한 물방개 잠바를 입고 차가운 예배당 바닥에 엎으리니
온 몸에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차가움이 뼈 속까지 스며들던 어느 날 새벽!
입을 열어 무슨 말인가 하려고 하면 달달달달 저절로 떨리면서 방언이 나오던 그날 새벽
내 영혼은 쨍하고 맑고 투명하며 청명하게 또릿또릿 살아나던 그 느낌이
썬다씽이 말하는 기도의 맛이라는 것이었을까? ⓒ최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