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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 실천하는 ‘디지털 리더십’

Joyfule 2017. 5. 21. 21:24

    멀티태스킹 실천하는 ‘디지털 리더십’

 

▶매트릭스 사고와 네트워크 전략

때로 ‘워크홀릭(workholic·일중독 환자)’이란 말도 들었다는 하 목사는 요즘도 일을 하면 할수록 머리가 정리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가령 교회에서 일하다가 두란노서원(온누리교회에서 운영하는 출판사)에 가면 교회 스위치를 탁 꺼요. 그리고 두란노서원 스위치를 켜면 교회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두란노 생각만 나요. 두란노에서 교회로 오면 반대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100가지 일을 해도 갈등이 없습니다. 제 안에 100개의 스위치가 있기 때문이지요.”

교회 구호는 아예 ‘Acts 29’로 정했다. ‘Acts’란 신약성경에 나오는 사도행전의 영어 이름이며 ‘29’란 모두 28장인 사도행전의 다음 장(章)을 온누리교회가 쓰겠다는 야심이다. 하 목사는 최근엔 선교전문 위성방송인 CGNTV를 개국하면서 지구촌 전역을 신앙 네트워크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교회가 주저하는 이슬람권과 이스라엘 선교도 온누리교회는 조직적으로 해내고 있다. 북한 선교와 지원사업도 은밀하게 추진하는 대목이다. 현재 해외파송 선교사만 877명, 2010년까지 2000명을 보내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또 ‘빛과 소금’ 등 11개의 선교잡지와 1000여종에 가까운 단행본을 발간하는 출판사 두란노서원의 원장 역할도 맡고 있다. 그밖에 교회 관련 타이틀을 수십 개 가지고 있다. 그런데 모두가 그냥 간판이나 명예직이 아니라 실제 동분서주 구체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그는 일에 대해선 두려움을 가져본 적이 없단다. 오히려 일을 보면 눈이 빛나고, 머리가 막 돌아가고 기대감으로 가득찬단다. 담임목사가 바쁘다 보니 교회 자체도 일복에 넘친다.

온누리교회 게시판을 들여다보면 무슨 세미나, 불우이웃 방문, 기도회가 열린다는 행사안내가 빼곡하다. 교회에서만 200여개에 가까운 사역이 동시에 벌어진다. 웬만한 관리자라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교회 전체가 빡빡하게 돌아간다. 하 목사는 어떻게 그런 동시다발적인 ‘멀티 태스킹(multi-tasking)’에 능숙하게 됐을까.

“수십 개의 우물을 동시다발적으로 팔 수 있는 것은 ‘매트릭스(matrix) 사고’와 ‘플러그인(plug-in) 리더십’이란 원칙 덕분입니다. 말이 어렵긴 하지만 ‘매트릭스 사고’란 한 교인이 마치 거미줄 같은 망을 통해 선교에도 참여했다가 봉사에도 개입하는 식이지요. 한 팀에서 다른 팀으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시스템입니다. 전제 조건은 정보의 공유입니다. 그러자면 교회가 모든 영역에서 투명해야 합니다. 재정과 조직 운용이 투명하여 누구나 훤하게 들여다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플러그인 리더십’이란 ‘배터리(battery) 리더십’의 반대라고 했다. 배터리는 시간이 지나면 소모되지만 하나님과 교회라는 전원(電源)과 연결되어 있는 ‘플러그인 리더십’은 계속 생명력을 지니고 활기가 넘친다는 의미다. 그래서 온누리교회는 교인의 거주지역별로 ‘순’이라는 소규모 공동체를 만들어 매주 정기적인 만남을 갖도록 하고 있다.

“그같은 네트워크를 제대로 이루자면 권한위임이 필수적”이라고 하 목사는 말했다. “혼자서 하면 하나밖에 못하는데 일을 나누어주니까 결과가 30배, 60배, 100배로 커지더군요. 사실 제가 동시다발형 은사(恩賜)는 받았지만 막상 잘할 수 있는 게 몇 가지 없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스태프들을 보니까 아주 좋고 기막혀요. 그래서 내가 못하는 것 때문에 슬퍼하지 않고, 남이 잘하는 걸 격려만 해주면 조직이 잘 움직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동료 교역자를 친구처럼 여긴다고 했다. 같이 놀러도 가고, 영화도 보고, 등산도 함께 다닌다. 그러다보니 부목사라도 자유롭게 반대의견을 쏟아놓는다. 온누리교회 교역자회의를 지켜본 어느 교인은 “심하다고 할 정도로 부목사가 담임목사에게 솔직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하지 않는 교역자는 싫어한다. “성경에 나오는 달란트 비유를 보세요. 저는 우리 교역자들의 실패나 실수는 탓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수도 안하고 실패도 안하고 그저 가만히 있는 사람은 참지 못하겠습니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묵상만 하는 사람은 제가 아주 힘들어 합니다.”

그래서 온누리교회 교역자들은 늘 바쁘다. 일 좋아하는 담임목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 교회 장로인 최도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모든 교역자와 평신도가 사명감과 재능을 가지고 동시에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가하도록 네트워크화 시켜주는 것이 온누리교회의 장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