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태스킹 실천하는 ‘디지털 리더십’
4월 27일 저녁,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 있는 온누리교회. 1000여명의 IT업계 인사가 모였다. 특이한 것은 대부분 비(非)기독교신자라는 점이다. 이들은 온누리교회가 주최한 ‘하이터치, IT인을 위한 맞춤전도집회’에 참석, 저녁식사와 함께 팝페라 가수 정세훈의 노래와 개그맨 이홍렬의 토크쇼를 경청했다. 이어 하용조(河用祚·58) 담임목사가 ‘유비쿼터스 예수’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다. 하 목사는 “IT분야의 빠른 변화와 과로 때문에 영적으로 메말라가는 IT인을 전도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철저하게 불신자 입장을 배려하여 기획된 3일간의 행사 결과, 참석자의 70% 정도가 믿음을 결정했다. 어느 참석자는 “교회라면 딱딱하고 근엄한 분위기인 줄 알았는데 여기는 조금 다르네”라고 했다. 온누리교회의 직업별 맞춤 전도집회는 이미 의료인과 교사를 대상으로 열렸고, 이번이 세 번째였다.
대부분의 한국 교회가 세상과 동떨어진 ‘자기 몸집 불리기’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1985년 10월에 출범한 온누리교회는 ‘선교(전도), 교육, 봉사, 구제’로 요약되는 교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획력과 순발력으로 세상을 파고드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오늘날 온누리교회는 사랑의교회와 함께 개신교계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그 뒤에는 ‘하용조’라는 인물이 있다.
하지만 기독교, 특히 개신교 목회자의 리더십을 얘기할 때는 조심스런 점이 많다. 우선 정통 신앙관으로 보자면, ‘교회의 부흥’이란 ‘성령(聖靈)의 역할’이지 사람이 주인은 아니다. 그리고 개신교는 카톨릭과는 달리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 모든 신자가 동등하다. 따라서 지나치게 개인의 리더십을 부각시키기를 꺼려하는 편이다.
하 목사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되도록 동료 교역자와 팀을 이루어 다양한 평신도 인적 자원을 신속하게 곳곳에 투입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온누리교회에는 장애인부터 외국인 근로자, 대학생, 국회의원, 회사원, 연예인, 교수 등 4만여명에 이르는 각계각층의 사람이 출석하고 있지만 교회 안으로 들어오면 모두 ‘온누리 컬러’로 통일된다고 한다. 굳이 교회 외적인 용어를 빌리자면 삼성그룹의 경영방식과 칭기즈칸의 유목정신을 동시에 결합한 리더십이라고나 할까.
▶지킬 것은 지키되 바꿀 것은 바꾼다
온누리교회에는 ‘교회는 엄숙한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띈다. 웬만한 클래식이나 가요 콘서트를 뺨치는 찬양과 율동이 많이 동원된다. 매주 목요일 저녁엔 ‘경배와 찬양’이란 이름으로 3000여명이 모여 찬양집회를 가진다. 비신자나 초보신자를 겨냥한 ‘열린 예배’에서는 국악, 패션쇼, 발레, 워십(worship)댄스 등 다양한 행사가 벌어진다. 하 목사는 그럴 때 캐주얼 차림으로 설교단에 선다. 예배당 안에서 기타 연주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전통적 교회에서 보면 매우 파격적이다.
하용조 목사는 이에 대해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 “교회의 핵심 가치, 즉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이란 명제는 절대 타협할 수 없지요. 하지만 본질과 목적이 아닌 주변과 수단은 철저하게 바꾸고 있습니다. 변해도 되는 건 모조리 바꾼다는 생각입니다.”
설교 스타일도 차별화시켰다. 그는 어떤 주제든 어렵게 설명하지 않는다. 문어체보다 구어체를 사용하여 아무리 어려운 내용도 쉽게 풀어서 내놓는다. 전통적으로 위압감을 주는 설교 스타일이 아니라, 믿음이 적고 죄 짓기 쉽고 상처받기 쉬운 일반 신자 입장에서 바로 옆에서 속삭이듯 조곤조곤 부드럽게 설명한다.
전도방법도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모아놓고 하는 부흥회 방식에서 탈피했다. 세대별, 직업별로 감수성에 맞고 문화적 향기가 느껴지는 형태로 바꾸었다. 가정 화목을 위해 ‘아버지 학교’나 ‘어머니 학교’ 같은 프로그램을 열었다. 연령대별로도 40대를 위한 ‘비상구 전도집회’, 50대를 위한 ‘브라보 전도집회’, 60대를 위한 ‘앙코르 전도집회’를 속속 개최했다. 44∼55세 여성을 대상으로 한 ‘4455 드라마 클라이막스’행사도 열었다. 그때마다 예배당을 호텔 뷔페 못지않은 분위기로 만들었다. 그는 “때로 창의력과 상상력이 중요하다”면서 “똑같은 일도 약간만 바꾸거나 뒤집어서 하면 굉장히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몸이 약할수록 리더십은 강력해진다
의외로 하용조 목사의 별명은 ‘걸어다니는 종합병동’이다. 그는 인생의 하루도 건강한 날이 없었던 사람이다. 하 목사는 건국대 시절 폐결핵을 앓았다. 다 나은 줄 알고 군대를 갔는데 재발했다. 신학대를 졸업하고 1976년 연예인교회 목회를 시작하면서 간 질환과 당뇨를 앓았다. 이윽고 5년 전에는 간암에 걸렸다. 지금까지 간암 수술만 여섯 번 받았다. 약간만 삐끗해도 다시는 소생할 수 없는 수술을 여섯 차례나 받으면서 하 목사는 “인생은 능동태가 아니라 수동태라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한다. 지금 그는 합병증으로 신장염까지 겹쳤다.
‘아무리 의욕이 넘쳐도 건강하지 못하면 허사’라는 게 일반적인 리더십 원칙이다. 하지만 그는 “건강이 나빠서 일을 못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건강이 나빠서 저의 한계와 분수를 깨닫고 하나님 앞에서 까불지 않게 됐습니다. ‘내가 약할 그 때에 곧 강함이라’(고린도후서 12장10절)는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말이지요. 한편으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니 모든 일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게 됐습니다.”
또 약한 건강 덕분에 팀 단위로 활동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한다. 혼자서는 물리적으로 힘드니까 결국 스태프에게 의지하고 같이 논의하고 서로 격려하게 됐는데, 그것이 바로 축복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첫 번째 수술을 하면서 ‘후계자’ 걱정도 하게 됐다. 예전엔 죽을 때까지 계속 교회를 맡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리더십의 맹점이었다고 하 목사는 설명했다. 그래서 5년 전부터 자기가 없어도 원활하게 움직여질 수 있는 교회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 온누리교회는 모든 구체적 사역이 부목사 수십 명의 손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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