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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균 수필 연재 - 가을운동회

Joyfule 2012. 3. 23. 06:07

    

 

 

목성균 수필 연재 - 가을운동회



아득하게 높은 하늘 아래 만국기가 늘어져 있고, 교가를 연주하는 풍금의 다감다정한 멜로디에 화단의 코스모스가 춤을 추는 가을운동회. 청군 백군으로 갈린 아이들의 사기는 가을하늘 보다 높고, 청순한 함성에 목조교실도 흔들리는데 운동장 한 쪽에 걸린 국밥 솥이 설설 끓어 넘는다. 그 곁에 쳐 놓은 차일(天幕) 아래 이미 학부형들은 거나하게 취해서 자신의 정정당당했던 인생에 대한 주장으로 얼굴이 벌겋다. 자식을 위한 부모의 허세가 보기 좋은 시골학교의 가을 운동회. 누구나 그 가슴 설레던 초등학교 가을운동회의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인생의 길을 달려왔다. 경신해야 할 기록에 정정당당히 도전하면서 희비의 결승점을 향해서 달려왔고 앞으로도 더 달려갈 것이다.

그 때, 사람들은 가을운동회의 100미터 달리기 출발선상에서 준비한 분발을 기억했다. 꼭 일 등을 해야 하는 당위성은 운동장 가장자리 둑 위의 땡볕아래서 조만간 달리기를 할 자식을 응원하기 위해서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는 부모님의 염원에 대한 부응이다. 그러나 일 등은 한 명뿐이다. 어디 그 가을운동회뿐이랴, 경쟁에서 일등은 늘 한 사람 뿐이었다. 생존경쟁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어린이 여러분-! 패배했다고 낙심 말고, 승리했다고 자만하지 말라. 다만, 내가 지닌 기량을 십분 발휘하면 된다. 정정당당한 태도와 마음이 일등인 것이다.” 교장선생님의 격려사는 스포츠맨십을 말씀하신 것이다. 그 말씀은 비단 가을운동회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할 때도 염두에 두란 말씀이었을 것이다. 정정당당해서 등외(等外)를 할 것이냐, 슬쩍 선두주자의 발목을 걸어 넘어트리고 일 등을 뺐을 것이냐, 인생의 한 순간을 망설일 때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들렸으리라. 그것이 양심일 터인데 지키는 사람도 있고 버린 사람도 있어서 사회질서는 늘 흔들려 왔다. 교장선생님의 말씀, 스포츠맨의 정신이 순전히 국가기강과 사회정의의 확립이냐, 무산이냐의 관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에서 체육발전은 인간의 소망사항이다.

매년 전국체전이 열린다. 사람들이 전국체전을 가을운동회처럼 좋아하는 것은 대회의 목표와 정신이 초등학교 가을운동회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순진무구한 기량의 발휘, 그리운 시절의 그 운동회, 인간이 지향해야 할 최선의 길이며 고향이다.


제82회 전국체전에서 충북선수단은 3만점이 넘는 점수와 금메달을 40개나 따는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도세에 비해서 눈부신 체육발전이다. 그 것은 체육의 목표가 인간의 건강한 생각과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있기 때문에 도민들은 열광하며 배전(倍前)의 응원과 박수갈채를 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