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묶는 말(言), 푸는 말(言) ♣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받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첫 인상'이라고 합니다.
'첫인상'은 그동안 우리가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데이터化 되어 어떤 사람을 겪어 보기도 전에
그 사람의 됨됨이를 미리 짐작해 보는 일종의 '선입견(先入見)'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부족한 안목 까닭에 첫인상이 언제나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첫인상은 좋았으나 지나면서 별로 인 사람, 첫인상은 좀 그랬으나 지나면서
구수한 진국처럼 호감이 가고 매력이 드러나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우리는 그 사람의 됨됨이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사람 따라 저마다 사람을 보는 기준이나 안목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사람은 말(言)로 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그 사람이 사용하는 말(言)을 통해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인격,
그리고 가치관, 철학등등...
그 사람의 됨됨이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말에는 '묶는 말'과 '푸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집에 사랑하는 아내가 저녁 퇴근 후 귀가할 남편을 기다리며
정성스럽게 저녁준비를 하고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였습니다.
이윽고 남편이 도착했고,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식탁에 앉은 그는
된장찌개를 한 술 떠서 맛을 보았습니다.
아내는 그런 남편의 모습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된장찌개가 왜 이렇게 짠거야!
당신, 나하고 결혼한지 벌써 몇 년인데 아직도 된장찌개 하나 제대로 못 끓여!
울 엄마한테 가서 좀 배우지 그래!"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아내의 반응1.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어머...그래요? 된장찌개가 짜졌어요? 어쩌나...미안해요.
당신이 언제 올까 기다리면서 불에 올려놨다 내렸다 하다보니 좀 짜졌나보네요...
다음엔 잘 끓일께요. 그리고 제가 어떻게 어머니 솜씨를 따라 가겠어요.
다음에 어머니께 여쭤보고 비법을 전수 받아 더 맛있게 끓일수 있도록 노력해 볼께요...
오늘은 그럼 다른 반찬도 드세요..."
아내의 반응 2.
(치밀어 오른 열기로 머리에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뭐어? 그래? 먹지마. 남자가 밥상머리에 앉아서 쪼잔하게 반찬투정이나 하고.
어머니한테 가서 배우라고? 그래에~ 니네 엄마한테 가서 밥 먹고 와!
내 두 번 다시 너를 위해 된장찌개 끓이나 봐라! "
반응 1은, 사건을 '풀어내는 말'입니다.
문제 될 게 하나도 없고, 남편 역시 '내가 좀 너무했나...?'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상처받을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반응 2는, 사건을 더욱 엉키게 만들고 안 풀리도록 '묶어 내는 말'입니다.
또 다른 사건으로 발전하게 만듭니다.
이런 말을 들은 남편은 밥상머리를 둘러 메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킵니다.
조금씩 강도 높은 가정 불화로 발전해 가는, 그야말로 사태를 악화시킵니다...
그런데...유감스럽게도 우리는 '푸는 말'보다는 '묶는 말'에 많이 익숙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옛 속담에도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고,
'김 서방이 썬 고기가 백정 김가가 썬 고기보다 많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우리 주님께서도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마태복음 18:19) 말씀하셨는데...
풀지 못해 응어리지고, 맺히면 정신건강도 안 좋고, 울화병도 걸리고,
또 한(恨)으로 남기도 하니까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면서,
또 우리 주님을 깊이 생각하면서 어느 상황이든지
잘 풀어내는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결국...우리에게 남는 건, 그리고 우리가 붙잡을 것은
"하나님의 은혜"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