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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생길 땐 한 박자 쉼표를

Joyfule 2007. 1. 1. 03:57


‘화내기’는 관계 회복이 목적

화내는 법 / 신숙옥


신숙옥의 〈화내는 법〉(푸른길)이 기존의 화풀이 실용서와 다른 점은 지은이의 신원과 솔직한 내용이다. 신숙옥은 재일동포 3세 인권운동가이고 진짜 경계인이며 마이너리티다. 한국방송의 ‘한민족 리포트’를 통해 그의 활약상을 접한 바 있는데 일본 현지 리포트에 나타난 그는 강한 인상이었다. 프롤로그 구실을 하는 이 책의 1장에서도 예의 강함이 느껴진다.


두 개의 조국을 향한 거침없는 발언을 보라! “가스실 없는 대학살. 그것이 북조선의 실상이었다.” 남한을 보는 눈길도 그리 곱진 않다. 돈을 많이 기부한 순서대로 여권을 발급 받을 수 있었기에 “가난한 사람들은 항상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신숙옥은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경계에 서 있기도 하다. 조선인 민족학교에서는 ‘왕따’였고, 일본 학교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숙옥이 말하는 마이너리티의 아픔은 겪어 본 자만이 알 수 있을 터. “마이너리티가 목청을 높이면 비난받게 되어 있을 뿐이다.” ‘육두품’은 한번 찍히면 손쓸 재간이 없다. “아무리 상대편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고 성공한 ‘육두품’이 성골 진골 흉내내는 것보다 더한 꼴불견도 드물다.


“무엇인가에 의존하다가 그것이 무너져, 동요하거나 당황한 나머지 쩔쩔맸던 경험이” 없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1989년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가 우리 지식인에게 준 충격을 나는 아직도 이해 못한다. 다만, “‘국가’에 붙어서 어떤 것을 지지했다는 꺼림칙함”은 좀 있다. 2002년 난생 처음 ‘당적’을 가져 봤으니 말이다.


이렇듯 서론의 분위기는 강해도 본론으로 들어가는 2장부터는 유연성을 보인다. 신숙옥은 몹시 화가 나더라도 그것을 바로 표출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분노를 하룻밤 삭인 다음, 행동으로 옮기길 권한다. 화를 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간단명료하고 직설적인 표현, 반복, 상대방 직시하기와 목표 정하기 등을 제시한다. 이러한 테크닉은 화를 내는 목적과 관련이 깊다. 그것은 인연을 끊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관계의 회복을 위함이다.


따라서 “자신의 분노를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남이 나에게 화를 내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심하게 화를 내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 세 가지가 흥미롭다. 첫째, 삼십육계 줄행랑이다. 상대가 이유 없이 화를 낼 적에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거다. 둘째, 큰 소리로 맞대응 하기다. 화난 상대를 한마디 말로 꾸짖으려면 용기가 있어야 한다. 효과가 없을 수도 있는 위험부담이 따르는 방법이다. 셋째, 같은 말을 반복하기다. 여기서도 상대가 잠시 정신차린 틈을 타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고는 잽싸게 자리를 떠야 한다.


사회적 분노의 표출을 다룬 6장에 이르면 신숙옥은 한결 유연해진다. “‘우’냐 ‘좌’냐 하는 과거의 틀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하지만 쌈박한 이벤트와 언론 플레이에 치우친 운동방식이나 언론 보도를 잣대로 대중운동의 성패를 가늠하려는 태도는 아쉬운 대목이다.

“‘화내는 것’은 인간성의 발로”다. 사람이 불완전하다는 증거다. 완벽한 사회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주입 받은 대형 안전사고 없는 나라 일본의 신화도 허물어졌지 않은가. 이 책 역시 일본책 특유의 헐렁한 구석이 있다. 그래도 〈화내는 법〉은 충분히 권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