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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막해져가는 가슴 - 윤모촌님

Joyfule 2012. 12. 13. 10:19

 

 

식막해져가는 가슴 - 윤모촌님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선 첫인상이라는 것을 받게 된다.

그 첫인상이란 것이 어딘지 모르게 호감이 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뚜렷하게 흠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거부감을 일게 하는 이도 있다. 여자나 남자나 마찬가지이지만, 호감을 주는 이를 만나게 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말을 붙여보고싶기까지 한다.


내가 인상에 대해 말하는 것은 흔히 말하는 용모-미인형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얼굴의 색깔로 말할 것 같으면 볕에 그을어 건강한 인상을 받는 경우라던가. 모습으로 말하면 모난데가 없어서 편안한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인상은 어디서고 만날 수가 있는 것이데, 차 속에서도 보고 가다오다하는 거리에서도 만난다.

 대체로 차림새가 소탈하면 돋보일 때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용모가 오히려 묻히기도 한다. 이런 경우를 자연에다 비유한다면 인공미를 가하지 않음으로써,자연미를 보존하는 것과 같다할 일이다. 여하간 용모는 옛부터 중요하게 여겨온 까닭에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하였다. 신수,말씨, 문필, 판단력을 말하는 것으로서 풍모를 앞세우는 까닭은 그것이 남에게 호감을 준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풍모가 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어서, 유둘유둘해 보이는 인상, 교활한 속을 내보이듯 하는 인상은 처음 보는데도 구면처럼 느껴지는 인상 등으로 만인이 각색이다. 어쨋든 타고난 대로의 모습으로 살 밖에 없는 일인데, 인상은 직업에 따라 후천적으로 바꾸어진다고도 한다. 여하간에 나는 밀랍으로 깎아만든 듯한 인상보다는, 수더분하고 언틀민틀하게 -어찌보면 촌사람답게 보이는 쪽에 호감이 간다. 이러해서 꽤 미모인 결혼 상대가 나타났을때. 그것이 내 첫인상에서부터 멀어져가게 한일이 있다. 내가 잘 생기지 못한 열등의식 때문일 것이지만, 지금도 여성잡지의 광고 모델과 같은 용모에는 이끌리지가 않는다.

 

아무튼 나의 용모에 대한 감각은 아름다움이란 자연적이라야 하고. 인공이 가해져선 본래의 것을 잃는다는 데에 있다. 그런 까닭에 장미나 튜울립같은 꽃은, 야생성을 벗어나 조화같은 인상이어서 썩 좋게 보지 않은 편이다.인간이 처한 오늘의 환경을 보면 날이 갈수록 삭막해져 간다고 하지만, 이것은 사람들이 자연적인 것을 놓아두지 않고 매사에 인공을 가한데서 오지 않은 것이 없다.
사람도 살을 붙이고 뼈를 깎고 해서 용모를 꾸미는 시대가 되었지만. 몸에서 풍기는 아름다움을 용모에만 두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런 관점에서 여인의 아름다움을 말한다면, 나는 그것을 아기에게 젖을 물린 모성에의 표정이라 말하고 싶다. 한국의 여인- 우리의 할머니와 어머니들은 옷매무새를 중히 여겨 앞가슴을 드러내지 않아 왔다. 겨드랑까지 치마허리를 추키고도 끈으로 다시 단속을 하였다. 이렇게 단속을 한 가슴이지만 아기에게 젖을 물릴 때에는 처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풀어헤쳤다. 이모습을 아름다운것이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자 한다. 근래에는 이런 모습이 잘 띄지 않는데, 여인의 상징- 풍만한 가슴도 이와 함께 사라져가는 것을 본다.


여성에게서 거룩한 것은 무엇 무엇이니해도 모성애를 빼놓고 말할 수는 없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그런 거룩한 자리를 지난날에 누렸으나 지금은 외적인 것으로만 흘러 아름다움을 가꾸는 척도가 변질돼 간다. 천부의 아름다움이 모성의 샘줄인 젖가슴이건만,ㅡ 그런 젖가슴을 말려 붙이면서 까지 모성부재의 이기주의로 흐른다.


소년시절에 나는 교실에서 여선생님이 아기에게 젖을 물리시는 것을 보았다. 일인 교장밑이던 시절에, 우리는 철모르면서도 선생님의 그 모습을 우러러 보았다. 나는 5남매중 막내로 태어나 너댓살이 넘도록 어머니젖가슴을 떨어지지않았다. 그래서였는지 젖을 물리시던 선생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 회상으로 남는다.
이즈막 아이들은 거의 모두가 모유가 아닌 우유로 커간다.
이런 세태를 무슨 말로 비유해서 해야할 지 적합한 말을 찾을 수가 없다. 손주놈이 우유를 달라며 보채기에, 하는 양을 보려고 가슴을 연 할미가 젖꼭지를 내 보였다. 제 아비나 고모들의 경우하면 허겁지겁했을 장면인데 한참 바라다만 보더니 외면을 하고 마는 것이었다.
나는 그 광경를 지켜 보고나서 탄식하였다. 지구상 문명국의 어린 것들은 거의가 모체의 젖가슴과 체온을 모르면서 자라간다. 이것은 바로 우주의 질서 한 모퉁이가 모성애에서부터 무너져 내리는 증거다 자연의 이치와 의미를 거부하는 것을 과학하는 삶이라 하지만 , 여성에게서 젖가슴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면, 들판에 내던져져 가고 있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모체의 젖가슴과 모체의 체온을 모르고 자라는 생명들, 세상이 삭막해져 간다고들 하나 이보다 더 삭막한 것이 있으랴 싶다.

(9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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