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살인자]
*고난의 행군시기 나는 직장에 출퇴근 할 때마다 거리에 나뒹구는 시체들 사이를 건너다녔다.
나는 살인자 스스로의 양심앞에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몸
출근할 때 눈물밖에 가진게 없어 동냥손도 포기한 사람 앞을 악당처럼 묵묵히 지나쳤다 하여 퇴근할 땐 그 사람은 죽어있었거니
이렇게 출근하며 퇴근하며 하루에도 얼마나 죽였는지 모른다 이 골목 저 골목 매일매일 몇백인지 몇천인지 셀수없다
오! 밥이 사람을 잡아먹는 이 땅에선 누구나 한평생 벌을 받으리 아침이여 나를 사형해다오 밤이여 나를 묻어다오.


백두산
우리의 밥은
* 고난의 행군시기 풀뿌리마저 캐내어 북한의 산들은 모두 하얗게 벗겨졌다. 두꺼운 나무껍질을 삶아먹자니 양잿물을 섞지 않으면 안되었던 그때 우리 여인들의 손은 얼마나 떨리였으랴. (장진성)
우리는 쌀을 잊은지 오랬다 그래서 우리의 밥은 나무다 껍질이다
우리의 밥은 산에서 자란다 바위를 헤치고 자라서 먹기엔 너무도 아프다 아파도 먹어야만 한다
두꺼운 나무껍질 슬픔을 끊는 물에 삶아내어 꺼내선 죽도록 망치로 때리고 또 끊이고 또 때리고 그래도 목을 죄는 밧줄 같아 마지막엔 양잿물을 섞으면 마침내 반죽되는 나무껍질
그것도 밥이라고 그릇에 담기라고 우리는 밥을 빚는다 한줌속에 나무를 빚는다
오 그러면 그 몇덩이 우리의 눈물덩인가 볼수록 꽉 메는 목구멍
그 몇덩이도 없어 그런 밥도 없어 먹고사는 전세계 목숨들이여 이 나라엔 산이 모두 벗겨지고도 그러고도 나무가 모자라 수백만이 굶어 죽었다.

옷에쓴 구원의 편지

[숟가락] - (장 진 성)
* 하루품을 팔아도 한끼 식사값도 안되는 북한이어서 고난의 행군시기 전재산을 팔다못해 숟가락마저 없는 집이 한 두 집이 아니었다. 그것마저 없는 사람들은 굶어죽어야만 했던 것이 북한의 실상이었다.
쌀이 없는 집이여선지 그 집엔 숟가락이 없다 숟가락마저 팔아서 언젠가 아버지 제사에 보탰다
그 누가 행복을 원치 않으랴 죽물을 마시며 살아가는 그 집 다섯식구 소원도 하나같았으니 앞으로 살림이 조금 펴지면 집안에 두고싶은 첫 재산은 숟가락 다섯개.

한끼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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