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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16. 맞벌이, 누구를 위하여

Joyfule 2021. 7. 15. 08:24
    
     
     
 여자가 모르는 99가지 -  이재현  
    16. 맞벌이, 누구를 위하여 
 딩크(DINK)족이라는 게 있다. 
 애 없이 수입은 두 배로를 외치는 족속이다. 
 영어로 하자면 Double Income No  Kids가 된다. 
 결혼은 하되 애가 생기면 맞벌이가 힘들고 맞벌이를 안하면 수입도 줄어드니 
 그냥 둘이서 신나게 벌고 쓰자는 얘기다. 
 사실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우선 만들어야지, 배불러야지, 배부른 동안은 아무것도  못하지, 
 낳으면 먹이고 입혀야지, 울면 달래야지, 학교 보내야지, 
 뼈골 빠지게 길러서 시집 장가 보내야지, 
 보내 놓고도 잘사나 걱정해야지 생각하면 끔찍하다. 
 이건 둘이서 재미 좀 보며 살 만하면 
 애가 생겨서 거기에 매달리다가 볼장 다 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애를 안 낳겠다고 악을 쓰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애가 아니고 맞벌이다.
 맞벌이. 요즘 웬만한 사람들은 다 한다. 
 혼자 벌어선 먹고 살기가 힘드니까 둘이 벌어서 좀 넉넉하게 쓰고 
 얼른 집도 사야  하니 놀면 뭘 해, 
 한푼이라도 벌어야지 하는 심정으로 너도나도 다 한다. 
 그런데 내 생각으로는 이 맞벌이라는 게 
 사회적으로는 여성에 대한 새로운 노동력 착취가 아닌가 싶다. 
 말이 좋아서 결혼한  유부녀의 사회 참여지 곰곰 따지고 보면 
 살림하는 여자에게 너 나가서 돈도 좀 벌어와라~ 한 꼴이다. 
 여자들은 아니, 이게 뭔 소리여~하겠지만 정말이다. 
 무슨 설문 조사 결과를 대지 않더라도 지금  
 남자들은 마누라가 돈 벌어 올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결혼 첫째 조건으로 삼고 있다. 
 남자 쪽에서야 수입이 두 배가 되니 얼마나 좋아? 
 거기다가 살림도 어영부영 여자가 다하지(아니 하라고 시키지). 
 부부싸움 할 때마다 할 말 있지(트집 잡을 게 얼마든지 있으니까) 얼마나 좋은가. 
 아니라구? 내가 번 돈 따로 통장 만들어서 
 보관하고 살림도 칼같이 나눠서 하면 문제 없다구? 
 웃기기 마쇼. 그게 잘 될거 같지. 
 열에 하나 정도는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러나  아홉은 결국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번다고 
 남편 좋은 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은 다 똑같다. 
 좋은 건 일단 다 자기가 챙기면서도 마음에 안 드는 일이라면 
 권위와 힘을 내세워서 여자를 윽박지른다. 
 슬그머니 마누라의 돈을 쓰게 만들고 온갖 회유와 협박으로 
 당신이 짱박아 놓은 돈까지 홀랑 털어내지 못해 안달하는 것이다. 
 세상에 돈 싫은 사람이 어디 있나~ 
 그것도 말만 잘 하면 얼마든지 내 돈이 될 수 있는 마누라의 돈인 것을. 
 그러므로 이 시대에 맞벌이를 원하거나 현재 하고 있는 모든 여자들은 
 이 새로운 노동력 착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노릇이다. 
 하기야, 주머니 돈이 쌈짓돈이라고 어차피 누가 쓰던지간에 
 그 돈은 결국 집안을 위해 쓰는 것이니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한다면 나도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니 돈이 내 돈이고 내 돈이 내 돈이라는 사고 방식을 가진 남자들에게 
 당신은 어쩌면 밤낮으로 봉사하는 새로운 정신대일 수도 있다(말이 좀 심한가?). 
 따라서 맞벌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어쩔 수 없이 맞벌이를 할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