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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김일성을 事大매국노로 규정

Joyfule 2020. 7. 29. 04:12



이승만, 김일성을 事大매국노로 규정

우리 조국을 남의 나라에 부속하자는 불충한 사상을 가지고 공산당을 빙자하여 국권을 파괴하려는 자들

趙甲濟   

 1948년 7월24일 74세의 李承晩 대통령은 중앙청 광장 연단 위에 올라가 초대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 뒤 연설을 시작했다.
  "여러번 죽었던 이 몸이 하나님 은혜와 동포들의 애호로 지금까지 살아 있다가 오늘에 이와 같이 영광스러운 추대를 받은 나로서는 일변 감격한 마음과 일변 감당키 어려운 책임을 지고 두려운 생각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李박사가 연설의 첫 문장을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으로 시작한 것은 이해 8월15일에 있었던 정부수립 기념축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승만 박사를 이해하는 데 그가 독실한 프로테스탄트였다는 점을 빠뜨려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이다.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이승만은 북한의 김일성을 향하여 이렇게 말했다.
  "이북 동포중 공산주의자들에게 권고하노니 우리 조국을 남의 나라에 부속하자는 불충한 사상을 가지고 공산당을 빙자하여 국권을 파괴하려는 자들은 우리 全민족이 원수로 대우하지 않을 수 없나니 남의 선동을 받아 제 나라를 결단내고 남의 도움을 받으려는 반역의 행동을 버리고..."
 
  그는 김일성 집단을, 스탈린의 소련에 종속되어 조국을 배신한 사대매국노로 단정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은 지금 가짜 민족주의를 앞세워 남한에서 외세를 몰아내고 민족의 자주성을 회복한다는 통일전략을 구사하려 하고 있다. 父子가 합쳐서 600만의 동족을 살육함으로써 민족반역자가 되었는데도 민족주의자를 자처하고 또 이 악마적 父子를 맹종하는 자들이 대한민국에도 수두룩한 상황에서 다시 읽어본 이승만의 연설은 김정일의 가면을 벗길 수 있는 명쾌한 논리를 제공한다.
 
  이승만이 공산주의의 악마성을 정확하게 볼 수 있었던 비결은 그가 진정한 크리스찬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크리스찬의 사랑이 공산주의자의 증오를 간파한 셈이다.
  한국논단 사장 李度珩사장이 1998년에 한국 논단에 연재한 [건국의 아버지 李承晩]을 읽어내려 가면서 나는 몇 번 가슴을 쓸어내리고 눈을 문질러야 했다. 좌익의 악랄한 도전과 주한미군 사령부의 무지한 정책, 그리고 우익 진영의 분렬, 그 틈바구니에서 오직 무서운 자기확신과 멀리 보는 안목으로써 역사상 최초의 국민국가 대한민국을 건설한 이 노인네를 우리가 너무 가혹하게 팽개쳐왔다는 미안감 때문이었다.
 
  이승만인들 왜 좌익이나 미군과 타협하고 세속적 인기를 누리면서 좋은 이야기를 듣고싶지 않았을까. 만약 그가 그런 안일의 유혹을 받아들였다면 대한민국은 설 수 없었을 것이다. 이승만의 고민, 그리고 그가 먹었던 욕, 지금도 먹고 있고 앞으로도 먹을 욕 때문에, 아니 그 욕의 덕분으로 우리는 지금 이런 안락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李度珩사장의 이 시리즈는 광복 후 건국 전후까지에 집중되어 있다. 역사적 평가를 둘러싸고 가장 논란이 많은 이 시기에 이승만이란 '위대한 조선인'이 무엇을 생각했고 어떻게 행동했느냐에 대한 보고서이다. 나는 감상문을 쓰기 위해 대충 읽어내려 갈려다가 본격적인 독서를 하게 되었다.
 
  이승만의 고군분투가 눈에 선했다. 세상물정을 모르는 정치인들과 동료들을 상대로 마치 철없는 어린이를 달래가면서, 공부시켜가면서 나라를 세우듯했던 이승만 대통령은 지금 일부 철부지들 사이에선 김일성보다도 더 인기가 없다고 한다. 李사장이 이 글을 쓰게 된 한 동기가 그런 배은망덕에 대한 분노였다고 들었다. 이승만의 위대성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사람은 우리 사회에서 책임있는 자리에 올라서는 안될 것이다.
 
  이승만에 대한 조롱이나 무분별한 비난이 억제되지 않으면 우리 민족은 죄를 받게 될 것이다. 적어도 이 책은 그런 느낌을 준다. 미국인들이 조지 워싱턴을 저주하였다면, 일본인들이 명치유신의 주인공들을 경멸했다면 오늘의 미국과 일본은 없었을 것이다. 정확한 역사관은 정확한 인물관의 집합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곧 책으로 나올 이 글의 일독을 권한다.
 
  이도형 사장이 이승만 전기를 쓸 때는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 한국논단 1997년12월호 기사([김대중씨의 평생 거짓말 한번도 안했다는 거짓말을 벗긴다]는 제목)로 해서 김대중씨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을 당했던 것이다. 검사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으나 金대통령측이 이에 불복하여 항고했고 검찰은 다시 수사를 시작하여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 재판이 진행중이던 시절(지금 이 재판은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에 이도형 사장은 이승만 전기 집필에 열중했던 것이다.
 
  현 대통령으로부터는 고발을 당한 상태에서 초대 대통령에 대한 전기 집필에 몰두한 李사장의 심리를, 史記를 쓰던 시절의 사마천에 비교하면 어떨지 모르겠다. 누명쓰고 치욕적인 형벌까지 받은 史官이 당대의 평가가 아니라 후대의 독자들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써내려간 史記는 놀라운 균형감각을 보여준다.
 
  李사장은 아마도 이승만의 위대성을 기록함으로써 멀지 않을 미래에 金大中에 대해서 역사의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승만을 써내려가던 이 老記者의 뇌리 한 구석엔 틀림없이 김대중이 자리잡고 있었을 것이다. 이승만과 김대중, 너무나 다른 유형의 인간이 아닌가. 이승만이 건국사업에 몰두하던 시절, 김대중은 좌익 활동가로 뛰고 있었다.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어 민족반역자 김정일과의 거래를 트려고 할 때쯤 이승만은 이도형 사장에 의해 망각의 무덤에서 나오려 하고 있었다.
  이승만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면 김일성과 김대중에 대한 평가는 내려갈 것이다. 이도형 사장의 傳記 집필은 바로 이 숙명적인 대치관계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