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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지20. - 쌩 떽쥐뻬리

Joyfule 2011. 2. 14. 00:12

 

인간의 대지20. - 쌩 떽쥐뻬리

 

[6] 사막에서

 

(3) -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도리가 없다.

나는 손에 회중 전등을 들고 땅 위의 비행기 자국을 더듬어 되올라간다.

정지 점에서 2백 50 미터 떨어진 곳에서 이미 우리는

비행기가 달리며 모래를 퉁겨 놓은 뒤틀어진 쇳조각이며 철판들을 발견한다.

날이 밝으면 우리는 어느 황막한 고원 꼭대기의

비스듬한 경사면을 거의 접선처럼 들이받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충돌 점에 생긴 모래 속의 구멍은 쟁기 보습으로 판 것과도 같았다.

기체는 곤두박질하지 않고 성난 길짐승이

꼬리를 휘두르듯이 배밀이를 하며 나갔던 것이다.
기체는 시속 2백 70킬로로 구르는 검은 돌들이

축받이 구슬 역할을 해주었던 덕택일 것이다.

쁘레보는 늦게나마 누전으로 인한 화재를 막기 위해 축진지의 접속을 끓어 놓았다.
나는 엔진에 기대어 생각해 본다.

고공에서 4시간 15분 동안을 시속 50 킬로 미터의 강풍을 계속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과연 진동이 있었다.

그런데 예보를 수신한 후에 변화가 있었다면

나로서는 바람의 방향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 나는 한 변의 길이 4백 킬로 미터의 정방형 안의 어딘가에 있을 것이었다.

쁘레보가 내 옆에 앉으면서 말한다.
"살아 있다는 게 이상하군요."

나는 목표를 찾기 위해 쁘레보에게 그의 전등을 켜 놓게 하고

내 회중 전등을 들고 똑바로 걸어 나간다.

주의 깊게 땅을 들여다본다.

천천히 나가면서 커다란 반원을 그리고, 여러 번 방향을 바꾼다.

마치 떨어뜨린 반지를 찾기라도 하듯이 여전히 땅을 들여다 본다.

방금 나는 이렇게 해서 생각의 불씨를 찾았던 것이다.

나는 나의 전등이 비치는 흰 원반 위로 몸을 굽히며 여전히 어둠 속을 나아간다.

역시 그래, 역시 그렇군.... 나는 천천히 비행기 쪽으로 다시 올라간다.

나는 조종석 옆에 앉아서 생각에 잠긴다.
나는 희망적인 증거를 찾아보았으나 그것을 도무지 발견하지 못했다.

나는 생명이 내보이는 어떤 표시를 찾았으나,

생명은 내게 아무런 표시도 해주지 않았다.

"쁘레보, 나는 풀 한 포기도 보지 못했어."

쁘레보는 잠자코 있어서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날이 밝아 장막이 걷히면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자.

나는 단지 심한 피로를 느끼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사막 한가운데 4백 킬로 미터 쯤 되는 곳!"

갑자기 나는 벌떡 일어섰다.
"물!"

가솔린 탱크도 오일 탱크도 터져 있었다.

물 저장고도 마찬가지였다. 모래가 전부 마셔버렸다.

우리는 박살이 난 보온병 밑바닥에서 반 리터의 커피와,

다른 병 밑바닥에서 4분의 1리터의 백포도주를 찾아냈다.

우리는 이 액체들을 걸러서 한데 섞었다.

우리는 또 약간의 포도와 오렌지를 한 개를 발견했다.

그러나 나는 속셈을 한다.

"사막에서, 햇빛 아래서 다섯 시간만 걸으면 이건 다 없어져 버릴 걸...."

날이 밝기를 기다리기 의해 우리는 조종실 안에 자리잡는다.

나는 드러누워 잠을 청하려 한다.

나는 잠이 들면서 우리가 한 모험의 결산표를 만들어 본다.

우리는 우리의 위치를 도무지 모른다.

우리에게는 1리터의 음료도 없다.

만약 우리가 대략 항로의 직선 위에 놓여 있다면 1주 일 후라야 발견될 것이고,

그 이상은 바랄 수도 없고 또 그때는 이미 너무 늦다.

우리가 만일 옆으로 벗어나 있다면 여섯 달이나 걸려서야 발견될 것이다.

비행기에 의한 수색을 기대할 수는 없다.

우리를 3천 킬로 미터나 되는 지역에서 찾아야 할 테니까.

"아아, 유감이다."
쁘레보가 내게 말한다.

"뭐가?"
"단번에 깨끗이 죽을 수 있었는데!"

그러나 그렇게 빨리 단념할 필요는 없다.

쁘레보와 나는 생각을 덜린다.

그것이 아무리 가냘픈 것일지라도

비행기에 의한 기적적인 구원의 찬스를 놓쳐서는 안된다.

또한 한 자리에만 머물러 있어서

어쩌면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르는 오아시스를 놓쳐서도 안된다.

날이 새면 오늘 하루 종일 걸어가보자.

그리고 다시 비행기 있는 데로 돌아오자.

그리고 출발에 앞서 우리의 예정표를 모래 위에 큰 글자로 써두고 가자.

그래서 나는 몸을 동그랗게 웅크리고 누워서 새벽까지 자야겠다.

잔다는 것이 나는 몹시 기쁘다.

피로가 수많은 영상들로 나를 에워싸준다.

나는 사막 속에서도 고독하지 않다.

나의 어렴풋한 잠 속에는 갖가지 목소리와,

추억과, 속삭여진 속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아직은 목마르지 않고 기분이 좋다.

나는 모험에 향하듯이 잠에 몸을 내맡긴다.

현실도 꿈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

아아! 그런데 날이 밝았을 때 사정은 아주 딴 판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