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대지21. - 쌩 떽쥐뻬리
[6] 사막에서
(4)
나는 사하라를 무척 사랑했다.
나는 여러 밤을 불귀순 지역에서 지낸 일이 있다.
나는 바람이 바다에서처럼 물 이랑을 새겨 놓은 그 황금빛 벌판에서 잠을 깬 적도 있다.
나는 사막에서 비행기 날개 밑에 자면서 구조대가 오기를 기다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완만한 구릉의 비탈진 면을 걸어간다.
땅은 반짝거리는 까만 조약돌이 한 켜 온통 뒤덮인 모래로 이루어져 있었다.
금속 비늘이라고나 할까.
우리를 둘러싼 은모래의 돔(둥근 지붕)들은 갑옷처럼 번쩍인다.
우리는 광물질의 세계 속에 떨어져 있었다.
우리는 쇠로 된 풍경 속에 갇혀 있었다.
첫 봉우리를 넘어서니, 그 앞에 또 비슷한 번쩍이는 검은 봉우리가 나타난다.
우리는 나중에 되돌아올 때의 표적으로 하기 위해 발로 땅을 긁으면서 걸어간다.
우리는 태양을 향해 전진한다.
내가 이렇게 정동 쪽으로 가기로 결심한 것은 모든 논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왜냐하면 기상 통보도, 나의 비행 시간도
모두 내가 나일강을 넘어섰다고 믿게 하고 있었으니까.
하기야 아는 서쪽으로 잠깐 동안 가보았지만,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었다.
그래서 서쪽 방향은 내일로 미루었다.
나는 또 바다로 이끌어 주기는 할 북쪽 방향도 일단 희생시켰다.
사흘 뒤, 반 실신상태가 되어 우리가 결정적으로 비행기를 포기하고,
쓰러질 때까지 줄곧 바로 걸어가기로 결심하게 될 때에도
우리는 역시 동쪽으로 향했던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동북동 쪽이다.
그리고 이것 또한 모든 이론에도, 또 모든 희망에도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구조된 뒤에 우리는 다른 어떤 방향도
우리를 살아 돌아오게 하지 못했으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왜냐하면 북쪽으로 향했더라면 너무나 지쳐서 바다에까지 이르지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 생각에도 이치에 닿지 않아 보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우리가 그 방향을 선택하게 할 아무런 표시도 없었으므로,
그때 내가 그 방향을 택한 유일한 이유는 안데스 산 속에서
내가 그렇게도 찾아 헤매던 내 친구 기요메를 구해 낸 것이
바로 그 방향이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방향이 내게는 막연하나마 생명의 방향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섯 시간을 걸으니까 풍경이 바뀐다.
모래의 강이 골짜기를 흐르고 있는 것 같아 우리는 그 골짜기를 따라 가기로 했다.
우리는 큰 걸음으로 걷는다.
가능한 한 멀리 가야하고, 만약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면
밤이 되기 전에 되돌아가야 한다.
갑자기 나는 멈춰 섰다.
"쁘레보."
"왜요?"
"발자국을...."
얼마나 오랜 시간 전부터 우리는 발자국을 남기는 것을 잊고 있었던가?
만약 그것을 다시 찾아 내지 못한다면 그건 바로 죽음이다.
우리는 되돌아간다.
그러나 오른쪽으로 약간 비껴서, 우리가 꽤 멀리 오고 나서
처음 방향을 향해 직각으로 꺾여서 가면
우리가 잊기 전에 남겨 놓았던 발자국을 찾아낼 것이다.
그 금을 다시 이어놓고 우리는 다시 출발한다.
더위가 더 심해지고, 그와 더불어 신기루들이 생긴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초기적인 신기루 일 뿐이다.
커다란 호수들이 이루어지더니 우리가 전진하면 사라진다.
우리는 모래 골짜기를 넘어서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가서
지평선을 살펴보기로 작정한다.
우리는 이미 여섯 시간을 걸었다.
우리는 큰 걸음으로 도합 25킬로 미터는 걸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시커먼 산등이 꼭대기에 이르러 말없이 주저앉는다.
우리 발 밑에 있는 모래의 골짜기는 흰 빛이 우리 눈을 태우는 듯하다.
눈이 닿은 한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까마득한 지평선에는 빛의 장난으로 벌써 마음을 끄는 신기루를 만들고 있다.
요새며, 회교 사원의 첨탑이며, 직선으로 된 기하학적인 덩어리들.
나는 또 초목을 가장해 보이는 거대한 검은 반점도 발견한다.
그러나 그것은 낮이면 흩어졌다가 밤이면 다시 생겨나는
저 구름의 마지막 한 조각에 의해 덮여 있었다.
그것은 어느 적운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더 가봤자 소용이 없다.
이러한 시도는 아무 곳에도 이끌어 주지 않는다.
비행기로 되돌아가야 한다.
저 빨갛고 흰 표지가 어쩌면 동료들에게 발견됐을지도 모른다.
공중으로부터의 탐색에 조금도 희망을 걸고 있지는 않지만,
그것들이 내게는 유일한 구원의 기회같이 보이는 것이다.
더구나 무엇보다도 우리는 그곳에 마지막 몇 방울의 액체를 두고 왔으며,
벌써 우리는 그것을 꼭 마셔야 할 지경이다.
살기 위해서는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갈증이라는 한정된 자치권인 쇠우리에 갇힌 포로다.
그러나 생명을 향해 걷고 있을지도 모르는 때 되돌아선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저 신기루 너머의 지평선에 진짜 도시며,
단물이 흐르는 운하들이며, 풀밭들이 꽉 들어차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발길을 돌라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무서운 방향 전환을 할 때 나는 파멸로 향한다는 느낌을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비행기 옆에 누웠다.
우리는 60 킬로 미터 이상을 돌아다녔을 것이다.
액체도 다 마셔버렸다.
우리는 동쪽에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고,
또 아무 동료도 이 지역 위를 비행하지 않았다.
얼마 동안 우리는 견디어 낼 수 있을까? 벌써 이렇게 목이 마른데...
우리는 박살이 난 날개의 파편을 주워 모아 커다란 분화대를 쌓아 올렸다.
가솔린과 강렬한 흰 빛을 내는 마그네슘 판자를 준비했다.
우리는 불을 붙이기 위해 밤이 아주 캄캄해지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가?
이제 불꽃이 솟는다.
경건한 마음으로 우리는 사막 속에 타오르는 신호들을 바라본다.
우리는 고요하게 빛나는 우리의 메시지가 밤하늘에 빛나는 것을 쳐다본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이 메시지가 비장한 호소를 싣고 가는 것이지만,
또한 그것은 많은 애정도 싣고 가는 것이라고.
우리는 물을 마시고 싶지만 또한 서로 통하고 싶기도 한 것이다.
다른 불이여, 이 밤 속에 켜져라.
사람만이 불을 갖고 있다. 사람이여, 우리에게 대담하라!
내게는 아내의 눈이 보인다.
내게는 그 눈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 눈이 묻는다. 수많은 시선들은 떼를 지어 나의 침묵을 나무란다.
대답하지! 대답한단 말야! 나는 온 힘을 다해서 대답한다.
밤하늘에 이 이상 더 빛나는 불꽃을 울릴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거의 마시지도 않고 60킬로 미터를 걸었다.
이제 우리는 더 마실 수도 없다.
더 오래는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잘못일까?
마실것만 있다면 우리는 얌전하게 물통이나 빨면서 여기에 그대로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석 컵의 바닥까지 들이마신 그 순간부터 하나의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마지막 한 방울을 내가 빨아들인 그 순간부터 나는 내리받이 길을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이 강물처럼 나를 싣고 간다손 치더라도 내가 어떻게 그것을 당해낼 수 있단 말인가?
쁘레보는 운다.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린다.
그를 위로하기 위해 말한다.
"글렀으면 글렀지, 뭘 그래...."
그가 대답한다.
"내가 뭐 나 때문에 우는 줄 아나?"
그래! 정말 그렇다.
나는 이미 이 명백한 사실을 알아차렸다.
견디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더욱 명확히 알게 될 것이다.
고통에 대해서도 나는 절반밖에 믿지 않는다.
나는 벌써부터 이런 일을 생각했었다.
나는 한번은 조종실에 갇힌 채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그다지 괴로워하지 않았다.
나는 몇 번을 내 머리가 으깨진 줄로 생각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조금도 튼 사건같이 여겨지지 않았다.
여기서도 지금 나는 별로 번민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이면 이 점에 대해서 더욱 이상한 것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큰 불을 올렸지만,
사실을 사람들에게 들어달라는 것은 이미 단념하고 있지 않았던가!
"나 때문에 우는 게 아니다."
그래. 그렇다. 바로 이것이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기다리고 있을 수많은 눈들이 보일 때마다 나는 불에 덴 것 같은 아픔을 느낀다.
당장 일어나서 앞으로 곧바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저기서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다.
사람들이 난파당하고 있다!
이것은 실로 이상한 주객 전도이지만, 나는 늘 이렇게 생각해 왔었다.
다만 나는 완전한 확신을 얻기 위해 쁘레보가 필요했다.
그런데 쁘레보 역시 우리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저 죽음을 앞둔 번민을 전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견디기 어려운 그 무엇이 있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아아, 나는 기꺼이 잠들 생각이다.
그것이 하룻밤 동안이건 여러 세기 동안이건 잠들 것이다.
잠이 들면 그 차이를 전혀 모른다.
그리고 얼마나 평화로운가!
그러나 저 멀리서 사람들이 외칠 그 부르짖음, 그 절망의 크나큰 불꽃들은...
생각만 해도 나는 견딜 수 없다.
이 난파선들은 눈앞에 두고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침묵의 1초 1초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조금씩 학살해 간다.
격한 분노가 내 안에서 부글거린다.
어째서 이 사슬들은 침몰해 가는 사람들을 늦기 전에 구출해 내려는 것을 방해하는 것일까?
왜 우리의 화롯불은 우리의 외침을 세계의 끝까지 전해주지 못하는 것일까?
참아라! 우리가 간다! 우리가 간다! 우리가 구조대다!
마그네슘은 다 타버렸고 우리의 불은 벌개졌다.
이제 여기에는 우리가 그 위에 구부리고 몸을 쬘 한 더미의 잉걸불밖에는 없다.
우리의 빛의 커다란 메시지도 끝났다.
그것은 이 세계에서 무엇을 움직이기 시작하게 만들었단 말인가? 그렇다!
나는 그것이 아무것도 움직이게 하지 못했다는 것을 잘 안다.
결국 그것은 귀에 들려지지 못한 하나의 기도였던 것이다.
"좋다. 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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