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대지18. - 쌩 떽쥐뻬리
[7] 사막 한 가운데에
(1)
지중해로 들어가면서 나는 낮게 뜬 구름을 만났다.
나는 고도 20미터까지 내려갔다.
소나기가 앞 유리창을 두드렸고, 또 기선 마스트를 들이받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썼다.
기관사 앙드레 쁘레보가 내게 담뱃불을 붙여준다.
"커피를 할까...."
그는 비행기 뒤쪽으로 사라졌다가 보온병을 들고 나온다.
나는 회전 속도 2천을 유지하기 위해 가끔 가스 핸들을 퉁겨 준다.
힐끗 계기반들을 훑어 본다.
내 신하들은 모두 공손하다. 바늘이 모두 제자리에 있다.
나는 바다를 한 번 내려다 본다.
바다는 빗발 아래서 끓는 커다란 대야 모양 김을 내뿜고 있다.
내가 만약 수상기를 타고 있었다면 바다가 그렇게 푹 패어있음을 애석해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육상기를 타고 있다. 패어 있건 말건 내려앉을 수는 없다.
어째서인지는 모르나,
그것이 일종의 이치에 안맞는 안전감을 내게 주는 것이다.
바다는 내 것이 아닌 어떤 세계의 일부분의 이루고 있다.
여기서 사고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나와는 상관이 없고, 내게 위협을 주지도 못한다.
나는 바다에 대비해서 장비는 되어 있지 않으니까.
한 시간 반을 날자 비가 수그러진다.
구름은 여전히 낮게 드리웠지만, 이미 햇빛이 크나큰 미소처럼 뚫고 비친다.
나는 이 갠 날씨의 유유한 준비에 감탄한다.
나는 머리 위에 흰 솜의 켜가 덮여 있음을 짐작한다.
나는 돌풍을 피하기 위해 사행한다.
이제 그 복판을 가로지를 필요는 없다.
마침내 첫 하늘 조각이 드러난다.
나는 그것을 보기 전에 예감했었다.
왜냐하면 내 앞 바다 위에 초원의 빛을 띤 긴 띠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빛나는 진초록의 오아시스 같은 것으로서,
그것은 세네갈에서 3천 킬로 미터의 사막을 넘어 남부 모로코에 다다랐을 때,
내 가슴을 뭉클하게 하던 저 보리밭 빛깔과도 흡사했다.
여기서도 나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고장에 접어든 느낌이 들어 가벼운 기쁨을 맛본다.
나는 쁘레뽀 쪽을 돌아본다.
"됐어. 잘 돼 간다!"
"네, 됐어요."
튀니스, 가솔린을 채우는 동안 나는 서류에 사인을 한다.
사무실을 나오는 순간,
다이빙할 때, 같은 "풍덩!" 하는 소리가 들린다. 울림이 없는 둔한 소리.
나는 그 순간에 전에도 이와 비슷한 소리를 들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때는 차고가 폭발했었다.
그 목쉰 기침소리로 두 사람이 죽었었다.
나는 활주로를 끼고 길 쪽을 돌아다본다.
약간의 먼지가 피어올랐는데, 두 대의 고속으로 달리던 자동차가 충돌했던 것이다.
갑자기 얼음 속에 갇힌 것처럼 꼼짝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그쪽으로 달려가고 몇 사람은 우리에게로 달려온다.
"전화를 해... 의사를... 머리가...."
나는 심장이 죄어드는 것 같았다.
운명이 고요한 저녁 햇빛 속에서 기습에 성공한 것이다.
한 아름다움이, 아니면 한 지혜가, 한 생명이 짓이겨졌을 것이다.
비적들도 이렇게 사막 속을 걸어왔지만,
아무도 그 모래 위의 가벼운 발소리도 듣지 못했다.
주둔지 안에서 약탈하는 짧은 웅얼거림만이 들렸을 뿐이다.
그런 다음은 모든 것은 황금빛 침묵 속에 잠겨드는 것이다.
그것과 똑같은 평화, 똑같은 침묵....
내 옆에서 누군가가 두 개골이 깨어졌다는 말을 한다.
나는 그 움직이지 않는 피투성이의 얼굴을 알고 싶지 않아
도로를 등지고 내 비행기 쪽으로 온다.
그러나 위협감은 가슴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조금 뒤에 그 소리를 다시 듣게 될 것이다.
시속 2백 70킬로로 시커먼 사구를 스쳐갈 때, 그와 똑같은 목쉰 소리,
약속 장소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저 운명과도 같은, "콜록!"하는 소리를.
벤가지를 향해 출발!
(2)
도중. 해가 지기까지는 아직도 2시간.
트리포리에 접어들었을 때 나는 벌써 검은 안경을 벗어버렸다.
그러자 모래가 금빛으로 물든다.
그런데 이 지구는 왜 이리도 적막할까?
나에게는 또다시 강물이며, 나무 그늘,
사람의 집들은 어떤 우연한 요행의 결함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바위와 모래의 영토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나와는 상관이 없다.
나는 비행의 영역에 살고 있으니까.
나는 신전에 들어앉듯이 사람들은 본질적인 관례의 비밀에 의해 구원 없는 명상 속에 갇힌다.
이 속된 세상은 이미 희미해지고 곧 사라지려 하고 있다.
눈 아래 풍경이 아직은 불그레한 빛을 머금고 있지만,
무엇인지 벌써부터 거기에서 새어나가고 있다.
나는 이 시간만큼 값진 것을 아무것도 모른다.
정말 아무것도... 비행에 대한 형언할 수 없는 사랑을
맛본 사람만이 나의 이 말을 이해할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차츰차츰 태양은 포기한다.
사고가 났을 때 나를 받아 줄 드넓은 황금빛 표면도 나는 포기한다.
나를 안내해 줄 표적들도 포기한다.
나를 위해서 암초를 피하게 해 줄, 하늘에 솟아난 산들의 옆모습도 포기한다.
나는 깊은 밤 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비행한다.
나를 위해 가진 것이라고는 별밖에 없다.
이 세계의 죽음은 천천히 이루어진다.
그래서 빛도 조금씩 내게서 없어져 가는 것이다.
땅과 하늘이 조금씩 섞여든다.
저 대지가 솟아올라 수증기처럼 퍼져나가는 것 같이 보인다.
첫 별들이 푸른 물 속에서처럼 떨고 있다.
그것들이 단단한 다이아몬드로 변하기까지에는 아직도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
어떤 밤에는 날아가는 불꽃들이 하도 많아서
나는 별들 사이로 큰 바람이 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쁘레보가 고정 램프와 구급 램프를 시험해 본다.
우리는 빨간 종이로 전구들을 싼다.
"한 겹 더 쌀까...."
그는 한 겹 더 싸고는 스위치를 넣는다.
불빛이 아직도 너무 밝다.
그 빛은 사진관에서처럼 바깥 세상의 희미한 형상들을 지워 없앨 것이다.
그것은 종종 밤에 사물들에 붙어 있는 저 가벼운 무리를 망가뜨릴 것이다.
밤은 이제 이루어졌다.
그러나 아직 진짜 밤은 아니다.
초승달이 아직 남아 있다.
쁘레보가 뒤쪽으로 기어들어가 샌드위치를 갖고 나온다.
나는 포도 한 송이를 먹는다. 배가 고프지 않다.
시장기도 갈증도 느끼지 않는다. 나는 전혀 피로도 느끼지 않는다.
이대로 10년이라도 조종을 할 수 있은 것 같다.
달이 졌다.
벤가지가 캄캄한 밤 속에서 나타난다.
벤가지는 하도 깊은 어둠 속에 쉬고 있어서 아무런 무리로도 장식되어 있지 않다.
나는 거의 가깝게 다다라서야 도시를 알아볼 수 있었다.
비행장을 찾고 있으려니 붉은 표지등이 일제히 켜진다.
불빛들이 검은 장방형을 그려 놓는다. 나는 선회한다.
하늘로 향한 표지등 불빛이 화재의 분수처럼
곧바로 하늘로 치솟아 회전하면서 땅 위에 황금빛 길을 그린다.
나는 장애물을 잘 살피기 위해 여전히 선회를 계속한다.
이 공항의 야간 시설은 훌륭하다.
나는 속도를 늦추며 검은 물속인양 다이빙을 시작한다.
내가 착륙한 것은 현지 시간 23시였다.
나는 표지등 쪽으로 굴러간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장교와 사병들이 어둠 속에서
탐조등의 단단한 빛 속으로 나타나며 차례로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사람들은 내 서류를 받고, 가솔린을 채우기 시작한다.
나의 통과 절차는 20분이면 완료 될 것이다.
"한 번 선회해서 우리 위를 지나가시오.
그렇지 않으면 이륙이 제대로 끝났는지 모르니까."
"출발!"
나는 장애물 없는 통로를 향해 이 금빛 길 위를 활주한다.
시문(사막의 열풍이라는 뜻)형인 내 비행기는
활주로에 충분한 여유를 남기고 무거운 기체를 떠올린다.
탐조등이 뒤따라와서 방향 선회의 방해가 된다.
마침내 그것은 나를 놓아준다. 그것이 나를 눈부시게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나는 수직으로 반선회한다. 그때 탐조등이 다시 내 얼굴을 스친다.
그러나 닿자마자 내게서 달아나 그 긴 금빛 플롯을 딴 데로 돌린다.
이러한 조심성에서 나는 최대의 친절을 느낀다.
이제 나는 사막을 향해 다시 기수를 돌린다.
파리와 튀니지, 벤가지로부터의 기상 통보들은
시속 30--40 킬로미터의 뒷바람을 내게 알려준다.
나는 시속 3백 킬로 미터의 속도만을 믿는다.
알렉산드리아와 카이로를 맺는 직선의 한가운데로 기수를 돌린다.
이렇게 하면 나는 해안의 비행 금지구역을 피할 수 있을 것이고,
또 모르고 편류를 일으킬 경우에도 오른쪽이나 왼쪽에서
이들 두 도시 중 어느 하나의 등불을 만날 것이다.
바람이 그다지 바뀌지 않는 한 나는 3시간 20분 동안 비행할 것이다.
바람이 약해진다면 3시간 45분 동안을,
그래서 나는 1천 50킬로 미터의 사막을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 감성을 위한 ━━ > 세계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의 대지20. - 쌩 떽쥐뻬리 (0) | 2011.02.14 |
---|---|
인간의 대지19. - 쌩 떽쥐뻬리 (0) | 2011.02.12 |
인간의 대지17. - 쌩 떽쥐뻬리 (0) | 2011.02.10 |
인간의 대지16. - 쌩 떽쥐뻬리 (0) | 2011.02.08 |
인간의 대지15. - 쌩 떽쥐뻬리 (0) | 2011.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