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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지23. - 쌩 떽쥐뻬리

Joyfule 2011. 2. 17. 14:19

 

인간의 대지23. - 쌩 떽쥐뻬리

 

[6] 사막에서

 
(5) - 2
나는 지금도 가지에 있는 마디를 알아볼 수 있으며,

생명의 비틀림을 볼 수 있고, 줄기의 연륜을 셀 수 있다.

새들과 음악이 가득 찼던 이 숲은 신의 저주에 얻어맞아 소금으로 변한 것이다.
그래서 내게는 이 광경이 적의를 품은 것처럼 느껴진다.

저 모래언덕의 철갑 옷보다도 검은 이 어마어마한 표착 물들이 나를 거부하고 있다.

살아 있는 내가 여기 이 변치 않는 대리석들 가운데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덧없는 나,

그 몸이 소멸해 버릴 내가, 여기 이 영원 속에서 할 일이 무엇인가?

어제 이후 나는 벌써 60킬로 미터나 돌아다녔다.

나의 이 현기증은 아마 갈증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태양 때문일까. 태양은 기름으로 닦아 놓은 것 같은 이들 줄기 위에 내리쬐고 있다.

이 세계의 등껍질 위에 내리쬐고 있다.

이제 여기엔 모래도 여우도 없다.

다만 거대한 쇠모루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쇠모루 위를 걷는다.

그리고 머리 속에는 태양이 울려 퍼지는 것을 느낀다.

아아! 저기에....
"어어이! 어어이!"
"저기엔 아무것도 없어. 덤비지 말아. 망상이다."

나는 이렇게 나 자신에게 타이른다.

왜냐하면 나는 내 이성에 호소해야 했으니까.

내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을 거부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저기 걸어가고 있는 대상 쪽으로 달려가지 않는다는 것도 여간 힘들지 않다.

저기에... 저렇게 보이는데....

"바보야, 잘 알면서도. 그걸 만들어낸 것이 바로 너라는 걸...."
"그렇다면 이 세상엔 참된 것이라곤 하나도 없구나...."

그렇다. 저 언덕 위,

내게서 20킬로 미터 앞에 있는 저 십자가 말고는 참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저 십자가, 아니면 저 등대...

그런데 저것은 바다 쪽이 아니다.

그렇다면 십자가다.

어젯밤에 나는 밤새껏 지도 공부를 했다.

그러나 헛일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내 위치를 알지 못하니까.

그럼에도 나는 사람의 존재를 표시해주는 온갖 기호들 위에 몸을 굽혀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지도의 한 부분에서 십자가 비슷한 것이

그 위에 솟아 있는 조그만 동그라미를 발견했다.

나는 범례를 참조했는데 거기에는 "종교 시설"이라고 씌어 있었다.

그 십자가 옆에 검은 점이 하나 있었다.

다시 범례를 참조했다. 그리고 보았다.

"마르지 않는 우물"이라고 씌어 있는 것을.

나는 가슴에 큰 쇼크를 받았다.

그리고 나는 큰 소리로 되풀이해 읽었었다.

"마르지 않는 우물....

마르지 않는 우물....

마르지 않는 우물!"

알리바바와 그의 모든 보물인들 마르지 않는 우물 하나와 견줄 수 있겠는가?
조금 떨어진 곳에 나는 흰 동그라미 두 개를 보았다. 범례를 보고 읽었다.

"마르는 우물" 이것은 벌써 덜 아름답다.

그리고 그 둘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그 종교 시설이 바로 저것이다!

난파 자들을 부르기 위해 수도승들이 언덕 위에 커다란 십자가를 세워 둔 것이다!

그러니 나는 저 십자가 쪽으로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저 도미니끄회 성직자들 쪽으로 달려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리비아에는 꼽트파의 수도원밖에 없을 텐데."
"...저 부지런한 도미니끄 성직자들 쪽으로 그들은 빨간 벽돌이 깔린

시원하고 아름다운 부엌을 가지고 있고, 안마당에는 녹이 슨 근사한 펌프도 있다.

그 녹슨 펌프 밑, 그 녹슨 펌프 밑에는, 벌써 짐작이 가셨겠지....

그 녹슨 펌프 밑에는 바로 마르지 않는 우물이 있다.

아아! 내가 저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면,

내가 그 큰 종을 치면, 거기선 야단법석이 일어날 거다!"

"바보야. 전 지금 프로방스의 어떤 집을 그리고 있다 거기에 무슨 종이 있단 말인가."

내가 그 큰 종을 치면! 문지기가 두 팔을 쳐들고 소리칠 것이다.

 "당신은 주님의 사자십니다!"

그리고는 모든 수도승들을 부를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모두 달려나올 것이다.

그리고 나를 불쌍한 아이처럼 환영해 줄 거다.

나를 부엌 쪽으로 떠밀고 갈 거다.

그리고는 말할 거다.

"잠깐만, 잠깐만, 내 아들아, 마르지 않는 우물에 달려갔다 올 테니까...."

그러면 나는 행복감으로 온 몸이 떨릴 거다.
아니다. 결코. 나는 울고 싶지 않다.

저 언덕 위의 십자가가 없어졌다는 그까짓 이유로는...
서쪽이 주는 약속은 모두 거짓말뿐이다.

나는 정북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북쪽은 적어도 바다의 노래로 가득 차 있다.

아아! 이 등성이만 넘으면 지평선이 펼쳐진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다.

"넌 알고 있잖니, 저게 신기루라는 걸...."

저게 신기루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아무도 나를 속이지 못한다, 이 나를!
다만 내가 신기루 쪽으로 끌려 들어가고 싶어진다면?

만약 내가 그것을 바란다면?

내가 저 햇볕으로 장식된 총안이 있는 도시를 사랑하고 싶어진다면?

날렵한 발걸음으로 곧장 걸어가고 싶어진다면 어떻단 말인가....

나는 이젠 피로도 느끼지 않고 또 행복하니까....

쁘레보와 그 권총이라고? 웃기는구나! 나는 이 도취를 좋아한다.

나는 취해 있다.

나는 목이 말라 죽어간다!

황혼이 취기를 깨워 주었다.

너무나 멀리 온 것에 놀라 갑자기 멈춰섰다.
해질녘에는 신기루가 죽는다.

지평선은 그 펌프니, 궁전이니, 승복이 나를 벗어버렸다.
그것은 사막의 지평선이다.

"너는 너무 멀리 왔어! 밤이 너를 잡으려고 한다.

넌 날이 새기를 기다려야 하고, 내일이면 네 발자국은 지워진다.

그러면 넌 아무 곳에도 있지 않게 될 거다."

"그러니 다시 네 앞을 곧바로 걸어가야 해. 되돌아서봤자 무슨 소용인가!

어쩌면 내가 바다를 향해 두 팔을 벌리려는 이때,

아니 이미 벌리고 있을지도 모를 이때 방해받고 싶진 않다."

"어디서 바다를 봤단 말인가?

또 절대로 거기까지 가 닿지 못할 것이다.

아마 3백 킬로 미터는 될 거다.

그리고 쁘레보는 "시문기"곁에서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그가 어느 대상에게 발견됐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나는 되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우선 사람이나 불러보자.

"어어이!"

제기랄, 이 지구에는 누가 살고 있어야 할 게 아닌가...
"어어이! 인간들아!"

나는 목이 쉰다.

이제는 목소리도 나질 않는다.

이렇게 소리지르는 나 자신이 우습게 느껴진다.

한번 더 던져본다.

"인간들아!"

그것은 과장되고, 귀 거슬리는 소리로 되울려 온다.
그래서 나는 되돌아선다.

2시간을 걷고 난 후 나는 쁘레보의 불꽃을 발견했다.

그것은 내가 길을 잃은 줄로만 알고 겁을 먹은 쁘레보가 하늘로 올린 불이었다.

아아! 나는 또 그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아직도 걷기를 1시간.... 아직도 5백 미터...

아직도 1백 미터. 아직도 5십 미터...

"아!"
나는 깜짝 놀라서 우뚝 섰다.

기쁨이 내 가슴에 넘쳐나려 해서 나는 그 격렬함을 간신히 억누른다.

화롯불에 비쳐진 쁘레보가 엔진에 등을 기대 선 두 아랍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아랍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아직도 나를 보지 못했다.

그는 자기 기쁨에만 마음이 쏠려 있다.

아아! 만일 내가 그처럼 기다리고 있었더라면...

나는 벌써 해방됐을 게 아닌가! 나는 반갑게 소리친다.

"어어이!"
두 유목인이 소스라쳐 나를 쳐다본다.

쁘레보가 그들을 떠나 혼자서 내게로 달려온다.

나는 팔을 벌린다. 쁘레보가 내 팔꿈치를 부축한다.

그럼 내가 쓰러지려 했던가? 나는 그에게 말한다.

"이젠 됐군"
"뭐가요?"
"아, 아랍인들이!"
"무슨 아랍인들이?"
"저기 아랍인들 말야. 자네하고 같이 있던...."

쁘레보가 이상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그래서 나는 그가 하는 수 없이 중대한 비밀을 털어놓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랍인은 없어요."


정말이지, 이번엔 내가 우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