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대지25. - 쌩 떽쥐뻬리
[6] 사막에서
쁘레모는 눈을 한 곳에 박고 벌써 멀어져 간다.
이런 지상의 유혹을 나는 알고 있다.
그것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하긴 기관차 밑으로 곧바로 뛰어드는 몽유병자도 있긴 하지."
쁘레보가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이 공허한 현기증에 사로잡혀 다시는 되돌아설 수가 없으리라.
그래서 조금 더 먼 곳에서 쓰러질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죽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모두가 얼마나 하찮은 일들인가!
나는 내게 생긴 이러한 무관심을 아주 좋지 않은 징조라고 느꼈다.
전에 물에 빠져 죽게 되었을 때도 나는 똑같은 평화로움을 느꼈다.
그런데 나는 이 조용한 기분을 이용해서 돌 위에 배를 깔고 엎드려 유서를 쓰기로 했다.
내 글은 퍽 아름답다. 아주 품위가 있다.
나는 그 글에 지혜로운 충고들을 잔뜩 써넣는다.
나는 그것을 다시 읽어 보며, 막연한 자만의 기쁨을 느낀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정말 훌륭한 유서다.!
이런 사람이 죽었다는 것은 참 애석한 일이다!"
나는 또 내가 어느 지경에 다다랐는지 알고 싶다.
나는 입 속에 침을 모아보려고 애쓴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나는 침을 뱉지 않았던가?
이미 침은 없다.
입을 다문 채 있노라면 끈적끈적한 것이 입술을 봉한다.
그것은 말라붙어 입밖에 단단한 덩어리를 만든다.
그러나 아직은 삼키려는 시도에 성공한다.
그리고 아직은 눈이 조금도 부시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 눈부시게 되면 내 목숨은 두 시간뿐이다.
밤이 되었다.
어젯밤보다 달이 커졌다.
쁘레보는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드러누워 이 명백한 사실들을 곰곰 생각해 본다.
나는 내 속에서 어떤 오래된 인상을 발견해 낸다.
나는 그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밝혀 보려고 애쓴다.
나는 그때...
나는 그때...
나는 그때 배를 타고 있었다!
나는 남아메리카로 가는 중이었는데 이렇게 상갑판 위에 누워 있었다.
마스트 끝이 별들 가운데에서 느리게 가로 세로 흔들리고 있었다.
여기에는 마스트는 없지만, 나는 역시 배를 타고 가고 있다.
내 노력과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가는 배를,
노예 상인들이 나를 묶어서 배 위에 던졌던 것이다.
나는 돌아오지 않는 쁘레보 생각을 한다.
나는 그가 단 한 번도 불평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그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투덜거리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쁘레보는 남자다.
아니!
내게서 5백 미터쯤 되는 곳에서 그가 등불을 흔들고 있지 않은가!
자기의 발자국을 잃어버린 모양이다!
나는 그에게 응답할 등불이 없다.
나는 일어나서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그는 듣지 못한 것 같다.
두 번째 등불이 거기서 2백 미터쯤 떨어진 곳에 켜진다.
그리고 세 번째 등불이, 아아니, 이건 수색꾼이다.
나를 찾고 있는 것이다! 나는 소리 지른다.
"어어이!"
그러나 못들은 모양이다.
3개의 등불은 자꾸 부르는 신호를 한다.
나는 돌지 않았다.
오늘 저녁은 기분도 좋다.
마음도 평온하다.
나는 주의 깊게 바라본다.
역시 등불이 3개, 5백 미터 거리에 있다.
"어어이!"
그러나 여전히 듣지 못한 모양이다.
이때 나는 잠시 공포에 사로잡힌다.
내가 경험한 유일한 공포, 아! 나는 아직도 뛸 수가 있다.
"기다려라...기다려...." 아, 그들이 돌아가려고 한다!
멀어져 간다,
딴 데를 찾으러. 나는 쓰러질 것 같다!
생명의 문턱에서 쓰러지려 한다.
나를 받아들여 줄 팔들이 바로 저기까지 와 있었는데!
"어어이! 어어이!"
"어어이!"
내 소리에 응답했다.
나는 숨이 막힌다.
숨이 막히는데도 나는 여전히 달린다.
소리 나는 쪽으로 달린다.
"어어이!"
쁘레보를 보자 나는 쓰러지고 만다.
"아아! 그 등불들을 봤을 땐!"
"무슨 등불을?"
그렇다, 그는 혼자다.
이번에는 아무런 절망도 느끼지 않았으나, 희미한 분노가 인다.
"그래 자네 호수는?"
"내가 가면 갈수록 멀어져 갔어요.
나는 30분 동안을 그쪽으로 걸어 갔지만, 더 멀어졌어요.
되돌아왔어요. 그러나 지금도 그것이 호수였다는 건 확실해요."
"자네 돌았군. 완전히 돌았어. 아! 왜 그런 짓을 했지. 왜?"
그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왜 그런 짓을 했단 말인가?
나는 분해서 울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왜 분해하는지 나는 모른다.
쁘레보가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설명한다.
"하도 마시고 싶어서...당신 입술도 이렇게 희잖아요.!"
아아! 내 분노가 사그라진다.
나는 잠에서 깬 것처럼 내 이마를 문지른다.
그리고 나는 슬퍼진다.
그래서 나는 조용 조용히 이야기한다.
"나는 보았네. 자네를 본 것처럼, 분명히 난 봤어.
틀림없이 등불 셋을...쁘레보, 난 그걸 봤었네!"
쁘레보는 우선 잠자코 있다가 마침내 이렇게 자백한다.
"그래요, 일은 더 안돼 가는 모양이오."
수증기 없는 대기 아래서는 땅은 빨리 열을 발산한다.
벌써 몹시 춥다. 나는 일어서서 걷는다.
그러나 이내 참을 수없이 몸이 떨려온다.
수분이 빠진 내 피는 순환이 나빠져서 얼음 같은 추위가 뼈에까지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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