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대지24. - 쌩 떽쥐뻬리
[6] 사막에서
(6)
물 없이 여기서 열 아홉 시간은 살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엊저녁 이후 무엇을 마셨던가?
새벽에 이슬 몇 방울 뿐! 하기는 북동풍이 여전히 불어 우리의 증발을 약간 늦추어 준다.
이 바람막은 또한 구름의 높다란 건축물들을 하늘에 마련해 준다.
아아!
저 구름이 우리 있는 데까지 떠내려 올 수 있다면, 비가 올 수만 있다면!
그러나 사막에는 절대로 비가 오지 않는다.
"쁘레보, 낙하산을 삼각형으로 자르세.
그 덫을 돌멩이로 땅바닥에 매어놓자.
새벽에 바람만 바꾸지 않는다면 헝겊을 짜서 가솔린 탱크에 이슬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우리는 별 아래에다 여섯 개의 흰 덫을 늘어놓았다.
쁘레보는 탱크 하나를 뜯어냈다.
이제 우리는 날이 새기만 기다릴 뿐이다.
쁘레보가 파편들 속에서 기적적인 오렌지 한 개를 발견했다.
우리는 그것을 분배한다. 나는 기뻐서 가슴이 막힐 것 같다.
그러나 20리터의 물이 필요한 판에 이것은 너무나 조금이다.
우리의 밤뿐. 옆에 드러누워 나는 이 빛나는 과일을 쳐다보며 혼잣말을 한다.
"사람들은 한 개의 오렌지가 어떤 것인지를 모른다."
나는 또 말한다.
"우리는 사형을 선고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확실한 사실이 내 기쁨을 앗아가지는 못한다.
내 손에 쥔 이 반쪽의 오랜지가 내 일생에서 가장 큰 기쁨의 하나를 가져다준다."
나는 반듯이 누워서 내 과일을 빤다.
나는 별똥별을 센다
잠시 동안 나는 한없이 행복하다.
그래서 또 혼잣말을 한다.
"우리가 그 질서 속에서 살고 있는 이 세계란 것은
자기 자신이 그 속에 갇혀 보지 않고서는 헤아릴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오늘에야 비로소 사형수의 한 잔의 럼주와 한 대의 담배의 뜻을 이해한다.
나는 왜 그가 그런 하찮은 것을 받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숱한 기쁨을 맛보는 것이다.
그가 만약 미소라도 지으면 사람들은 그를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럼주를 마신다는 것에 미소짓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른다.
그가 원근법을 바꾸어, 그 마지막 시간을 가지고 인간의 일생을 삼았다는 것을....
우리는 굉장한 양의 물을 받았다.
아마 2리터는 될 것이다.
갈증은 끝났다!
우리는 살아났다.
자아 마시자!
나는 주석 컵으로 탱크 속에서 물을 푼다.
그런데 이 물이란 게 고운 연두 빛이었는데,
첫 모금부터 지독한 맛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갈증에 이렇게 괴로워하면서도
첫 모금을 다 마시기 전에 일단 숨을 돌이켜 쉬어야만 했다.
흙탕물이라도 마실 것 같은데도,
이 독 섞인 금속의 맛만은 내 갈증보다 더 지독하다.
쁘레보 쪽을 보니,
그는 무엇을 열심히 찾기라도 하듯이 땅바닥에 눈길을 박은 채 빙빙 맴을 돌고 있다.
갑자기 엎어지더니 여전히 맴돌면서 토한다.
30초 후, 이번엔 내 차례다.
나는 너무나도 경련이 심해서 무릎을 꿇고, 손가락을 모래 속에 찔렀다.
우리는 말도 없이 15분 동안 이렇게 몸을 뒤틀고 있었다.
이제는 약간의 담즙밖엔 토해내지 못하면서...
겨우 끝났다.
이제는 은근한 구역질만 느낄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마지막 희망조차 잃어버렸다.
나는 이 실패가 낙하산의 도료 때문인지,
아니면 탱크에 끼인 탄소염화물 때문인지 알 수 없다.
다른 그릇이나 다른 천을 썼어야 했다.
자아, 그러면 서두르자! 곧 날이 샌다.
출발하자!
우리는 이 저주받은 언덕을 떠나 큰 걸음으로 똑바로 쓰러질 때까지 걸어갈 작정이다.
안데스 산맥 속에서의 기요메의 전례를 따르는 것이다.
어제부터 나는 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사람들이 이제는 우리를 찾아오지 않으리라 단념하고,
비행기 잔해 곁에 있어야 한다는 엄중한 명령을 나는 어긴다.
다시 한번 우리가 난파자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한다.
난파자란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침묵에 위협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미 무서운 과실로 인해 비탄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향해 달려가지 않을 수 없다.
기요메도 안데스의 조난에서 돌아와서 내게 말했었다.
그가 난파 자들 쪽으로 달려온 것이라고.
이것은 하나의 세계적 진리이다.
"내가 만약 이 세상에 혼자였다면 그냥 누워버렸을 거네."
"쁘레보가 내게 한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동북동을 향해 똑바로 걸어간다.
만약 우리가 나일강을 넘어서 있다면,
우리는 지금 한 걸음 한 걸음 더 깊숙히
아라비아 사막 안쪽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이 하루에 대해서 더는 생각나지 않는다.
생각나는 것은 서둘렀다는 것뿐이다.
온갖 것에 대한 서두름, 내가 쓰러지는데 대한 서두름.
신기루에 진저리가 나서 땅바닥을 내려다보면서 걷던 것도 생각난다.
때때로 우리는 나침반으로 우리의 방향을 바로잡았다.
또 가끔 숨을 돌리기 위해 드러누웠다.
나는 또 밤에 대비해서 간직하고 있던 레인코우트를 어딘가에서 내버렸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모른다.
내 기억은 서늘한 저녁이 와서야 다시 이어진다.
나는 또한 모래와 같이 모든 것이 내 속에서 지워져 버렸다.
해가 지자 우리는 야영을 하기로 한다.
더 걸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물 없이 이 밤을 넘길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우리는 낙하산 천의 덫을 가지고 왔다.
그 독이 도료에서 온 것이 아니라면 내일 아침이면 우리는 물을 마실 수가 있다.
한 번 더 별 아래에 이슬 잡는 덫을 펴놓아 보자.
그런데 북쪽 하늘에 오늘밤엔 구름이 없다.
게다가 바람의 맛이 달라 졌다.
바람의 방향도 바뀌었다.
벌써 사막의 뜨거운 입김이 우리 몸을 스친다.
이것은 맹수의 깨어남이다!
그것은 우리 손과 얼굴을 핥는 것을 나는 느낀다.
나는 더 이상 걷는댔자 10킬로 미터도 못갈 것이다.
사흘 전부터 마시지도 않고 80킬로 이상을 걸어왔으니...
그런데 막 멈춰 서려는 순간이었다.
"저건 틀림없는 호수요!"
쁘레보가 말한다.
"자네 돌았군!"
"이 시간에, 이 황혼에도 신기루가 있단 말이오?"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나는 오래 전부터 내 눈을 믿기를 단념해 왔다.
저게 신기루가 아니라면 우리의 광기가 만들어 낸 것이 틀림없다.
어떻게 쁘레보는 아직 그런 걸 믿는단 말인가?
쁘레보가 고집을 부린다.
"20분이면 돼요. 내가 가보겠어."
그 고집에 나는 화가 치민다.
"가보게나. 바람이나 쐬고 오게....
건강에 좋을 거니까. 만일 자네의 호수가 있다 하더라도 짠물일 걸세.
그거나 알아두게. 짜든 안짜든 아주 먼 데 있을 걸.
그리고 도대체 그런 있을 수 없네."
'━━ 감성을 위한 ━━ > 세계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의 대지26. - 쌩 떽쥐뻬리 (0) | 2011.02.20 |
---|---|
인간의 대지25. - 쌩 떽쥐뻬리 (0) | 2011.02.19 |
인간의 대지23. - 쌩 떽쥐뻬리 (0) | 2011.02.17 |
인간의 대지22. - 쌩 떽쥐뻬리 (0) | 2011.02.16 |
인간의 대지21. - 쌩 떽쥐뻬리 (0) | 2011.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