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성스러운 생명.
사람을 죽이는 것이 나쁜 까닭은
그 행위가 단순히 크나큰 가치를 지닌 어떤 것을 파괴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죽이는 사람에게 그럴 권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주장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사용상 가치와 내재적 가치의 차이를 옳게 설명하려면
내재적 가치를 지닌 생명은 ‘단순한 사물’이 지니지 못한,
자기 생명의 소유권을 지니고 있음을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구별의 문제를 좀 더 살펴보자.
인간이 자신의 행위에 한계를 설정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명에 대한 권리를 지니기 때문이다.
내게 어떤 것에 대한 권리가 있다면,
다른 사람들은 나를 특정한 방식으로 대우해야 하거나
특정한 방식으로는 대우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
예를 들어, 내게 투표할 권리가 있다면 국가는 내게 투표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국가는 내가 투표하는 것을 막지 말아야 하고,
긍정적으로 말하자면 국가는 내게 권리행사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내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면 국가는 내게 교육받을 기회를 줄 의무가 있다.
내게 언론 자유의 권리가 있다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발표하거나 출판하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 없다.
또한 내가 내 생명에 권리가 있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 생명을 앗아가서는 안 될 의무가 있다.
권리가 사람들에게 무엇이 허용되지 않는지를 알려줄 때,
그들은 ‘손대지 마시오’라는 경고문 앞에 선 것처럼 행동한다.
권리가 어떤 것을 놔두라고 명령한다.
본질적이건 내재적이건, 인간의 생명이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말은
인간이 곧 생명의 권리를 지닌다는 말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