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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2부 25 - John Bunyan

Joyfule 2008. 9. 1. 08:31

       천로역정 2부 25 -  John Bunyan  
그때 ‘위대한 마음’이 아이들에게 말했다. 
"자, 귀여운 꼬마들아. 기분이 좀 어떠냐? 
이제 순례의 길을 간다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니?" 
막내가 말했다. 
"아저씨, 전 너무 힘들어서 죽을 뻔했어요. 
그런데 그때 마침 제 손을 잡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야 전에 어머니께서 제게 해주셨던 말이 생각납니다. 
어머니는 하늘나라에 가는 길은 사다리를 올라가는 것과 같고, 
지옥으로 가는 길은 언덕을 내려가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언덕을 내려가 죽느니 
사다리를 올라가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자비심이 말했다. 
"하지만 속담에 '언덕을 내려가는 것이 쉽다.'는 말이 있지." 
그 말에 막내아이인 제임스가 말했다. 
"제 생각에는 언덕을 내려가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 될 그날이 올 것 같습니다." 
"영리한 아이로구나." 
안내자가 말했다. 
"네가 자비심의 말에 옳게 대답했다." 
그러자 자비심은 미소를 띠었고 아이는 얼굴을 붉혔다. 
크리스티아나가 말했다. 
"자, 앉아서 쉬는 동안에 입맛이라도 돋우게 뭐 좀 먹겠니? 
통역관의 집 문을 나설 때 그분이 내 손에 쥐어준 석류 알 하나가 여기 있다. 
그분은 또한 꿀 한줌하고 작은 병에 술도 담아주셨단다." 
자비심이 말했다. 
"그때 그분이 당신을 옆으로 잠깐 데리고 가는 것을 보고 
나는 무엇인가 주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요. 그분이 주셨어요. 
하지만 자비심 양. 우리가 처음 집을 떠날 때 내가 약속한 것을 지켜야겠군요. 
당신이 기꺼이 내 동행자가 돼주셨으니 내가 모든 것을 당신과 나누겠어요." 
크리스티아나가 말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그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주었다. 
자비심과 아이들도 함께 음식을 먹었다. 
크리스티아나가 위대한 마음에게 말했다. 
"함께 좀 드시겠습니까?"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들은 순례의 길을 계속 가야 하는 사람들이지만 나는 곧 돌아갈 몸이오. 
그 음식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는 그런 음식을 집에서 매일 먹는답니다." 
음식을 먹고 마신 후 조금 잡담을 나누고 나자 안내자가 그들에게 말했다. 
"날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길 떠날 준비를 합시다." 
그래서 그들은 아이들을 앞세우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크리스티아나는 그만 술병을 가져오는 걸 깜빡 잊고 말았다. 
그녀는 어린 아들에게 되돌아가서 그것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그러자 자비심이 말했다. 
"여기는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곳인가 봐요. 
크리스찬께서는 여기에서 두루마리를 잃어버리셨고 
크리스티아나께서는 술병을 잊어버리고 오셨으니 말입니다. 
선생님, 이건 무슨 까닭이죠?" 
그러자 그들의 안내자가 대답했다. 
"그 원인은 잠과 건망증이지요.
어떤 사람은 깨어 있어야 할 때 잠을 자고, 
어떤 사람은 기억해야 할 때 잊어버리는 일이 이따금 있지요. 
바로 이 때문에 휴식처에서 순례자들이 간혹 뭔가 잃어버리곤 한답니다. 
순례자들은 가장 기쁜 순간에도 
전에 받았던 물건들을 잘 간수하고 기억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해서 가끔 그들의 즐거움은 눈물로 끝나고 
유쾌한 마음은 우울증으로 바뀌곤 하지요. 
이곳에서 크리스찬이 당했던 이야기가 바로 내 말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불신과 겁쟁이가 사자가 무서우니 되돌아가라고 
크리스찬을 유혹하던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곳에는 처형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처형대 앞 길 쪽으로 널찍한 게시판이 하나 서 있었는데, 
그 게시판 위쪽에는 시가 한 수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왜 그곳에 처형대를 설치하게 되었는지 설명되어 있었다. 
그 시는 다음과 같았다. 
            이 처형대를 보는 자, 
            그 마음과 혀를 삼갈 일이다. 
            만일 그러지 아니하면 
            예전에 벌 받은 이들처럼 여기에서 
            처형을 당할 것이니. 
그 시 아래쪽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