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당신의 아이를 칭찬하는 방법
지은이: 세키네 마사아키
제4장 칭찬할 때 배려해야 할 것
1편 함께 달린다는 것은 상대를 인정하고 잘 살펴 칭찬하는 것
3. 보이지 않는 동반
체육대회를 치르며 나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달려 주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
이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동반도 얼마든지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 사건이 있었다.
나는 매일 아침 7시 50분이면 교문을 들어선다.
역에서 학교까지가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그 골목길에서 나와 엇갈려 지나가는 학생을 한 명 만난다.
이 학생은 학교와는 반대방향으로 걸어가곤 했다.
그 학생이 교문을 달려나갈 때도 몇 차례나 있었다.
학생들의 등교시간은 8시 30분이기 때문에
이 학생은 일단 학교에 갔다가 다시 나오는 것이 틀림없었다.
"안녕하세요?"
"안녕."
바쁜 아침시간이기에 서로 인사만 하고 스쳐 지나가곤 했다.
처음에는 준비물을 잊고 와서 가지러 가는 줄 알았다.
그러나 같은 행동이 매일 반복되자 난 무슨 일인가 궁금해졌다.
그날 아침에도 같은 시각에 똑같은 장소에서 그 학생과 마주쳤다.
무척 추운 아침이었다.
"안녕하세요?"
"안녕."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아침마다 어디를 그렇게 가냐?"
내가 물었다.
"저, A를 데리러 가요."
나는 깜짝 놀랐다.
"아, 그래? 수고하는구나."
나는 이 말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런 후에 나는 학교를 향해서, 그리고 그 학생은 A의 집을 향해서 걸어갔다.
A는 무단결석이 잦은 학생이었다.
최근에 들어서야 간신히 학교를 다시 나오기 시작했는데
A가 다시 학교에 나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나는 A가 학교에 나오게 된 것이 담임인 Y교사 덕분인 줄 알았다.
매일 아침 스쳐 지나가는 이 학생의 숨은 노력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놀라움보다는 감동을 느꼈다.
담임인 Y선생의 말로는 그 학생은 매일 아침 7시 40분에 학교에 와서
교실에 가방을 놓고, 자기 집과는 반대방향에 있는 A의 집까지
15분이나 걸어서 A를 데리러 간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반년이나 계속된 일이라고 했다.
A는 중학교 2학년인데 1학년 2학기부터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교사는 학생에게 무언가 알 수 없는 일이 생기면 그 이유를 곧바로 알고 싶어한다.
원인을 알아야만 마음이 놓이는 것이다.
A가 무단결석을 할 만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궁금했다.
A는 자전거를 좋아해서 작년 여름에는 자전거 종주대회에 단독으로 참가해서 완주를 했다.
자전거 종주대회에 참가하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하고,
협회에 편지로 참가신청을 알리는 등 각종 절차를 밟았다.
그리고 A는 비행기로 현지로 날아가 그 자전거를 타고
며칠 동안 어른들과 함께 자면서 완주를 했다는 이야기다.
A의 어디에 그런 활동력이 숨어 있었는지 신기했지만,
이 아이가 학교에 오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대부분의 교사는 그렇게 활동적인 아이가 학교에 오기를 꺼린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게으르다는 둥, 주변 사람들이 너무 잘해 줘서 그렇다는 둥 비판이나 비난을 퍼붓는다.
그러나 아무리 비난과 비판을 퍼붓더라도
A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집에 틀어박혔던 A가 대문을 나서기까지 담임 선생님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그리고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 아침마다 A의 집으로 데리러 가는 K가
얼마나 정성을 기울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A가 다시 등교를 시작한 것이다.
K는 바로 A의 동반자 역할을 했다.
체육대회에서 보았던 동반자와는 달리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동반자였다.
더구나 교장인 나까지도 몇 개월이나 지나서 알았다.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동안 K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아니 아무도 모르도록 조심하면서
자기 집과는 정반대 방향에 사는 A를 데리러 다녔다.
K의 동반이야말로 참된 봉사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머리가 절로 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