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 Webster
Daddy Long Legs
그리운, 그리운 저비 펜들턴 스미스 키다리아저씨께
목요일 아침에
어제 저녁은 주무셨나요?
저는 못 잤습니다.
한숨도요.
너무 놀라서 흥분되고, 머리가 혼란스럽고, 그리고 행복해서요.
앞으로도 두 번 다시 잠이 올 것 같지 않아요.
먹지도 못할 것 같아요.
하지만 당신은 주무셨겠죠?
주무셔야 해요.
그래야 더 빨리 좋아져서 저한테 올 수 있잖아요?
나의 저비스 씨,
당신의 건강이 그렇게 나빴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파요.
그런데도 저는 그 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어제, 의사 선생님이 저를 배웅하며 마차에 태워주셨을때 그러시더군요.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3일 동안 단념했었다구요.
아아, 만약 그런 일이 생겼다면 제게 있어
이 세상은 질흙같은 어둠이 되었을 거에요.
결국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만요.
멀고 먼 훗날에요.
두 사람중 어느 한 쪽이 먼저 이 세상을 떠나게 되겠지요.
하지만 그 때는 적어도 두 사람이 함께 행복을 맛본 후일 테니까요.
혼자 남겨져도 즐거운 추억에 의지해 살아갈 수가 있을 거에요.
당신을 기운나게 하려고 펜을 들었는데 오히려 제 자신이 기운을 차려야겠어요.
왜냐하면 저는 지금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을 정도로 행복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전과는 다른 사람처럼 진지한 기분이기 때문이에요.
아저씨 신상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어두운 그림자처럼 끊임없이 제 가슴을 조여오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언제나 철없고, 태평스럽고, 제멋대로 살아 왔어요.
그것은 제게 잃어서는 안 되는 귀중한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이제부터 저는 앞으로 일생 동안 큰 걱정거리를 안게 되었어요.
당신이 곁에 없을 때면 자동차 사고라도 당하는 것은 아닌지,
간판이 머리 위에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글거리는 무서운 병균을 모르는 사이에 먹게 되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걱정하게 되었으니까요.
제 마음의 평화는 영원히 사라져 버렸어요.
그렇지만 저는 어차피 그저 평범한 평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괜찮아요.
부디 빨리빨리 회복해 주세요.
당신을 곁에 두고 당신을 만져보고 꿈이 아닌지 확인해 보고 싶어요.
두 사람이 함께 있던 그 30분은 정말 짧았어요!
전 꼭 꿈을 꾼 것 같아요.
하다 못해 제가 당신의 친척 중 한 사람이라면
(재종형제의 재종형제라도 좋아요) 매일 문병을 가서 책도 읽어주고,
베개도 부풀려주고, 이마에 잡힌 작은 주름도 펴주고,
입끝의 주름을 인상좋고 명랑한 미소로 보이도록 해줄수 있을 텐데요.
그런데 당신은 벌써 밝아지셨죠?
어제 제가 돌아올때는 이미 쾌활했어요.
의사 선생님이 제게 그러셨어요.
"당신은 분명히 좋은 간호사인 것 같소.
당신이 온 후 펜들턴 님은 10년은 젊어진 것 같소." 라구요.
누구나 사랑을 하면 10년이 젊어진다고 한다면 좀 곤란해요.
당신은 만약 제가 12살짜리 소녀라도 역시 저를 사랑해 주시겠어요?
어제는 정말 멋진 하루였어요.
설령 99살까지 오래 살게 된다해도 어제 있었던 일은 한 가지도 잊지 못할 거에요.
새벽에 록 윌로우를 떠난 소녀가 밤에는
전혀 다른 소녀가 되어 록 윌로우에 돌아온 거에요.
셈플 씨 부인이 새벽 4시 반에 깨워 주셨어요.
캄캄한 어둠 속에서 눈을 뜨자, 순간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오늘 키다리 아저씨를 만나러 가는 거다!'라는 거였어요.
부엌에서 촛불에 의지해 아침 식사를 마친후,
역까지 5마일, 실로 비할 데 없는 호화로운 색채를 띤
10월의 가을 풍경 속을 마차로 달렸어요.
도중에 태양이 떠올랐어요.
늪의 단풍나무와 층층나무가 아침 햇살을 받아 불타는 듯 보였고,
돌담이나 옥수수 밭도 은빛 서리를 맞아 햇빛에 반짝였고,
그리고 대기는 살갗을 찌를 듯 맑고 투명해 희망에 차있었어요.
뭔가 좋은 일이 분명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내내 레일은 '너는 키다리 아저씨를 만나러 가는 거야'
라고 노래하고 있었지요.
그 소리가 저를 안심시켜 주었어요.
'아저씨라면 괜찮아, 무엇이든 잘 해결해 주실거야.'라고 믿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어딘가에서 또 한 사람이
ㅡ 키다리 아저씨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ㅡ
나를 만나려고 기다리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리고 왠지 이 여행이 끝나기 전에 그분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됐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