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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ddy Long Legs - Jean Webster 終

Joyfule 2017. 10. 17. 23:55
    
    
     Jean Webster
     Daddy Long Legs
    
     그리운, 그리운 저비 펜들턴 스미스 키다리아저씨께  
    매디슨 가의 저택에 도착해 보니 너무 크고, 칙칙한 색을 띠고 있어 
    위압적이어서 도저히 안에 들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용기를 얻기 위해 한 구획을 한 바퀴 돌았지요.
    하지만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요.
    당신의 집사는 아주 인상이 좋고 친절하신 아저씨 였어요.
    금방 제 기분을 풀어주시더군요.
    "애버트 양이십니까?" 라고 물으시길래 
    "네, 그렇습니다." 라고 대답했지요.
    결국 "스미스 님은 계신가요?" 라고 묻지 않아도 되었어요.
    응접실에서 "기다려 주세요." 라고 그분은 말했어요.
    아주 차분하고, 호화롭고, 남자가 쓰는 방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큰 가죽 의자 끝에 앉으면서 마음 속으로 이렇게 말했어요.
    '드디어 키다리 아저씨를 만날 수 있다!' 라고.
    드디어 집사가 돌아와서 서재로 들어가라고 하더군요.
    너무 흥분해 있었기 때문에 정말로 다리가 떨려서 일어날 수 없을 정도였어요.
    문까지 오자 집사는 돌아보며 작은 소리로 이렇게 말했어요.
    "주인님은 대단히 병이 깊으십니다.
    오늘 비로소 일어나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부디 이야기를 너무 오래 하여 주인님이 흥분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그 말에서 이 사람이 아저씨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좋은 아저씨에요.
    집사는 문을 노크하고, 
    "애버트 양입니다." 라고 말했어요.
    제가 방안으로 들어가자 뒤에서 문이 닫혔어요.
    환하게 불이 켜져 있던 홀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방 안은 너무 어두워서 
    잠시 동안 아무것도 알아볼수가 없었어요.
    드디어 큰 안락의자가 난로 앞에 있고, 그 옆에 반짝이는 테이블과 
    약간 작은 의자가 놓여 있는 것이 보이더군요.
    그리고 남자가 그 큰 의자에 앉아서, 등에 베개를 대고, 
    무릎에 모포를 걸치고 있는 것이 보였어요.
    제가 부디 그대로 앉아 계시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 분은 일어나셨어요.
    조금 몸이 비틀거리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의자 등을 잡고 몸을 지탱하며 그저 묵묵히 제 얼굴을 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ㅡ 그리고 ㅡ 당신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하지만 그래도 저는 무슨 일인지 확실히 깨닫지 못했어요.
    아저씨가 저를 깜짝 놀라게 하실 생각으로 당신을 불러 온 거라고 생각했죠.
    그러자 당신은 큰 소리로 웃으시고, 손을 뻗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귀여운 주디, 내가 키다리 아저씨라는 것을 몰랐나?"
    순간 모든 것이 분명해지더군요.
    전 어쩌면 그렇게 바보였을까요!
    제가 조금만 더 지혜로웠다면 
    알 수 있었을 정도로 많은 세세한 증거가 있었을 텐데 말이죠.
    도저히 저는 명탐정은 되지 못할 거에요.
    아저씨? 저비? 라고 불러도 될까요?
    저비라고 불러서는 실례가 될 것 같아요.
    저는 당신에게 절대로 실례를 범할 수는 없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들어오시고, 
    제가 돌아갈 때까지 30분 동안은 정말로 즐거웠어요.
    너무 제정신이 아니어서 잘못했으면 센트 루이스행 기차를 탈 뻔 했어요.
    그리고 당신도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제게 차를 주시는 걸 잊으셨잖아요.
    그렇지만 우리 두 사람 다 정말 행복했지요?
    어두워진 후 록 윌로우에 마차로 돌아왔어요.
    하늘의 별이 어쩌면 그렇게 빛나던지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코린을 데리고 당신과 함께 갔던 
    장소를 빠짐없이 돌아보면서 그 때 당신이 한 말이나, 당신의 모습을 떠올렸어요.
    오늘 아침의 숲은 청동색으로 빛나고, 대기는 서리를 품고 있어요.
    산을 오르기에는 안성맞춤인 날씨죠.
    당신이 이 곳에 잇어서 저와 함께 산을 오르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당신이 없어서 쓸쓸해 견딜 수가 없어요.
    하지만 이 쓸쓸함 속에는 행복이 깃들어 있어요.
    이제 곧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요.
    두 사람은 이제야말로 정말로 서로의 것이 되는 거에요.
    제가 드디어 누군가의 것이 되다니 이상하지요?
    왠지 정말로 정말로, 즐거운 기분이에요.
    앞으로는 단 일초라도 당신이 어리석은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할 것에요.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당신의
    주디 올림.
    추신 ㅡ 이것은 제가 처음 쓴 사랑의 편지에요.
    제가 사랑의 편지를 쓸 줄 알다니 이상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