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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 디컨의 어머니 3

Joyfule 2018. 1. 14. 22:37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디컨의 어머니 3  
     
    담쟁이 덮인 벽에 난 문이 부드럽게 열리더니 어떤 여인이 한 명 들어왔다.
    여인은 우리들이 노래의 마지막 소절을 부르고 있을 때 
    들어와서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이며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등 뒤의 담쟁이 나무 사이를 떠돌며 들어와 여인의 푸른 망토 위에 
    어른거리는 햇살, 초록 나무들 저편에서 미소 짓는 선하고 산뜻한 얼굴,
    여인의 모습은 콜린의 책에 나오는 부드러운 색깔의 삽화 같았다.
    애정이 듬뿍 담긴 멋진 눈은 모든 것을 다 이해하는 듯했다.
    그들 모두, 심지어 벤과 동물들, 활짝 핀 꽃들까지도 별안간 
    나타나기는 했니만 여인은 아무에게도 침입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디컨의 눈이 등불처럼 환히 빛났다.
    "엄니여! 바로 우리 엄니여!"
    디컨은 외치더니 잔디밭 저편으로 뛰어갔다.
    콜린도 그쪽으로 향했고 나도 뒤를 따랐다.
    두 아이 다 맥박이 빨리 뛰는 것을 느꼈다.
    "엄니여!"
    길 중간에서 그들이 만났을 때 디컨이 말했다.
    "너희들이 엄니를 보고 싶어 하는 줄 알고 문이 숨겨진 자리를 알려드렸제."
    콜린이 수줍지만 왕족처럼 위엄 있는 태도로 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콜린의 눈은 디컨 어머니의 얼굴을 집어삼킬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아팠을 때도 만나고 싶었어요."
    콜린이 말했다.
    "아주머니와 디컨과 비밀의 화원을요.
    그전에는 어떤 사람도, 무엇도 만나고 싶었던 적이 없었는데."
    위로 쳐든 콜린의 얼굴을 보자 디컨 어머니의 얼굴에도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났다.
    "아! 아가!"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불쑥 말했다.
    "아, 아가!"
    어머니 본인도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던 듯했다.
    어머니는 '콜린 도련님'이라고 하지 않고 무척 갑작스럽게 '아가'라고 불렀다.
    ​어머니는 디컨의 얼굴에서도 마음에 와 닿는 면을 보았더라면 
    그처럼 똑같이 불렀을 것 같았다.
    콜린은 그렇게 불러 준 게 마음에 들었다.
    "내가 아주 튼튼해서 놀랐어요?"
    콜린이 물었다.
    어머니는 한 손을 콜린의 어깨 위에 올리고 물기 어린 흐릿한 눈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려, 놀랐제!"
    어머니가 말했다.
    "그렇지만 참말로 어머니랑 닮아서 내 심장이 다 뛰는구먼."
    "그럼 어떻게 생각하세요?"
    콜린이 약간 어색하게 물었다.
    "이제 아버지가 나를 좋아할까요?"
    "아, 그럼, 물론이지. 얘야."
    어머니는 대답하며 어깨를 부드럽게 살짝 토닥였다.
    "집에 오셔야 할 건데, 집에 오셔야 혀."
    "수전 소워비."
    벤이 가까이 다가왔다.
    "도련님 다리를 좀 볼쳐?
    두달 전만 해도 양말 신은 닭 다리 같았구먼.
    사람들이 밖으로 휘었다든가 안으로 굽었다든가 하며 수근거렸는디.
    지금 자네가 한 번 봐!"
    수전 소워비는 편안하게 웃었다.
    "조금 있으면 힘센 남자애 다리처럼 튼튼해지겠구먼요."
    소워비 부인이 말했다.
    "정원에서 계속 놀고 일하고 양껏 먹고 신선하고 달콤한 우유를 
    꿀꺽꿀꺽 들이키면조만간 요크셔에서 이보다 더 튼튼한 다리는 없게 될 거여요.
    주님께 감사할 노릇이제."
    ​소워비 부인은 두 손을 나의 어깨 위에 놓고 
    어머니 같은 태도로 조그만 얼굴을 훑어보았다.
    "아기씨도 그렇구먼!"
    부인이 말했다.
    "우리 리자베스 엘런멩키로 낯빛이 좋아졌네.
    아기씨도 어머니랑 똑 닮았을 거여.
    우리 마사 말로는 메들록 부인이 들었는데 ​
    아기씨 어머니가 아주 고운 분이셨다던디.
    아기씨도 어른이 되면 분홍 장미처럼 활짝 필 거여.
    꼬마 아기씨에게 축복을."
    ​부인은 마사가 '휴일'에 집에 와서 노리끼리한 
    못생긴 아이 외양을 묘사하면서 메들록 부인이 무슨 말을 들었던 간에 
    자기는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고운 마님이 그처럼 못난 아이의 어머니라니 말이 안 되지 뭐여요."
    마사는 고집스럽게 덧붙였다.
    ​나는 그간 나의 달라진 얼굴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었다.
    오로지 '달라졌다'는 것만 깨달았을 뿐이었다.
    머리숱이 더 많아졌으며 아주 빠르게 자라는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과거에 아름다운 엄마를 보면서 느꼈던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자, 
    언젠가는 어머니처럼 될지 도 모른다는 말을 들으니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