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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 집안에서 들리는 울음소리

Joyfule 2017. 11. 2. 00:19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5장 : 집안에서 들리는 울음소리 2   
     
    나는 온 종일 야외에 나가있다시피 했고 
    저녁을 먹으러 식탁에 앉았을 때는 배고프고 나른하며 편안했다.
    마사가 수다를 떨어도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마사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고, 
    급기야는 뭐하나 물어봐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저녁을 다 먹고 난로 앞 양탄자에 앉았을 때 그 질문을 했다.
    "어째서 크레이븐 고모부는 정원을 싫어하는 거야?"
    나는 마사에게 같이 있다 가라고 했었고 마사는 전혀 꺼리지 않았다.
    마사 또한 아직 어렸고 동생들이 득실거리는 오두막에 익숙했기 때문에 
    아래층의 거대한 하인 숙소는 지루했다.
    거기서는 남자 시종들이나 좀 더 직급이 높은 여자 하인들이 
    마사의 요크셔 사투리를 놀리고 상스럽다고 얕보았으며 자기들끼리 앉아서 속닥거렸다.
    ​마사는 수다 떨기를 좋아했는데, 
    인도에서 살면서 '흑인'들의 시중을 받았던 이 이상한 아이는 
    충분히 신기한 존재인지라 마사의 관심을 끌었다.
    마사는 앉으라는 말을 기다리지 않고 알아서 난롯가에 앉았다.
    "아직도 그 정원 생각 하시는 거여요?"
    마사가 물었다.
    "그러실 줄 알았지. 
    지도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똑같이 그 생각만 했으니께."
    "어째서 싫어하는 건데?"
    나는 끈질기게 물었다.
    마사는 다리를 깔고 편안하게 앉았다.
    "집 둘레에 휘부는 날파람 소리를 들어보셔요."
    마사가 말했다.
    "오늘 밤 같은 날 밖에 나가시면 황야에서는 서있지도 못할걸요."
    나는 휘분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귀를 기울이니 이해할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거인이 집을 치고 벽과 창문을 때려 부수고
    들어오려는 양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공허한 포효 소리가
    집 둘레를 돌고 돌면서 밀려왔다.
    하지만 거인이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빠알간 석탄불이 타오르는 아주 안전하고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어째서 그렇게 싫어는 거야?"
    나도 그 속사정을 알아낼 작정이었다.
    ​마침내 마사는 그동안 쌓아 놓았던 정보를 풀어놓았다.
    "그게요."
    마사가 입을 열었다.
    "메들록 부인이 그 얘기를 떠들지 말라고 혔어요.
    이 집엔 하면 안 될 얘기가 너무 많다니까요.
    그게 크레이븐 주인님의 명령이라나.
    주인님 문제는 우리 하인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하신다죠.
    하지만 그 정원이 아니었다면 주인님도 지금 같진 않으셨을 거여요.
    거기는 크레이븐 마님 정원으로 두 분이 신혼일 때 만드신 건데, 
    마님이 되게 좋아해서 꽃도 직접 심으셨지라.
    정원사 한 명도 얼씬 못하게 했다고 하고, 
    주인님이랑 마님이랑 문을 잠그고 
    몇 시간이나 있으면서 책도 읽고 얘기도 하고 그랬다네요.
    마님은 그때도 어린아이 같은 데가 있었다지요.
    그 정원에는 가지가 의자처럼 구부러진 오래된 나무가 있었다는데 
    그 위로 장미를 심어키우면서 앉아 계시곤 했다는 구먼요.
    그런데 어느날 마님이 앉아 계시는데 그 나뭇가지가 우지끈 부러져서 
    땅에 떨어져 몸이 호되게 상하신 거에요.
    그러고 그 이튿날 돌아가셨지라.
    의사들은 주인님도 정신이 휙 나가서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지 뭐여라.
    그래서 주인님이 그 정원을 싫어하시는 거여요.
    그 이후로는 아무도 들어간 적 없고, 주인님은 말도 못꺼내게 하셔요."
    나는 더 물어보지 않았다.
    빨간 불꽃만 바라보며 '휘부는 날파람'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까보다도 훨씬 더 휘휘 휘부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나에겐 아주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사실, 미슬스웨이트 장원에 온 이래로 나에게는 네 가지 좋은 일이 일어났다.
    울새의 말을 이해하고 울새가 자기 말을 이해한다고 느낀 것, 
    피가 따뜻해질 때까지 바람 속을 뛰어다닌 것,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가 고프다고 느낄 만큼 건강해진 것,
    누군가를 불쌍하다고 여기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
    나는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니 다른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바람 소리와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기이한 소리였다.
    어딘가에서 아이가 우는 소리와 비슷하게 들렸다.
    가끔 바람 소리는 아이 울움소리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이윽고 나는 이 소리가 집 밖이 아니라 집 안에서 나는 소리라고 확신했다.
    멀리서 들리긴 했지만 집 안이었다.
    메리는 몸을 돌려 마사를 보았다.
    "누가 우는 소리 안 들려?"
    마사는 급작스레 딴청을 부렸다.
    "아니요, 바람 소리구먼요.
    가끔 누가 황야에서 길을 잃어 먹고 엉엉 우는 소리처럼 들릴 때도 있으니께요.
    별 소리가 다 난다니께요."
    "아냐, 들어 봐."
    내가 말했다.
    "집 안에서 나는 거야. 저기 긴 복도 아래에서."
    ​바로 그 순간, 아래층 어딘가에서 문 하나가 분명 열렸다.
    복도로 돌풍이 몰려들었고 두 사람이 앉아 있는 방의 문이 바람에 날려 쾅 열렸다.
    두 사람이 펄쩍 일어나자 등불이 꺼졌다.
    우는 소리가 저 먼복도 아래를 쓸고 가 이전보다 더 똑똑히 들렸다.
    "저 봐!"
    내가 말했다.
    "내가 그랬잖아! 누가 우는 거라니까.
    어른 소리가 아니야."
    마사는 뛰어가서 문을 닫고 열쇠를 돌렸지만 문을 다 닫기 전 
    저 먼 복도에서 문이 쿵 닫히는 소리를 둘 다 똑똑히 들었다.
    그 다음에는 모든 것이 잠잠해 졌다.
    심지어 바람도 잠시간 '휘불지' 않았다.
    "바람소리였구먼요."
    마사가 고집스레 우겼다.
    "바람소리가 아니라면 베티 버터워스일 거여요.
    식기실 하녀 말여라.
    걘 온종일 이가 아프다고 했으니께요."
    하지만 마사의 태도에는 뭔가 불편하고 어색한 점이 있어서 
    나 메리 아가씨는 마사를 빤히 쳐다보았다.
    마사가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