枯 木 - 고창환 枯 木 - 고창환 한 번도 걸은 적 없지만 그는 모든 삶을 경험했다 축축한 어둠을 덮으며 길들은 그의 내부로 밀려왔다 그는 낱낱이 기억한다 세상의 뿌리마다 잊혀진 죽음들이 달라붙어 있다 얼마나 많은 길을 숨기고 있는지 스쳐가는 새들은 모르리 사나운 바람이 몰려가고 갈라진 살갗이 낯선 신음..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0.11
가을 - 김광섭 가을 - 김광섭 여름 하늘이 밀리면서 훤해지는 가을 높은 하늘에서 흰 빛깔이 내리니 젊음과 꿈의 푸른빛이 멀리 건너편으로 날린다 천지 허전하여 귀뚜라미 마루 밑으로 기어들고 가뭄에 시달린 가마귀들 빈 밭에 모여서 운다 서풍 찬 바람에 나무 잎새들이 힘없이 진다 장미 꽃잎이 우시시 지는 소..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0.10
청산도(靑山道) - 박두진 청산도(靑山道) - 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 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0.09
소나무와 겨울 숲 - 朝恩 김명숙 소나무와 겨울 숲 - 朝恩 김명숙 늦가을 햇살이 끄는 대로 비탈길을 돌아서면 옷 갈이에 바쁜 숲 속 이야기가 들리고 밟히고 퇴색하는 신음 숲을 사랑하는 후조의 이별 아직은 나목의 끝은 아닌데 헌신처럼 다감하다. 겨울을 지키며 백송의 격을 기다리는 소나무는 조용하기에 가슴을 열고 들여다보니..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0.08
국화 옆에서 - 서정주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0.07
아버지 - 박두진 아버지 - 박두진 철쭉꽃이 필 때면, 철쭉꽃이 화안하게 피어 날 때면, 더욱 못 견디게 아버지가 생각난다. 칠순이 넘으셔도 노송처럼 정정하여, 철쭉꽃이 피는 철에 철쭉꽃을 보시려, 아들을 앞세우고 관악산, 서슬진 돌바위를 올라 가셔서, 철쭉나물 캐어다가 뜰 앞에 심으시고 철쭉꽃이 피는 것을 즐..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0.06
10월 - 용혜원 10월 - 용혜원 가을처럼 긴 여운을 남기는 계절은 없습니다 가을은 고달픈 이들에게 마음의 쉼터를 만들어줍니다 가을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열매 속에는 여름 햇살의 사랑 노래가 가득합니다 꽃피는 봄과 찬란했던 여름 열매로 가득한 가을 모두 다 열심히 일했습니다 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0.05
짧은 해 - 김 용택 짧은 해 - 김 용택 당신이 이세상 어딘가에 있기에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갈대가 하얗게 피고 바람부는 강변에 서면 해는 짧고 당신이 그립습니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0.05
바람편지 - 천양희 바람편지 - 천양희 잠시 눈감고 바람소리 들러보렴 간절한 것은 다 바람이 되었단다. 내 바람은 네 바람과 다를지 몰라 바람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바람처럼 떨린다 바라건데 너무 헐렁한 바람구두는 신지 마라 그 바람에 걸려 사람들이 넘어간다. 두고 봐라 곧은 나무도 바람 앞에서 떤다. 떨린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0.04
강(江) - 구 상 강(江) - 구 상 붉은 산굽이를 감돌아 흘러오는 강물을 바라보며 어느 소슬한 산정(山頂) 옹달샘 속에 한 방울의 이슬이 지각(地殼)을 뚫은 그 순간을 생각는다네. 푸른 들판을 휘돌아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마침내 다다른 망망대해(茫茫大海) 넘실 파도에 흘러들어 억겁(億劫)의 시간을 뒤치고 있..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0.03
동경(憧憬) - 김광섭 동경(憧憬) - 김광섭 온갖 사화(詞華)들이 무언(無言)의 고아(孤兒)가 되어 꿈이 되고 슬픔이 되다. 무엇이 나를 불러서 바람에 따라가는 길 별조차 떨어진 밤 무거운 꿈 같은 어둠 속에 하나의 뚜렷한 형상(形象)이 나의 만상(萬象)에 깃들이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0.02
흐린날에는 편지를 - 김춘경 흐린날에는 편지를 - 김춘경 맑은 커피에 프림 한 스푼을 넣고 하늘이 흐려 우울한 날에는 물빛 편지를 쓴다 받아 줄 이 누구라도 좋다 짧은 안부에 그리움을 삭힐 수 있는 한 줄의 사연에 서로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친구라면 족하다 비록 내 사연이 짧다 해도 긴 여운으로 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9.30
시월의 편지 - 목필균 ♤.시월의 편지 - 목필균 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 편지를 씁니다 지금, 바람결에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느냐고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 모를 서글픔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너무 길었다고 회색 도시를 맴돌며 스스로 묶인 발목을 어쩌지 못해 마른 바람 속에서 서 있는 것이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9.29
가을 하늘을 보자 - 유승희 배경사진:부산 송도 암남공원 해안에서 가을 하늘을 보자 - 유승희 삶이 고달파 울고 싶을 때 이제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얼굴들이 보고 싶을 때 어릴 적 소꿉동무 지금은 어디 메서 무얼 하고 살고 있을까 궁금할 때 가슴 속 똬리 틀고 있는 알 수 없는 그리움 하나 언제 만나지려나 기다려질 때 문득..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9.28
가을의 말씀 - 함석헌 가을의 말씀 - 함석헌 새벽 창으로 흘러드는 가벼운 날개 같은 말씀 "네 옷을 바꿔라." 아침 들판 건너오는 구슬 같이 맑은 말씀 "네 샘을 맑혀라." 해 떨어지는 수심하는 천지에 초막마다 켜지는 등불 "네 속의 빛을 밝혀라." 시내 위에 서면 목멘 물소리 하늘 아래 서면 저 떠는 별소리 "영원으로 영원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