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 김재혁 그대 - 김재혁 내 삶의 강물 위에 누가 띄워놓았나 이십 년 전부터 떠 있는 종이배 하나 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멀미하는 가엾고 조그만 예쁜 돛단배 하나 그대 이미지 편집 : 소라비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9.08
장모님 - 오탁번 장모님 - 오탁번 거실에서 자정까지 티브이를 보고 나서 잠을 자려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침대위에 스탠드 전등을 켜고 잡지를 읽는 안경 낀 장모님이 계셨다. 아니 장모님 어쩐 일이십니까. 목구멍까지 올라 온 말을 황급히 삼키고 나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장모님이라니 장모님은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9.07
고 향 - 노천명 고 향 - 노천명 언제든 가리 마지막엔 돌아가리. 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조밥이 맛있는 내 고향으로. 아이들 하눌타리 따는 길머리엔 학림사 가는 달구지가 조을며 지나가고 대낮에 여우가 우는 산골 등잔 밑에서 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도 있었다. 둥글레 산에 올라 무릇을 캐고 접중화 싱아 뻐..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9.06
이생진 - 아무도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이생진 - 아무도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어디 가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섬에 간다고 하면 왜 가느냐고 한다. 고독해서 간다고 하면 섬은 더 고독할 텐데 한다. 옳은 말이다. 섬에 가면 더 고독하다. 그러나 그 고독이 내게 힘이 된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고독은 힘만 줄 뿐 아니라 나를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9.05
새가 있던 자리 - 천양희 새가 있던 자리 - 천양희 잎인 줄 알았는데 새네 저런 곳에도 앉을 수 있다니 새는 가벼우니까 바람 속에 쉴 수 있으니까 오늘은 눈 뜨고 있어도 하루가 어두워 새가 있는 쪽에 또 눈이 간다 프리다 칼로의 「부서진 기둥」을 보고 있을 때 내 뼈가 자꾸 부서진다 새들은 몇 번이나 바닥을 쳐야 하늘에..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9.04
초가을 - 박해옥 - 초가을 - 박해옥 - 논둑길을 걸으면 훠이훠이 출렁이는 짙푸른 들판 제 볼도 꼬집어보고동무들 귀도 잡아당기며 나락 이삭이 쏙쏙 패 오릅니다 강둑을 걸으면 강물은 깊어져서 그 소리 고요롭고 바람은 위로 불어 하늘을 닦으니 싱겁떨던 해바라기 치맛자락 여미고 어린 여치 찌찌 소릴 내어봅니다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9.03
곁가지 - 이화국 곁가지 - 이화국 곁가지를 다 쳐낸 나무는 생명 없는 기둥일 뿐 아름다운 나무는 곁가지를 많이 매달아 키우고 산다 올곧음에서 벗어나 가끔 떠 오르는 엉뚱한 생각이나 원하지 않은 일들이 나를 볼모로 사로 잡으려 들 때 나는 나무 곁가지 자르듯 잘라 버리기로 했지만 곁가지 많아도 나무가 하늘을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9.01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 문정순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 문정순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봄날 환한 웃음으로 피어난 꽃같은 아내 꼭 껴안고 자고 나면 나의 씨를 제몸 속에 키워 자식을 낳아 주는 아내 내가 돈을 벌어다 주면 밥을 지어주고 밖에서 일할 때나 술을 마실 때 내 방을 치워놓고 기다리는 아내 또 시..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9.01
한밤중에 - 문정희 한밤중에 - 문정희 한밤중에 번개가 나를 찾아왔다 그는 단숨에 내 심장에서 붉은 루비 같은 죄들을 꺼내 검은 하늘에 대고 펄럭이었다 낮 시간 동안 그토록 맑은 햇살을 풀어 푸른 숲과 새들을 키우던 저 산이 보낸 거라고는 믿기 어려운 번개가 한밤중에 나를 찾아왔다 부들부들 떨고 잇는 내 심장에..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31
제부도 - 이재무 제부도 - 이재무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 말인가?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 그 거리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손 뻗으면 닿을 듯, 그러나 닿지는 않고, 눈에 삼삼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이 말인가? 제부도와 대부도 사이 가득 채운 바다의 깊이만큼이면 되지 않겠나 그리움 만조로 가득 출렁거리는, 간조 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30
안녕 캠브리지여! - 서지마(徐志摩) 서지마(徐志摩) - 36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의 일생은 사랑(愛)과 자유(自由), 미(美) 이 세가지 이상을 융합하고 실현하기 위한 신앙의 삶이었다. 서지마(1897-1931)는 절강성 해녕 사람으로서 북경대학, 북양대학을 거쳐 1918년에는 미국유학의 길에, 후에는 영국 캠브리지(cambri-dge)대학에서 유학한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29
갈대 - 천상병 갈대 - 천상병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소리없이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28
청산도(靑山道) - 박두진 청산도(靑山道) - 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 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27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