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최광림 코스모스 - 최광림 누가 저 가녀린 목덜미께로 하현달 한 토막쯤 걸어놓았나 홍역 앓던 막내 놈 불질하던 열꽃을 바람 놈이 사알짝 얹혀 논 게야 역마살로 떠돌던 햇볕 한 조각 손톱 끝에 아려오던 생살 저린 그리움도 상심한 이 계절에 꽃 물 들어 내리었거니 가슴 속 깊디 깊은 가장자리에 비밀한 연..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24
엄마 무릎 - 임길택 엄마 무릎 - 임길택 귀이개를 가지고 엄마한테 가면 엄마는 귀찮다 하면서도 햇볕 잘 드는 쪽을 가려 앉아 무릎에 나를 뉘여 줍니다. 그리고선 내 귓바퀴를 잡아 늘이며 갈그락갈그락 귓밥을 파냅니다. 아이고, 니가 이러니까 말을 안 듣지. 엄마는 들어 낸 귓밥을 내 눈앞에 내보입니다. 그리고는 뜯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23
폭 포 - 이형기 폭 포 - 이형기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을 어깨에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시퍼런 칼자욱을 아는가. 질주하는 전율과 전율 끝에 단말마(斷末魔)를 꿈꾸는 벼랑의 직립(直立) 그 위에 다시 벼랑은 솟는다. 그대 아는가 석탄기(石炭紀)의 종말을 그때 하늘 높이 날으던 한 마리 장수잠자리의 추락(墜落)을.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22
파 도 - 김현승 파 도 - 김현승 아, 여기 누가 술 위에 술을 부었나. 잇발로 깨무는 흰 거품 부글부글 넘치는 춤추는 땅 - 바다의 글라스여. 아, 여기 누가 가슴을 뿌렸나. 언어는 선박처럼 출렁이면서 생각에 꿈틀거리는 배암의 잔등으로부터 영원히 잠들 수 없는, 아, 여기 누가 가슴을 뿌렸나. 아, 여기 누가 성(性)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21
달 밤 - 이호우 달 밤 - 이호우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 보니 돌아올 기약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淨化)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20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영랑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영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19
작은별에 고독의 잔을 마신다 - 오규원 작은별에 고독의 잔을 마신다 - 오규원 별을 낳는 것은 밤만이 아니다. 우리의 가슴에도 별이 뜬다. 그러므로 우리의 가슴도 밤이다. 그러나 우리의 가슴에 별이 뜨지 않는 날도 있다. 별이 뜨지 않는 어두운 밤이 있듯 우리가 우리의 가슴에 별을 띄우려면 조그마한 것이라도 꿈꾸지 않으면 안된다. 그..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18
때로는 한 편의 시가 되고 싶다 때로는 한 편의 시가 되고 싶다 -전숙(맑음)- 아무도 대신 울어줄 수는 없어 그것이 동정이든 연민이든 시늉만으로 어깨동무를 하고 울컥울컥 통곡하는 핏대는 외면한 채 찰과상 입은 껍질만을 혀로 핥아주며 파도를 삼키고 풀밭에 헤엄쳐 들어간 나비처럼 뒤틀려버린 날개로 우화를 꿈꾼다 무릇 살아..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17
나그네 - 박목월 나그네 -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16
성공시대 - 문정희 성공시대 - 문정희 어떻게 하지? 나 그만 부자가 되고 말았네 대형 냉장고에 가득한 음식 옷장에 걸린 수십 벌의 상표들 사방에 행복은 흔하기도 하지 언제든 부르면 달려오는 자장면 오른발만 살짝 얹으면 굴러가는 자동차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기만 하면 나 어디든 갈 수 있네 나 성공하고 말았네 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14
그리움이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리움이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리움이란 이런 것 출렁이는 파도 속에서의 삶 그러나 시간 속에 고향은 없는 것 소망이란 이런 것 매일의 순간들이 영원과 나누는 진실한 대화 그리고 산다는 것은 이런 것 모든 시간 중에서도 가장 고독한 순간이 어제 하루를 뚫고 솟아오를 때까지 다른 시간들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13
봉숭아를 심고 - 장석남 봉숭아를 심고 - 장석남 조그만 샛강이 하나 흘러 왔다고 하면 될까 바람들이 슬하의 식구들을 데리고 네 속눈썹을 스친다고 하면 될까 봉숭아 씨를 얻어다 화분에 묻고 싹이 돋아 문득 그 앞에 쪼그리고 앉은 일이여 돋은 떡잎 위에 어른대는 해와 달에도 겸하여 조심히 물을 뿌리는 일이여 후일 꽃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12
지금 하늘을 보세요 - 오광수 지금 하늘을 보세요 - 오광수 당신이 힘들고 어려우면 하늘을 보세요. 이제까지 당신은 몰랐어도 파란 하늘에서 뿌려주는 파란 희망들이 당신의 가슴속에 한 겹 또 한 겹 쌓여서 넉넉히 이길 힘을 만들고 있습니다. 당신이 슬프고 괴로우면 하늘을 보세요. 이제까지 당신은 몰랐어도 수많은 별들이 힘..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10
한 송이 수련으로 - 이해인 한 송이 수련으로 - 이해인 내가 꿈을 긷는 당신의 못 속에 하얗게 떠다니는 한 송이 수련으로 살게 하소서 겹겹이 쌓인 평생의 그리움 물 위에 풀어놓고 그래도 목말라 물을 마시는 하루 도도한 사랑의 불길조차 담담히 다스리며 떠다니는 당신의 꽃으로 살게 하소서 밤마다 별을 안고 합장하는 물 빛..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10
내 마음의 고삐 - 정채봉 내 마음의 고삐 - 정채봉 내 마음은 나한테 없을 때가 많다. 거기가면 안된다고 타이르는데도 어느새 거기가 있곤 한다. 거기는 때로 고향이기도 하고 쇼무대이기도 하고 열차속이기도 하고 침대위이기도 하다. 한때는 눈이 큰 가수한테로 달아나는 내 마음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아침이슬에 반해서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