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 나희덕 11월 - 나희덕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 길가의 풀들을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 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 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다 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모든 것은 예고에 불과한 고통일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1.13
ㅡ 두사람 - 곽재구 ㅡ ㅡ 두사람 - 곽재구 ㅡ 자전거 두 대가 나란히 꽃길을 지나갑니다 바퀴살에 걸린 꽃향기들이 길 위에 떨어져 반짝입니다 나 그들을 가만히 불러 세웠습니다 내가 아는 하늘의 길 하나 그들에게 일러주고 싶었습니다 여보시오 여보시오 불러 놓고 그들의 눈빛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내가 아..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1.12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 백창우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 백창우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된다 바람은 바람의 길을 가고 강은 강의 길을 가는데 나는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는지 자유롭고 싶다, 이 무거운 몸 벗고 저 새들과 같이 저무는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다 이제 한잠 자고나면 또 다른 아침이 올테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1.11
가을날의 耳鳴 - 千萬古 가을날의 耳鳴 - 千萬古 살아서 마주 잡은 손 떨려 와도 끊어지지 않는 강물하나로 흐르기로 하자. 늦은 가을날 누런 잎새를 떨굴 바람이 일듯 耳鳴처럼 汽笛을 울리는 사랑이기에 비록 가 닿지조차 못하고 갈바람 속 물살처럼 속절없이 흩어지지만 빈 가슴 회오리에 날리어 가라앉지도 못할 그리움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1.10
그대의 부재 - 황경신 그대의 부재 - 황경신 그대의 부재가 내게 말하고 있다 그대가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이를테면 알 수 없는 미래와 수천 번 되풀이 될 이별과 지킬 수 없는 약속들과 바꿀 수 없는 아주 많은 과거의 이야기들을 그러자 나의 심장은 더욱 격렬하게 뛰어 오르며 그대를 갈망하기 시작했다 마치 금방이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1.09
입동일기 - 황영희 입동일기 - 황영희 산간 마을에서 첫눈 소식이 내려 옵니다 오늘 여기는 안개의 푸른 살속 깊이 마지막 잎 떨어집니다 떨어져 엎디는 것은 마음도 마찬가지 입니다 엎드려야만 보이는 땅 속의 세상 어두워도, 어두운 바람은 아니 부는 그곳 어디쯤에, 한 마디씩 관절을 꺽어 세우는 겨울나무의 옆 모습..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1.08
11월 - 오세영 Egon Schiele - Autumn Trees 11월 - 오세영 지금은 태양이 낮게 뜨는 계절, 돌아보면 다들 떠나갔구나, 제 있을 꽃자리 게 있을 잎자리 빈들을 지키는 건 갈대뿐이다 상강(霜降). 서릿발 차가운 칼날 앞에서 꽃은 꽃끼리, 잎은 잎끼리 맨땅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지만 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시대를 통곡..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1.07
풍경(묘비명1) - 김성춘 풍경(묘비명1) - 김성춘 내가 본 묘비명 중에 '먼길 와 주셨는데 일어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유머러스한 어느 문필가의 그것보다 어느 무명인의 '어물어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라는 묘비명이 더 가슴을 친다. 속절없이, 가버린 생의 오후 시간표 앞에서 내 무덤을 생각하다 무명인의 묘비명..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1.06
저녁에 - 김광섭 저녁에 - 김광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1.05
별 하나 - 김용택 별 하나 - 김용택 당신이 어두우시면 저도 어두어요 당신이 밝으시면 저도 밝아요 언제 어느 때 어느곳에 있든 내게 당신은 닿아 있으니까요 힘 내시어요 나는 힘없지만 내 사랑은 힘있으리라 믿어요 내 귀한 당신께 햇살 가득하시길 다시 발걸음 날래시길 빌어드려요 그러면서 그러시면서 당신 따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1.04
나의 비밀정원 ㅡ 김연옥 나의 비밀정원 ㅡ 김연옥 낯선 이끼가 세월만큼 내려 앉은 돌담 위로 칼날 같은 침묵이 지나간다 나만의 팔레트에서 색을 찍어 내 내 자취를 그려 보지만 그대 떠난 빈 자리엔 옹이처럼 새겨진 빛바랜 사랑의 화인만 얼룩으로 남아 있다 정원으로 불어오는 바람속엔 곧 다가 올 가을 향기가 숨죽이고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1.03
동행 - 안갑선 동행 - 안갑선 터덜거리는 길일지라도 함께 살아가는 길 걷는동안 선택하기보다 선택받기 위하여 헌신하고 삶의 기쁨과 행복 만개하기 위해 어두운 길 등불로 밝혀 주며 사슴같은 해맑은 눈망울 슬퍼할 때나 기뻐할 때 그대 뺨에 흐르는 눈물 방울로 살려 하나니 사랑하는 이여 그대의 반은 내 삶이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1.01
바람을 타야 아름답다 - 금이정 바람을 타야 아름답다 - 금이정 나무는 바람을 타야 아름답다 이파리 하나 까딱 않고 서 있는 나무를 보면 징그럽다 박제된 짐승같다 바람이 불면 나무는 그제서야 율동한다 이리저리 들까불고 웅웅대는 잎들은 싱싱하다 바람을 타는 나무는 진정 살아있다 사람도 바람을 타야 아름답다 넓고 깊은 감..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0.31
시월 - 황동규 시월 - 황동규 1.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夕陽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旅程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2.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리 두견이 우는 숲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木琴소리, 木琴소리, 木琴소리.... 3. 며칠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0.29
벌레 먹은 나뭇잎 - 이생진 벌레 먹은 나뭇잎 -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6.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