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서면 - 조지훈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서면 - 조지훈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서면 나는 아직도 작은 짐승이로다 인생은 항시 멀리 구름 뒤에 숨고 꿈결에도 아련한 피와 고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괴로운 짐승이로다 모래밭에 누워서 햇살 쪼이는 꽃조개 같이 언제나 한 번은 손들고 몰려오는 물결에 휩싸일 나는 눈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11.18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 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11.17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詩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詩- 모든 일에서 극단에까지 가고 싶다. 일에서나, 길에서나, 마음의 혼란에서나. 사소한 일상의 핵심에까지 그것들의 원인과 근원과 뿌리 결국 본질에까지... 운명과 우연의 끈을 항상 잡고서 살며, 생각하며, 느끼고, 사랑하고, 또 발견하고 싶다. 아, 만약 부분적으로라도 나..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11.16
정거장에서의 충고 - 기 형도 정거장에서의 충고 - 기 형도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마른 나무에서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지고 나는 천천히 노트를 접는다 저녁의 정거장에서 검은 구름은 멎는다 그러나 추억은 황량하다 군대군대 쓰러져 있던 개들은 황혼이면 처량한 눈을 껌벅일 것이다 물방울은 손등 위를 굴러..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11.15
밤 호수 - 김남조 밤 호수 - 김남조 호수 밑 그윽한 곳 품은 꿈 알 길 없고 그 안에 지나는 세월의 움직임도 내 알 길 없네 오직 먼 세계에서 떠나 온 밤 별 하나 그 안에 안겨 흔들림 없노니 바람 지나고 티끌 모여도 호수 밑 비밀 모르리 아무도 못 듣는 그 곳 눈물어린 가슴 속같이 호수는 별 하나 안은 채 조용하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11.14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싶어.... 정신적으로만 산다는 것은 근사한 일이야. 나는 영원히 정신적인 존재이지. 그러나 가끔 그 사실이 버겁도록 질리기도 해. 나는 더이상 이 위에서 영원히 떠다니고 싶지 않아... 나는 나의 무게를 감지하고 싶어. 그 무게가 나의 무한성을 걷어내어 주고, 나를 땅에 단단히 고정시켜 주겠지. 나는 걸을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11.13
가을이 오는소리 - 이해인 가을이 오는소리 - 이해인 나무가 미련없이 잎을 버리듯 더 자유스럽게, 더 홀가분하게 그리고 더 자연스럽게 살고 싶습니다. 하나의 높은 산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개의 낮은 언덕도 넘어야 하고, 하나의 큰 바다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개의 작은강도 건너야 함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 그리고 참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11.12
가을이 다 지나간다니 - 전상순 가을이 다 지나간다니 - 전상순 지진에도 강할 것 같은 대나무 길을 실안개 헤치고 한참 걸었습니다 걷다 보니 어느덧 가을의 끄트머리 감성을 먹고 사는 가을의 神이여 올 가을이 다 지나간다니 왜 이리 서운할까요 붉게 타는 편지 한 통도 가을비에 눈물 한 방울 떨어뜨려 보지도 못했는데 가을이 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11.10
시간을 잡아둘 수 있다면.... 시간을 잡아둘 수 있다면........ 시간을 병속에 담을 수 있다면... 그래서 꼭 필요할때 꺼내어 다시 쓸 수만 있다면 이렇듯 흘러간 시간에 아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운 시간들은.. 돌이킬 수 없어서 아프고 돌이키고 싶지 않은 시간들은 잊혀지지 않아 아픕니다. 그래도... 지금 우리 앞을 흘러가는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11.08
낙엽끼리 모여 산다 ㅡ 조병화 낙엽끼리 모여 산다 ㅡ 조병화 낙엽에 누워 산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지나간 날을 생각지 않기로 한다. 낙엽이 지는 하늘가에 가는 목소리 들리는 곳으로 나의 귀는 기웃거리고 얇은 피부는 햇볕이 쏟아지는 곳에 초조하다. 항시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나는 살고 싶다. 살아서 가까이 가는 곳에 낙..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11.07
남남 - 조병화 남남 - 조병화 네게 필요한 존재였으면 했다 그 기쁨이었으면 했다 사람이기 때문에 지닌 슬픔이라든지, 고통이라든지, 번뇌라든지, 일상의 그 아픔을 맑게 닦아낼 수 있는 네 그 음악이었으면 했다 산지기가 산을 지키듯이 적적한 널 지키는 적적한 그 산지기였으면 했다 가지에서 가지로 새에서 새..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11.06
가을 - 김광섭 가을 - 김광섭 여름 하늘이 밀리면서 훤해지는 가을 높은 하늘에서 흰 빛깔이 내리니 젊음과 꿈의 푸른빛이 멀리 건너편으로 날린다 천지 허전하여 귀뚜라미 마루 밑으로 기어들고 가뭄에 시달린 가마귀들 빈 밭에 모여서 운다 서풍 찬 바람에 나무 잎새들이 힘없이 진다 장미 꽃잎이 우시시 지는 소..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11.05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의 기도 ㅡ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11.04
11 월 - 고 은 11 월 - 고 은 낙엽을 연민하지 말아라 한자락 바람에 훨훨 날아가지 않느냐 그걸로 모자라거든 저쪽에서 새들도 날아가지 않느냐 보아라 그대 마음 저토록 눈부신 것을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11.03
가을 저녁의 시 - 김춘수 사진 : 울산대공원에서 ♣ 가을 저녁의 시 - 김춘수 ♣ 누가 죽어 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