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거울 /미하엘 엔데 (지은이), 에드가 엔데(그림), 이병서 (옮긴이) | 메타포
<모모>, <끝없는 이야기>의 작가 미하엘 엔데가 쓴 30개의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그 이야기들 사이에, 미하엘 엔데의 아버지이자 초현실주의 화가인 에드가 엔데가 그린 그림들이 배치되어 있다. 퍼즐 조각과도 같이 절묘하게 연결된 이 단편들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엔데 특유의 독특한 사유를 담고 있다.
작가 미하엘 엔데는 주로 <모모>, <끝없는 이야기> 등의 뛰어난 판타지 동화로 기억된다. 그러나 그는 단지 아이들을 위한 동화만을 쓴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초현실주의 소설도 남겼다. <거울 속의 거울> 역시 그러한 작품에 해당하며, <자유의 감옥>과 함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소설들에 필적할 만하다'고 평가를 받는다.
돈과 시간의 노예가 되어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한 믿음에 대한 이야기, 자기 안에 갇혀 빠져나올 줄 모르는 주인공의 이야기... <거울 속의 거울>에 실린 단편들의 구조는 얼핏 난해해보이지만, 한번 몰입하기 시작하면 빠져나오기 어려울 만큼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작가 미하엘 엔데는 주로 <모모>, <끝없는 이야기> 등의 뛰어난 판타지 동화로 기억된다. 그러나 그는 단지 아이들을 위한 동화만을 쓴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초현실주의 소설도 남겼다. <거울 속의 거울> 역시 그러한 작품에 해당하며, <자유의 감옥>과 함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소설들에 필적할 만하다'고 평가를 받는다.
돈과 시간의 노예가 되어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한 믿음에 대한 이야기, 자기 안에 갇혀 빠져나올 줄 모르는 주인공의 이야기... <거울 속의 거울>에 실린 단편들의 구조는 얼핏 난해해보이지만, 한번 몰입하기 시작하면 빠져나오기 어려울 만큼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 여러분은 이 곳이 마음에 드는 건가요?" "그건 문제가 아냐." 공무원이 결연하게 대답했다. "의무감 같은 것도 있는 거잖아! 현실에서 도피할 권리는 그 누구한테도 없어. 설사 그 현실이 유쾌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도 말이야." 줄 타는 광대 옷을 입은 소년은 강단에 걸터앉아 다리를 흔들흔들했다. "여러분도 이미 알아채지 않았나요?" 소년이 부드럽게 물었다. "단 몇 분 동안 눈을 감는 것으로 충분해요. 우리가 다시 눈을 뜨면, 우린 이미 또 다른 현실 가운데 있지요. 모든 것은 그렇게 끊임없이 변해요." "사람이 눈을 감으면." 흠뻑 젖은 날개를 단 남자아이가 말했다. "그건 죽는 거야." "그래, 좋아." 교탁에 앉은 소년이 말했다. "그것도 결국 마찬가지야. 우리도 변해. 그것 이외 아무것도 없어. 나는 조금 전까지 다른 인간이었어. 그리고 지금 나는 갑자기 이 곳의 인간이 된 거야." - 본문 323~324쪽에서 |



미하엘 엔데 (Michael Ende, 작가프로필 보기) - 1929년 남부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에서 태어났다.오토 팔켄베르트 드라마 학교에서 공부한 후, 연극 배우, 연극 평론가, 연극 기획자로 활동했다. 1960년에 첫 작품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로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받았다. 그밖의 대표작으로 <끝없는 이야기>, <모모>, 생태 동화 <마법의 술> 등이 있다. 1995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병서 -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양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아이히슈테트대학에서 독문학 및 교육학을 수학했다. 2008년 현재 출판 에이전시 '북마크 코리아' 대표로 있다. 옮긴 책으로 <자유의 감옥>, <우리 아이 재능 찾아내서 키워주기>, <우리 아기 놀면서 배운다>, <거울 속의 거울> 등이 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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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엘리베이터에 갇혀 본적이 있는가?
엘리베이터 안에 두 개의 거울이 있다. 문이 닫히자 엘리베이터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나는 거울을 본다. 한쪽 거울에 비친 모습은 오늘 아침에 세수를 하면서 본 익숙한 얼굴이다. 다른 쪽 거울에 비친 얼굴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 너머로 서로 되비치는 거울 속에서 내 모습은 수없이 복제되며 멀리 거울 속 소실점을 향해 소용돌이치듯 빨려 들어간다. 문득, 내 얼굴이 한없이 낯설다. 이것이 진정 현실인가? 이제껏 고정된 현실의 거울들은 하나만의 낯익은 얼굴을 비춰 왔다. 그러나 미하엘 엔데의 소설 『거울 속의 거울』을 읽는 순간, 우리는 엘리베이터에 갇혔던 기억을 떠올리며, 수많은 거울 속에 되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
엘리베이터 안에 두 개의 거울이 있다. 문이 닫히자 엘리베이터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나는 거울을 본다. 한쪽 거울에 비친 모습은 오늘 아침에 세수를 하면서 본 익숙한 얼굴이다. 다른 쪽 거울에 비친 얼굴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 너머로 서로 되비치는 거울 속에서 내 모습은 수없이 복제되며 멀리 거울 속 소실점을 향해 소용돌이치듯 빨려 들어간다. 문득, 내 얼굴이 한없이 낯설다. 이것이 진정 현실인가? 이제껏 고정된 현실의 거울들은 하나만의 낯익은 얼굴을 비춰 왔다. 그러나 미하엘 엔데의 소설 『거울 속의 거울』을 읽는 순간, 우리는 엘리베이터에 갇혔던 기억을 떠올리며, 수많은 거울 속에 되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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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엘리베이터에 갇혀 본적이 있는가?
엘리베이터 안에 두 개의 거울이 있다. 문이 닫히자 엘리베이터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나는 거울을 본다. 한쪽 거울에 비친 모습은 오늘 아침에 세수를 하면서 본 익숙한 얼굴이다. 다른 쪽 거울에 비친 얼굴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 너머로 서로 되비치는 거울 속에서 내 모습은 수없이 복제되며 멀리 거울 속 소실점을 향해 소용돌이치듯 빨려 들어간다. 문득, 내 얼굴이 한없이 낯설다. 이것이 진정 현실인가? 이제껏 고정된 현실의 거울들은 하나만의 낯익은 얼굴을 비춰 왔다. 그러나 미하엘 엔데의 소설 『거울 속의 거울』을 읽는 순간, 우리는 엘리베이터에 갇혔던 기억을 떠올리며, 수많은 거울 속에 되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 30편의 단편들이 퍼즐처럼 엮이는 치밀한 전략
『거울 속의 거울』은 30개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이야기들 사이에 초현실주의 화가인 아버지 에드가 엔데가 그린 그림들이 배치되어 있다. 아버지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각각의 단편들은 입체적인 퍼즐 조각들을 보는 것처럼 교묘하고도 절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냥 읽기에도 만만찮은 이 책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 역자 이병서는 ‘『거울 속의 거울』이라는 ‘미로’에서 빠져나오는 데 3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삼천 조각짜리 ‘퍼즐’을 맞추고 난 기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이 작품은 서른 개의 큰 조각으로 이루어진 ‘퍼즐’이면서, 문장 하나, 단어 하나가 모두 작은 퍼즐조각이 되는 ‘입체적 퍼즐’이다. 중요한 건, 이 퍼즐로 만들어지는 그림이 단 하나가 아니라, 서른 개 조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만큼 된다는 것이다. (난 수학에 재주가 없어 답이 안 나온다.)
하나의 문학작품이 이렇게 입체적인 구조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실로 충격이었다. 그리고 발가벗은 내 모습을 거울로 들여다보듯, 볼품없고 모순덩어리인 ‘나’의 현실을 이렇듯 적나라하게 까발려, 그 입체적인 구조 안에 온전히 담아냈다는 것은 더 큰 충격이었다. (서른 개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하나도 예외 없이 결국 ‘나’였다.) 이 안에서 어떤 그림을 보느냐, 몇 개의 그림을 만들어 내느냐는 전적으로 읽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책과 독자는 서로 상대를 비추는 거울이기에 그렇다.
-‘역자의 말’ 중에서
☞ 미하엘 엔데는 동화작가일까?
대개의 독자들은 한 작가를 기억할 때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품을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니 ‘미하엘 엔데를 아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모모』를 댈 것이다. 그리고 그가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동화작가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엔데는 뛰어난 판타지 동화를 여러 편 남긴 작가이며, 『모모』나 『끝없는 이야기』를 그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좀더 깊이 그의 작품 세계를 파고들다 보면, 그가 단지 아이들을 위한 동화만을 쓴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초현실주의 소설도 남겼음을 알게 된다.
그가 남긴 두 권의 소설 『자유의 감옥』과 『거울 속의 거울』은 감히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소설들에 필적할 만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작품들로, 시간과 공간에 대한 그만의 독특한 사유를 담고 있어 진정한 고급 소설 마니아를 매료시킬 만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번에 출간되는 『거울 속의 거울』은 무척 난해해 보이는 작품이지만 한번 몰입하기 시작하면 금세 빠져들 만큼 매혹적인 작품이다. 너무 난해하여 보르헤스의 울타리를 훌쩍 넘어보지 못한 채 주위를 맴돌던 독자라면, 엔데의 소설을 먼저 읽어보라고 선뜻 권하고 싶다.
☞ 주요 내용
* 네 번째 이야기 - 지폐를 베고 누운 거지떼들만 살고 있는 카테드랄역은 공중에 떠 있는 바윗덩이 위에 있다. 기둥과 바닥이 모두 지폐로 지어진 카테드랄역에 도착한 소방관은 우연히 젊은 여자의 가방을 들어준다. '기적의 자산증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시간마다 돈다발을 나눠주지만 여전히 거지떼에 지나지 않는 사람들은 카테드랄역을 떠나지 못한다. 소방관은 돈과 시간의 노예가 되어 버린 사람들을 설득하려 하지만 오히려 성난 군중들에게 몰매만 맞고 구석으로 버려진다.
* 열 번째 이야기 - 자기세계에 갇혀서 나올 줄 모르는 소심하고 나약해 빠진 주인공의 일상은 안락하고 안전해 보인다. 어느 날, 지진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벽이 무너진다. 자기 밖의 세계를 발견하고 놀라 절망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바깥 세계와 안의 세계,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주변 환경들의 세세한 묘사가 초현실적인 세계로 표현 되어 있다. 여기서 ‘초현실’이란 정신과 현실 사이에 놓여 있는 벽을 부수고 드러나는 현실적인 모습을 말한다. 어쨌든, 자기세계에 갇혀 사는 이 소심한 주인공 ‘나’는 결국, 아무 것도 선택하지 못한다. 자기 밖으로 나오는 법을 끝내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 열두 번째 이야기 - 두 섬나라를 이어주는 다리는 완성되지 않았다. 다리는 안개 속으로 뻗어 있지만 오랜 세월 두 나라의 교역로 역할을 해 왔다. 이해할 수 있을까? 다리가 연결되지도 않았는데 교역이라니. 그러나 작가의 상상력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 다리는 정말 오래전부터 짐마차와 보행자와 가마꾼과 짐꾼이 지나다녔다. 정말 이해할 수 있는가? 어떻게 그런 다리를 건널 수 있냐고, 눈으로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그것을 믿지 않는 순간 다리는 무너지고 멸망해 버린다. 이 나라에선 완전한 시민권의 실제적인 인격을 승인 받기 위해서 그런 믿음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엘리베이터 안에 두 개의 거울이 있다. 문이 닫히자 엘리베이터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나는 거울을 본다. 한쪽 거울에 비친 모습은 오늘 아침에 세수를 하면서 본 익숙한 얼굴이다. 다른 쪽 거울에 비친 얼굴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 너머로 서로 되비치는 거울 속에서 내 모습은 수없이 복제되며 멀리 거울 속 소실점을 향해 소용돌이치듯 빨려 들어간다. 문득, 내 얼굴이 한없이 낯설다. 이것이 진정 현실인가? 이제껏 고정된 현실의 거울들은 하나만의 낯익은 얼굴을 비춰 왔다. 그러나 미하엘 엔데의 소설 『거울 속의 거울』을 읽는 순간, 우리는 엘리베이터에 갇혔던 기억을 떠올리며, 수많은 거울 속에 되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 30편의 단편들이 퍼즐처럼 엮이는 치밀한 전략
『거울 속의 거울』은 30개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이야기들 사이에 초현실주의 화가인 아버지 에드가 엔데가 그린 그림들이 배치되어 있다. 아버지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각각의 단편들은 입체적인 퍼즐 조각들을 보는 것처럼 교묘하고도 절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냥 읽기에도 만만찮은 이 책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 역자 이병서는 ‘『거울 속의 거울』이라는 ‘미로’에서 빠져나오는 데 3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삼천 조각짜리 ‘퍼즐’을 맞추고 난 기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이 작품은 서른 개의 큰 조각으로 이루어진 ‘퍼즐’이면서, 문장 하나, 단어 하나가 모두 작은 퍼즐조각이 되는 ‘입체적 퍼즐’이다. 중요한 건, 이 퍼즐로 만들어지는 그림이 단 하나가 아니라, 서른 개 조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만큼 된다는 것이다. (난 수학에 재주가 없어 답이 안 나온다.)
하나의 문학작품이 이렇게 입체적인 구조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실로 충격이었다. 그리고 발가벗은 내 모습을 거울로 들여다보듯, 볼품없고 모순덩어리인 ‘나’의 현실을 이렇듯 적나라하게 까발려, 그 입체적인 구조 안에 온전히 담아냈다는 것은 더 큰 충격이었다. (서른 개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하나도 예외 없이 결국 ‘나’였다.) 이 안에서 어떤 그림을 보느냐, 몇 개의 그림을 만들어 내느냐는 전적으로 읽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책과 독자는 서로 상대를 비추는 거울이기에 그렇다.
-‘역자의 말’ 중에서
☞ 미하엘 엔데는 동화작가일까?
대개의 독자들은 한 작가를 기억할 때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품을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니 ‘미하엘 엔데를 아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모모』를 댈 것이다. 그리고 그가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동화작가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엔데는 뛰어난 판타지 동화를 여러 편 남긴 작가이며, 『모모』나 『끝없는 이야기』를 그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좀더 깊이 그의 작품 세계를 파고들다 보면, 그가 단지 아이들을 위한 동화만을 쓴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초현실주의 소설도 남겼음을 알게 된다.
그가 남긴 두 권의 소설 『자유의 감옥』과 『거울 속의 거울』은 감히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소설들에 필적할 만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작품들로, 시간과 공간에 대한 그만의 독특한 사유를 담고 있어 진정한 고급 소설 마니아를 매료시킬 만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번에 출간되는 『거울 속의 거울』은 무척 난해해 보이는 작품이지만 한번 몰입하기 시작하면 금세 빠져들 만큼 매혹적인 작품이다. 너무 난해하여 보르헤스의 울타리를 훌쩍 넘어보지 못한 채 주위를 맴돌던 독자라면, 엔데의 소설을 먼저 읽어보라고 선뜻 권하고 싶다.
☞ 주요 내용
* 네 번째 이야기 - 지폐를 베고 누운 거지떼들만 살고 있는 카테드랄역은 공중에 떠 있는 바윗덩이 위에 있다. 기둥과 바닥이 모두 지폐로 지어진 카테드랄역에 도착한 소방관은 우연히 젊은 여자의 가방을 들어준다. '기적의 자산증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시간마다 돈다발을 나눠주지만 여전히 거지떼에 지나지 않는 사람들은 카테드랄역을 떠나지 못한다. 소방관은 돈과 시간의 노예가 되어 버린 사람들을 설득하려 하지만 오히려 성난 군중들에게 몰매만 맞고 구석으로 버려진다.
* 열 번째 이야기 - 자기세계에 갇혀서 나올 줄 모르는 소심하고 나약해 빠진 주인공의 일상은 안락하고 안전해 보인다. 어느 날, 지진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벽이 무너진다. 자기 밖의 세계를 발견하고 놀라 절망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바깥 세계와 안의 세계,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주변 환경들의 세세한 묘사가 초현실적인 세계로 표현 되어 있다. 여기서 ‘초현실’이란 정신과 현실 사이에 놓여 있는 벽을 부수고 드러나는 현실적인 모습을 말한다. 어쨌든, 자기세계에 갇혀 사는 이 소심한 주인공 ‘나’는 결국, 아무 것도 선택하지 못한다. 자기 밖으로 나오는 법을 끝내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 열두 번째 이야기 - 두 섬나라를 이어주는 다리는 완성되지 않았다. 다리는 안개 속으로 뻗어 있지만 오랜 세월 두 나라의 교역로 역할을 해 왔다. 이해할 수 있을까? 다리가 연결되지도 않았는데 교역이라니. 그러나 작가의 상상력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 다리는 정말 오래전부터 짐마차와 보행자와 가마꾼과 짐꾼이 지나다녔다. 정말 이해할 수 있는가? 어떻게 그런 다리를 건널 수 있냐고, 눈으로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그것을 믿지 않는 순간 다리는 무너지고 멸망해 버린다. 이 나라에선 완전한 시민권의 실제적인 인격을 승인 받기 위해서 그런 믿음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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