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의 이승만 박사 망명특종
《[특종! 세상을 일깨우다]는 경향신문 창간 60주년을 맞아 그 동안 경향신문과 자매지를 통해 보도됐던 특종을 모은 것입니다.》
가방 4개를 든 초라한 모습으로 망명을 떠나는 李박사를 특종보도한 본지 |
4·19혁명으로 대통령 이승만이 12년만에 권좌에서 물러나고 국내외 정세가 엄청나게 소용돌이 쳐 60년 4월26일 경향신문 복간호를 제작할 때는 1년전 6월26일 가처분 허가로 속간호를 만들 때처럼 회사는 흥분할 겨를도 없이 지면제작에만 전념했다.
복간이후 차분히 제작에만 전념해오던 경향신문은 이번엔 세기적인 특종을 발굴 보도, 세상을 또 한번 깜짝 놀라게 했다. 이승만의 하와이 망명 완벽 특종 기사였다. 5월29일 일요일 경향신문 석간은 문화면을 제외한 모든 지면을 이승만 망명 관련기사로 가득 채웠다. 1면 머리에 통단으로 ‘이박사 부처 돌연 ‘하와이’로 망명’이란 컷 밑에 ‘오늘 아침 김포공항을 출발’이란 부제 6단 컷을 세웠으며, 오전 8시 45분 CAT항공 전세 비행기 트랩에 오르는 사진도 2장 물렸다. 2면에도 망명길을 떠나는 이승만의 동정을 9장의 사진에 담아 생생히 보도했다. 사회면은 주인 떠난 이화장의 썰렁한 모습과 스케치 기사로 채웠다. 호외도 만들었으나 보안상 석간 발행 시간이 임박해 졌을 때 거리에 뿌렸다.
경향이 국제적인 특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한밤중에 걸려온 익명 인사의 전화 제보였다. 취재 특명을 받은 사회부는 이화장 앞 골목에서 밤새 숨어 현장을 지켜 보다가 미명을 이용하여 이승만 부처가 이화장을 빠져나가는 장면을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망명특종을 실은 경향신문은 이날이 일요일이었지만 가판이 10만부 넘어 팔려 국민들의 충격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날 ‘이승만 노박사는 드디어 망명의 길을 떠났다’는 제항의 사설은 이승만 집권 12년간의 공과와 영욕을 두루 언급한 다음 ‘노박사의 여생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마지막 빌어마지 아니한다’로 끝맺었다. 그때의 특종기사 1면을 인용해서 망명당시 공항 표정을 스케치해 본다.
이화장을 몰래 빠져 나가는 이승만 전대통령 내외를 태운 승용차(왼쪽 上). 한적한 시골길 김포가도를 달리는 승용차(왼쪽 中). 승용차에서 내려 허정 과도내각수반의 영접을 받는 이승만 전대통령(왼쪽 下). CAT전세기 내의 쓸쓸한 3인. 이승만 전대통령부처와 허정 내각수반(오른쪽 上). 전세기가 이륙하려하자 출영객들이 손을 흔들어 전송하고 있다.(오른쪽 中). 60년 김포공항청사 전경과 출영객의 모습들(오른쪽 下) |
『전대통령 이승만 박사와 同夫人 프란체스카 여사는 29일 상오 8시 45분 CAT항공사 소속 전세기편으로 김포국제공항을 떠나 하와이로 일로망명의 길을 떠났다(號外再錄).
이날 공항에서 허정 수도국무위원과 이수영 외무차관, 그리고 그의 운전수와 경호원 수명이 전송할 뿐 16년전 그가 국부로 추앙받으며 동포의 환호성에 묻혀 환국했을 때와는 너무도 대조적이어서 파란 많은 그의 생애를 말하는 듯 하였다. 남기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기자 질문에 李박사는 “지금 내 입장에서 무슨 말을 하겠소. 얘기를 하면 내 생각하는 일이 달라질지 몰라. 다 이해해 주고 그대로 떠나게 해 주오”라고 말했으며 프란체스카 부인도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낫딩… 아이 러브 코리아”(아무것도 없소… 나는 한국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41개의 좌석이 있는 CAT상의 104호기는 이날 아침 7시반 臺北으로부터 飛來하여 李박사 내외와 그들의 휴대품인 4개의 중형 보스톤백, 2개의 양산과 李박사가 10여년래 애용해 온 타이프라이터 1개와 短杖 1개를 실었을 뿐 아무도 따라가는 이가 없었고 승무원으로는 기장 K.R.락웰씨, 부조종사 티턴 및 핀카바씨의 3명 외에는 한 사람의 스튜디어스(案內員)도 없었다. 락웰 조종사는 이날 기상 등 비행조건이 好適하다고 말하면서 순조로우면 21내지 22시간 후에 하와이 호놀룰루 비행장에 닿을 것이며 도중 웨이크島에 기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許 首席국무위원은 정비 관계로 이날 예정보다 2시간여 연발하게 된 기내에서 李박사와 얘기하였는데 그것은 “別 얘기도 아닌 이런저런 얘기였다”고 말하였다. 許 首席은 李 박사부처가 “休養次하와이로 떠났다”는 것을 공보실을 통하여 발표할 것일라고 말하였다.
이날 경향특종 1면은 이박사 망명 톱기사와 맥카나기 주한 미대사의 ‘暫定査證으로 출국’했다는 코멘트 이외에는 일체 함구했다는 사실, 張 勉박사의 ‘의외의 놀라운 일’이란 코멘트, ‘당연히 잘 떠났다'는 재야인사의 반응, ‘도망시킨 자는 심판 받아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등 각계의 반응도 골고루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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