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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과 나라 세우기 전 개막 대담

Joyfule 2020. 8. 15. 07:39



이승만과 나라 세우기 전 개막 대담


 "인물탐구 넘어 현대사재평가 계기로"
  부정원흉 등 편파시각 팽배
 비판-정리통한 객관화 절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정치인 통일론등 재조명 사적의의 커
 거대한 삶 후반 4~5년으로 혹평 "문제"


발행일 : 1995.02.05 / 6 면

기고자 : 정리=이한우-신형준 


광복 50년과 조선일보 창간 75주년을 기념, 5일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일반공개에 들어가는 특별기획전 이승만과 나라세우기 는 우리 근현대사의 중심인물 이승만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물꼬를 트는 행사다. 이승만의 생애 전체를 있는 그대로 펼쳐놓음으로써 그의 공과에 대해 본격적인 역사적 조명을 가해보자는 것이 일차적 주안점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오늘의 우리에게 이승만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 존재인가 하는 문제다. 이번 전시를 위해 기획단계에서부터 관여했던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이택휘소장(서울교대 교수 정치학)과 정진석교수(한국외국어대 언론학)의 대담을 통해 이 문제를 진단해 보았다. <편집자 주>

정 그동안 일반국민은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건국대통령 이승만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데 너무나 소홀했다는 생각입니다. 알고있는 지식도 많지 않고 그나마 불확실한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솔직히 이승만이란 인물의 크기에 대해 매우 놀랐습니다. 세기를 대표하는 몇 안되는 세계적 정치인 중의 하나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대의 우리들은 충분한 지식도 없으면서 너무 부정적으로만 그를 봐 왔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광복 50년인 올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한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대사를 일정하게 거리를 두고서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념적 갈등이나 당파적 수준을 넘어서서 한국근현대사를 보는 작업이 시작돼야 합니다. 이번 전시회는 바로 이런 역사적 인식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다고 봅니다.

정 역사를 보는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씀인데, 그중에서 핵심적인 것은 이제 역사를 단절이 아닌 연속의 과정으로 보자는 것일 겁니다. 지난 년은 끊임없이 과거를 부정해온 역사였습니다. 사실 그것은 역사라고도 할 수 없고, 역사에 대한 허무주의에서 나온 것입니다. 식민지의 패배주의가 남긴 유산이겠죠.

"역사허무주의 피해자"

이 동감입니다. 그 과정에서 최대의 피해자는 역시 이승만입니다. 초대대통령인데다가 말년이 불행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매도될 소지가 높았던 것이지요. 사실 일반인이나 학계의 무관심 속에 이승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계속 확대재생산돼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승만을 객관적으로 보자는 주장마저도 그를 미화시키자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받게 되는 것입니다.

정 이승만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현대사의 비중을 생각해 보죠. 그는 상해임정에서 초대부터 4대까지 국가수반을 지낸 인물입니다. 대한민국의 초대대통령이기도 하구요. 이런 인물을 말년의 실정을 꼬투리삼아 독재자 , 친일파의 비호자 , 부정부패의 원흉 등으로 매도하고 긍정적 부분에 대해 외면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 정말 우리 근현대사에서 이승만을 빼고나면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그가 차지했던 비중은 컸습니다. 1910년 한-일합방전까지 이승만은 치열한 독립운동을 펼치다가 감옥에까지 갔습니다. 광복 직전까지는 해외에서 항일운동으로 일관했지요. 군정하에서는 나라세우기에 전력했고 대통령이 된 48년 이후부터는 근대국가를 만드는 일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의 삶을 보면 마치 국사교과서의 근현대사편을 보는 것같지 않습니까. 이런 거대한 삶을 살아온 역사적 인물을 말년의 4~5년만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분명 잘못입니다.

인권탄압등 비판대상

이승만을 재평가한다고 할 경우 우선 대한민국을 만든 주체였다는 점이 강조돼야겠지요. 그것은 우리의 현대사를 바로잡는 것임과 동시에 국가정통성을 확립하는 작업입니다. 솔직히 우리 학계는 그동안 이 문제를 외면해 온 감이 없지 않습니다.

국제적인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사실 이승만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건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마다 않고 날아가 논쟁을 벌이고 협상을 했습니다. 오늘날에도 그만한 인물을 찾기가 어려울 만큼 출중했던 것이죠.

정 이승만은 정말로 우리 근현대사의 수많은 크고 작은 사건 속에 자리했습니다. 그의 연표를 정리하다보니 사사로운 것은 제외하고서도 1백여쪽의 소책자를 만들고 남을 분량이었습니다. 독립협회 운동때부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외국과의 교섭이나 항일-반공투쟁-건국운동에 공헌했습니다. 이 시기에 이만한 학식과 경륜을 갖춘 인물은 세계사적으로도 드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이승만이 살아있을 때도 별로 알려져있지 않았는데 이번 전시회를 통해 충분히 소개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승만과 나라세우기 전은 한 인물에 대한 탐구일 뿐만 아니라 현대사 다시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그렇다고 이번 전시회가 그를 맹목적으로 선양하는 자리는 아닙니다. 비판과 정리를 통해 이승만을 올바르게 자리매김하고 격동의 우리 현대사를 차분히 되살펴 교훈을 얻자는 것이지요. 객관적 평가가 기대되는 행사라고 봅니다.

정 물론 그에게 비판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년대 후반 정권말기에 인권탄압도 많았지요. 대구매일신문에 테러를 가했고 경향신문을 폐간시키지 않았습니까. 이승만은 사안별로 탄압을 가했습니다.

이 개인적으로 보더라도 이승만은 강한 구세주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그의 일생동안의 항일운동을 뒷받침한 원동력이기도 했지만, 유아독존식의 정치행태를 가져온 부정적 동기도 됩니다. 장개석, 수카르노, 네루, 나세르등과 비슷했다고 할까요.

정 개인적 면모 중에서 귀감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 검약한 생활입니다. 축재도 전혀 없었고요. 아마도 유교의 선비정신과 기독교의 청교도정신이 묘하게 결합돼 체질화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신문광고 쪽지에 메모를 하고, 심지어 한국전쟁때는 정일권씨를 3군참모총장에 임명하면서, 물론 사정이 급해서 그랬겠지만, 쓰다 남은 종이에 친필로 써서 임명장을 준 적도 있습니다.

이 흔히 하는 얘기중에 이승만을 부정부패의 원흉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평가는 분명 잘못된 것이 아닙니까.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도 이승만이 가장 부패한 대통령으로 나온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완전히 잘못된 결과입니다. 당시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부패했을지는 몰라도 이승만 자신은 깨끗했습니다.

물론 지도자로서 당시의 부패에 대해 책임은 져야 합니다. 그래서 당시에도 외교에는 귀신, 인사에는 등신 이라는 말도 나온 것이겠지요. 그러나 개인을 평가할 때 이승만을 부패했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 말입니다.

정 이승만은 워낙 거대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연구를 해야 그의 삶과 사상의 실체를 어느 정도라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학계에서도 이승만에 대한 연구가 촉진되기를 기대합니다.

광복 50주년이라는 시점에서 이승만이 남긴 역사적 과제는 무얼까 생각해 볼 때 역시 으뜸인 것은 남북통일이 아닐까 하는데요. 그가 오랜 독립운동을 하면서 꿈꾸었던 것이 분단된 조국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의 북진통일론이 단순히 수사학만은 아니었다는 것은 그의 일관된 생각을 돌아볼 때 분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분단은 그 자신이 남긴 유산이면서 현세대가 풀어가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학계연구 촉진 기대

정 동감입니다. 이승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중에서 현재의 우리에게 가장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아무래도 통일문제와 관련해서이겠지요. 과연 그의 남한단독정부론이 분단의 1차적 원인이었는가도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그가 분단의 원인제공자처럼 인식되고 있는데 이는 당시의 국제정세를 무시한 견해가 아닐까요. 그리고 그의 놀라운 국제감각은 세계화가 강조되는 오늘의 시점에서는 더욱 절실합니다. 반공포로석방, 평화선 선포, 북진통일론등은 그가 당시의 세계정세를 손바닥처럼 읽으면서 취한 조치임이 분명합니다.

이 끝으로 이번 행사와 관련해 꼭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번 특별전을 개인기업인 언론사에서 주최했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물론이고 학계에도 큰 자극이 될 것입니다. 솔직히 학계의 일원으로 부끄럽기도 합니다.

정 앞으로 이승만의 전모를 밝히는 연구가 학계에서 활성화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정리=이한우-신형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