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를 통해 본 바람직한 지도자상
이양호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교수/교회사)
1. 서언
교회사에는 신앙적 인격과 지도력에 있어서 위대한 인물이 실로 수도 없이 나타난다. 우리는 여기서 그 많은 인물들 중 초대, 중세, 근대에 한 분씩 세 분을 선택하여 그들의 삶의 모습을 생각해 보려고 한다. 초대 교회사에서는 기독교 철학자이며 정치가였던 보에티우스를 선택하였으며, 중세 교회사에서는 그리스도 이후 최고의 성인이라 불리우는 프랜시스를 택하였으며, 근세 교회사에서는 종교 개혁자 칼빈을 선택하였다.
2. 천상의 비밀을 깨달은 보에티우스
보에티우스(Anicius Manlius Toroquatus Severinus Boethius)는 그의 옥중 저서 {철학의 위안}으로 중세기 내내 기독교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그의 저서 {철학의 위안}은 사도 바울의 옥중 서신, 존 번연의 {천로 역정}과 함께 세계 3대 옥중 문학으로 각광을 받아 왔다.
보에티우스는 480년경 로마의 명문 가문에서 출생하였다. 그는 젊은 나이에 철학의 도시인 아테네에 가서 광범하게 학문을 연구하고 로마로 돌아와서 공직자의 길을 걸었다. 당시 로마는 서 로마 제국이 476년에 게르만족에 의해 멸망된 후여서 고트족의 테오도리쿠스(Theodoricus)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었다. 테오도리쿠스는 로마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로마의 명문가 출신인 보에티우스를 중용하였다. 보에티우스는 510년에 집정관이 되었으며, 522년에는 궁재 (Magister Officiorum, Master of the Offices)의 자리에 임명되었다.
보에티우스는 크리스찬 철학자로서 "하나님을 따르면서", 플라톤이 제시한 철인정치가(philosopherruler) 의 길을 가고자 노력하였다. 그는 탐욕스러운 고트족의 지도자들과 강압적인 로마 원로원 지도자들에 맞서서 정의로운 정치를 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부패한 사회에서 그의 정치적 이상은 난관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공직 사회에는 매관 매직이 성행하였다. 뇌물을 바쳐 공직을 얻었으며, 그것을 벌충하기 위해 부정을 저질렀으며, 나아가서 실직될 때를 생각해서 부정 축재를 하였다. 보에티우스가 "궁정의 개들"(palatinae canes)이라고 부른 그의 정적들은 보에티우스를 공격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었다. 서 로마 제국이 게르만족에 의해 멸망되고 서 로마 제국의 황제는 폐위되었으나, 서 로마인들은 동 로마 황제를 자기들의 황제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고트족의 왕은 이 황제 아래에 있는 군주로 생각하였다. 따라서 동 로마 제국의 황제와 고트족의 왕이 화친의 관계에 있을 때는 문제가 없었으나, 불화의 관계에 들어가면 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보에티우스가 데오도리쿠스 궁정의 궁재의 자리에 오른 후 키프리아누스라는 사람이 알비누스를 반역죄로 고소하였다. 알비누스가 동 로마 황제 유스티누스의 측근과 내통하면서 데오도리쿠스의 왕국에 반해 역적 모의를 했다는 것이었다. 알비누스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였으나 데오도리쿠스 왕은 합법적 절차 없이 그의 유죄를 선언하였다. 보에티우스는 합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나아가서 알비누스의 무죄를 주장하였다. 키프리아누스는 보에티우스 자신이 이 반역죄를 알고 있었으며 이를 은폐하려고 했다고 공격하였다. 결국 보에티우스도 체포되어 파비아 감옥에 구금되었다. 그는 자신을 변호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채 사형 선고를 받고 죽음의 날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는 유배지에서 자기의 찬란한 과거를 회상하고, 또 자신을 모함한 간신들에 대한 분노와 자신을 버린 국왕에 대한 원망으로 괴로워 하다가 깊은 명상 속에 들어가 하늘 나라에 이른다. 이 거대한 우주는 선한 하나님의 선한 세계이며, 저 아래 지구 한 모퉁이에 자기를 유배시킨 왕과 간신들이 있음을 보게 된다. 보에티우스 자신이 유배자가 아니라 이 거대한 선한 하나님의 세계에서 쫓겨난 그들이 바로 유배자임을 깨닫고 고요한 평화에 이른다. "이렇듯 너를 네 여로가 이끌어 이 나라에 이르게 한다면 그 때 너는 지금 잊어버리고 애써 찾는 '바로 내 본향이 여기임을 기억하노라. 나는 이제 본향에 왔으니 편히 쉬겠노라'라고 말하리라. 그리고 너 만일 거기서 어둠에 잠긴 지상세계를 한 번 바라본다면 가련한 뭇 백성들이 전전긍긍하는 잔악한 왕후들도 한낱 유배자임을 알게 되리로다."
보에티우스는 천상의 비밀을 깨달음으로써 끝까지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정의롭게 살다가 525년경 고요한 평화 속에 최후를 마칠 수 있었으며, 그래서 영원한 지도자로 남아 있게 되었다.
'━━ 지성을 위한 ━━ > Leadership'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회사를 통해 본 바람직한 지도자상 (0) | 2019.04.01 |
---|---|
교회사를 통해 본 바람직한 지도자상 (0) | 2019.03.30 |
교회사를 통해 본 바람직한 지도자상 (0) | 2019.03.28 |
당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발견하라! (0) | 2019.03.27 |
당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발견하라! (0) | 2019.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