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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Joyfule 2021. 10. 4. 09:29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빅토르 위고 (Victor Marie Hugo)


제1부 팡틴


7.

팡틴은 어린 코제트를 테나르디에 집에 맡겨 놓고 계속 길을 걸어 고향인 몽트뢰유 쉬르 메르에 도착했다. 그녀가 고향을 떠난 지 10년이 흐른 뒤였다. 그곳은 완전히 변해서 가난한 고장이었던 고향이 번창하고 있었다.


2년 전쯤 거기에서 어떤 발명이 일어났던 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곳 사람들은 영국이나 독일에서 생산하는 까만 유리구슬의 모조품을 만드는 특수한 공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원료가 비싸서 임금을 제대로 지불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언제나 형편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돌아왔을 무렵에 이 장신구 제조법에 아주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1815년 말 어떤 다른 지방사람 하나가 여기에 와 살면서 구슬 제조법을 새로 고안한 것이었다.


구슬에 바르던 수지 대신 칠을 쓰고, 특히 팔찌를 만들 때는 납땜을 한 둥근 쇠 대신에 그냥 둥근 쇠고리를 썼다. 이 작은 변화하나 때문에 원료비가 굉장히 줄어들었다. 그래서 임금을 많이 지불할 수 있게 되어 그곳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었고 값이 싸졌으므로 소비자에게도 좋은 일이었고, 훨씬 싼 값으로 팔면서도 이익을 세 배나 더 올렸기 때문에 제조업자에게도 큰 이익이 되었다.


삼 년도 되기 전에 이 새 제조법 발명자는 부자가 되었다. 게다가 주위 사람들도 넉넉하게 되었다. 그는 다른 지방에서 왔는데 그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문에 의하면 겨우 몇 백 프랑에 지나지 않는 돈을 갖고서 이곳에 들어왔다는데 이 발명으로 마침내 자기는 물론이고 지방 전체를 부유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 그는 노동자 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12월 어느 해질녘에 배낭을 메고 지팡이를 짚고서 그가 도착했는데 그날 마침 시청에 큰 불이 났다고 한다. 사나이는 생명을 걸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 두 아이를 구해냈다. 마침 그 아이들은 헌병대장의 자식들이었는데 그 때문에 아무도 그에게 통행증을 보자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부터 그는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마들렌 아저씨였다. 쉰 살쯤 된 사나이로 모두에게 친절했다. 그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마들렌 씨의 수익은 대단한 것이어서 2년째에는 이미 커다란 공장을 갖게 되었다. 굶주린 사람은 누구든지 거기에 가기만 하면 일자리와 빵을 얻을 수 있었다. 그가 이곳에 오게 된 것은 은혜요 하늘의 뜻이었다.

그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 지방은 모든 것이 침체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활기를 띠었고 실업이나 궁핍은 이제 자취를 감추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호주머니에 얼마간의 돈이 들어 있었고, 아무리 어려운 집안이라도 작은 기쁨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는 돈벌이를 우선으로 여기는 것 같지는 않았다. 1820년에는 은행에 그의 이름으로 63만 프랑이 예금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벌써 그 이전에 시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백만 프랑 이상을 썼던 것이다. 시내 병원 시설을 위해 돈을 기부했고 학교를 두 개나 세웠다. 보육원도 세웠으며 늙고 병든 노동자를 위해 구제기금을 모으기도 했다.


이 지방은 그에게 대단한 은혜를 입었으며 가난한 사람들은 모든 면에서 그에게 은혜를 입고 있었다. 그러므로 누구나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그의 직공들은 그를 숭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숭배를 슬픔에 젖은 듯한 담담한 태도로 받아들였다. 그가 부자라는 것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자 사교계 인사들은 그에게 고개를 숙였고, 시내에서는 그를 마들렌 씨라고 부르게 되었다. 직공들과 어린아이들은 그를 마들렌 아저씨라고 불렀는데 그는 그것을 더 좋아했다.


1819년 거기에 온지 4년째 되던 해, 그는 이 지방에 바친 공헌을 인정받아 시장에 임명되었다. 하지만 그는 사양했다. 같은 해에 공업박람회에 출품된 그 발명품 때문에 레지옹 도뇌르 5등 훈장이 수여됐지만 그것도 거절했다. 하지만 5년째가 되던 해 다시 시장으로 임명되자 더 이상은 물리칠 수가 없게 되었다. 주민 모두가 들고일어나 그가 시장이 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수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소박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머리는 희끗희끗했고 눈에는 진지한 기색이 감돌았고, 얼굴은 노동자처럼 햇빛에 그을리고, 항상 철학자처럼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챙 넓은 모자를 쓰고 값싼 프록코트를 걸쳤다.


그는 시장의 임무는 다하고 있었지만 그 밖에는 아주 쓸쓸하게 살았다. 간단한 인사말만을 나누고는 얼른 자리를 피했고, 이야기를 오래하지 않는 대신 웃음만 지었다. 그는 언제나 책을 읽으면서 혼자서 식사를 했다. 그는 책을 좋아했다. 재산이 많이 모이자 한가한 시간도 많이 생기게 되었는데 그것을 정신수양에 쓰는 모양이었다. 그곳에 와서 해를 거듭함에 따라 그의 말씨는 점점 더 공손해지고 세련되어지고 부드러워졌다.


이미 젊다고는 할 수 없는 나이였지만 모두들 그를 놀랄 만한 힘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쓰러진 말을 일으키고, 수렁에 빠진 수레바퀴를 밀어주고, 도망치는 황소의 뿔을 잡아 붙들기도 했다. 집을 나설 때는 언제나 호주머니에 잔돈이 가득 차 있었지만 돌아올 때는 텅 비어 있었다. 그가 마을을 지나가면 누더기를 걸친 아이들이 즐거운 듯이 쫓아와 파리 떼처럼 그를 에워싸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