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 원제 The Road - 코맥 매카시 (지은이), 정영목 (옮긴이) | 문학동네

2006년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상과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코맥 맥카시의 소설. 묵시록적 비전으로 가득 찬 소설은 대재앙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길을 떠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오프라 윈프리 클럽 도서’ 에도 선정되었으며 2008년 현재 비고 모텐슨이 주연을 맡아 영화로 제작중이다.
대재앙이 일어난 지구. 그곳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은 없다. 문명은 파괴되었고 지구의 거의 모든 생명은 멸종한 상태. 불에 탄 세상은 온통 재로 뒤덮였고 하늘 가득 떠도는 재에 가려 태양도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 사라진 땅. 그곳에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있다. 그리고 배고픔과 생존을 위협하는 사건들 속에서도 그들은 하염없이 걷고 있다. 바다가 있는 남쪽을 향해...
그들이 왜 남쪽을 향해 걷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할 뿐이다. “우리는 불을 옮기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여행은 쉽지 않다. 세상은 매우 삭막하며 인간이 인간을 죽이고 먹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트럭을 타고 다니며 인간을 사냥하고 배고픔을 참지 못해 아기를 구워 먹기도 한다. 가장 큰 어려움은 매일 각혈을 하며 잠을 깨는 아버지. 그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위험으로부터 아들만은 지켜내기 위해 아버지는 버틴다. 예기치 않은 공격, 위험한 상황에의 노출, 그리고 무엇보다 굶주림으로부터... 그러나 이미 사라진 문명에 대해 아들은 알지 못한다. 문명이 존재하던 사회에 대한 어떤 기억이나 지식, 체험도 그에겐 없다. 때문에 아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돕고 껴안고자 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을 제외한 살아남은 모든 사람을 경계하고 있다.



코맥 매카시 (Cormac McCarthy) - 1933년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에서 태어났다. 1951년 테네시 대학교에 입학해 인문학을 전공했고 공군에서 4년 동안 복무했다. 시카고에서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며 처녀작 <과수원지기 The Orchard Keeper>(1965)를 썼고 이 작품으로 포크너상을 받았다. 이후 <바깥의 어둠 Outer Dark>(1968)과 <신의 아들 Child of God>(1974)로 평단의 주목을 받다가 <서트리 Suttree>(1978)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졌다. 1976년 텍사스 주 엘파소로 이주한 후에는 미국-멕시코 접경지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을 썼다. 특히 1985년에 발표한 <피의 자오선 Blood Meridian>은, 남부를 배경으로 한 초기의 고딕풍 소설에서 묵시록적 분위기가 배어 있는 서부 장르 소설로의 전환점에 해당하는 수작으로 꼽힌다. 국경 삼부작으로 잘 알려진 <모든 멋진 말들 All the Pretty Horses>(1992)과 <크로싱 The Crossing>(1994), <평원의 도시들 Cities of the Plain>(1998)은 서부 장르 소설을 대중 오락물에서 고급 문학으로 승격시켰다는 평단의 찬사와 함께 일반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도 얻었다. 이 중 매카시를 대중에게 널리 알린 <모든 멋진 말들>은 미국 도서상(National Book Award)과 미국 비평가협회상(National Book Critics Circle Award)을 받았다. 2007년에는 종말 이후의 세상을 다룬 <길(The Road>(2006)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정영목 - 서울대 영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8년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신의 가면: 서양신화>,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 <눈먼 자들의 도시>, <서재 결혼시키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여행의 기술>, <불안>, <동물원에 가기>, <사자의 꿀>, <눈뜬 자들의 도시>,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 <석류나무 그늘 아래>, <책도둑> 등이 있다. ![]() |
너무나 아프고, 너무나 슬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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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일까. 세상이 병들고 문명이 황폐화 되었을때, 사람들의 삶이란 어떻게 변하는 것일까. 아니 사랑이라는 것은 어떤 모양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생존이라는 절박함과 사랑이라는 애틋한 감정은 서로를 어떻게 형성해가는 것일까. 아버지와 아들이 있다. 그들은 길에 서 있다. 아버지와 아이들. 온 더 로드. 그래서 그들은 걷는다. 끊임없이 걷는다. 잠깐의 휴식이 있지만, 책속에서 그들의 휴식은 말 그대로 걷기를 위한 준비를 위한 휴식일 뿐이다. 맹목적인 의지는 아니다. 걸어야만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사람들을 만나기 힘든 황폐해진 세상. 온통 재로 덮인 대기, 대지, 태양. 빛을 읽고 단지 더 어두워졌다가 덜 어두워졌다가를 반복하기만 하는 희미한 태양. 그 빛이 조금 더 밝아지면 아버지와 아들은 다시 길을 걷는다. 그 아련한 희망이라는 것을 향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대화가 거의 없는 아름다운 서술형의 문체에 간혹 잔잔한 대화가 이어진다. 대화는 번역을 거쳤는데도 불구하고 무척 음악적인 운율을 가지고 있다. 계속 걸어가면 좋은 곳이 나올까요. 나올꺼야. 우린 살아남을 꺼죠. 살아남을 꺼야... 대화는 그렇게 무덤덤하고 짧게 동어반복을 되풀이 하지만 읽는 이의 감정을 무척 강하게 자극을 한다. 책은 무척 아름답다. 책을 이루는 문체가 너무나 시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세상에 좀비를 다룬 책이 이렇게 본격적인 문학의 형태를 띄어도 되는 것이란 말인가. 세상은 진화한다. 아니 퇴보할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그 먼 미래에 가능할 수도 있는 퇴보를 예상하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남길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인 것이다. 이 아름다운 글을 읽게 된 오늘이란 날의 달력에 감사의 동그라미를 그리고 싶다. |
절망의 끝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삶의 희망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 황폐함, 세상이 전부 회색의 잿빛이다. 사방이 먼지와 재였다. 지구의 대재앙으로 모든 것이 사라지고 희미한 생명의 흔적만이 존재한다. 쉽게 말하자. 그래, 지구가 결국 망해버렸다. 그리고 파괴된 길 위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끊임없이 걷는다. 그들이 가는 곳은 늘, 부서진 건물과 약탈당해 폐허가 된 상점과 주택, 온기의 흔적은 없고 파괴된 마을과 바싹 말라비틀어진 시체, 혹은 일부가 절단되어 널부러진 흔적과 황량함뿐이었다.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어 가면서 아버지와 아들은 방수포를 뒤집어 쓰고, 누더기를 입고, 카트를 끌고, 굶주린 배를 움켜지고 길을 걷는다. 그들은 노숙자가 아니다. 생존자였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이 언제인지 알 수도 없었다. 그리고 방향도 모른다. 남쪽으로 걷고 있을 뿐이다.
알 수 없는 내일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이 겪는 생존의 공포를 고스란히 느끼면서 그들은 길을 걷는다. 남쪽을 향해, 오로지 지금 현재, 이 순간을 살기 위해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서로를 위해서 그들은 길 위를 걷는다. 길을 걸으면서 만나는 사람들, 그들이 적인지 착한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다만, 그들을 보는 순간 아버지와 아들은 그들의 먹이가 되느냐, 도망치느냐의 선택만이 있을 뿐. 살아남은 자는 먹거나 먹히거나 둘 중 하나이다. 아버지는 그 현실로부터 아들을 지켜내고 싶다. 아들은 착한 사람들의 존재를 믿는 선함이다. 그런 아들을 아버지는 지켜내야 한다. 아버지와 아들은 불을 운반하면서, 그 빛을 지켜내면서 길을 걷는다. 그들은 살아남아야한다는 그 일념으로 길을 걷는다.
할 일의 목록은 없었다. 그 자체로 섭리가 되는 날. 시간. 나중은 없다. 지금이 나중이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든 것들, 너무 우아하고 아름다워 마음에 꼭 간직하고 있는 것들은 고통 속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슬픔과 재 속에서의 탄생. 남자는 잠든 소년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나한테는 네가 있는 거야.
한때,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상상하던 그 생각, 지구가 멸망하게 되면 순간적으로 모든 것이 빛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몽상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구의 껍데기만 멸망하고 그 속에 남은 사람들은 목숨이 달려있어서 여전히 살아가야 하고,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문명의 삶은 지속될 수 없다면...그때는 나는 어디로 걸어가야 하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원초적인 그 질문 하나만이 맴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작가,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의 책이었다. 나는 [로드 The Road]로 처음 만나게 되었지만 정말, 역시... 그 어떤 묘사보다도 간결하지만 절절하면서 소름끼칠 정도로 비참했다. 세기말의 절망감을 담고, 희망없는 지구에서 생존한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을 대신해서 보여주는 듯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시간들이 의미를 잃었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그 속에서 일말의 희망을 찾기 위해 무거운 발길을 옮기고 또 옮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절망위에 존재하는 희망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생존, 살아있음. 그 하나만으로도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을....그래서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가 없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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