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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같고 세종같은 정치인

Joyfule 2017. 4. 15. 15:09

   

링컨같고 세종같은 정치인
[문화일보 2006-06-14 16:08]
미국에서 대통령을 하려면 조금이라도 에이브러햄 링컨을 닮은 데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하버드 출신의 백만장자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흑인 해방의 업적을 따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조금이라도 세종대왕다운 데가 있어야 대통령 으로 존경을 받는다. 세종은 선비답게 7년 가뭄에 백성과 더불어 고생한다고 경회루 앞 초가삼간에서 지냈다. 그 심정이 중하다.

그래서 미국은 모두들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 를 내세우고 행세를 하고 있다. 한국 정치에서도 세계적인 민주 주의를 한다고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를 부르짖었지만 국 민의 정치 참여 심리는 나라님을 평가하는 투표행위였다. 그것이 500년 우리 몸속에 배어 있다.

즉 그 정치에는 “국민이 중하고(民爲重) 집권정부는 그 다음(社稷次之)이고, 왕 또는 대통령은 먼지보다도 가볍게 날려보낼 수 도 있다(君爲輕)고 했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줄줄이 번호만 보 고 찍어 ‘대통령의 사람들’을 날려버렸다.

예부터 조선조 519년 27대 정권교체의 전통에서는 폭군정벌론(暴君征伐論)이 경국대전에도 명시돼 있다. 두 번이나 반정(反正)의 실례도 있었다. 그 반정의 기준은 무엇인가? 조선조 국체를 존 중하는 유교의 성리학의 준수였다. 바로 오늘날 우리의 민주정치 와 자본주의 그리고 반공을 신봉하는 정치 풍토와 같다. 그 성리 학을 기준으로 옳은 정치로 돌아가자는 명분이 바로 반정이다.

이러한 통치 이념에 차질과 의심이 생기면 곧장 사간원 선비의 직간(直諫)이 일어나고, 또한 삼사합계(三司合啓)의 데모가 일어 났다. 그것은 촛불시위나 탄핵보다 무섭다. 그래서 왕은 듣고 따 라야(聽從) 했다. “거두어 주십시오”의 힘이다. 그래서 세종은 세금을 결정하는데 세 번이나 전국 고을의 여론을 조사, 17만장 의 서면의견을 들었다. 그리고 찬성하는 고을부터 거둬들이기 시 작했다.

세금으로 통치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세종과 황희만 있으면 어 려워도 살맛 났다”고 했다. 한때 대통령은 교만하고 총리는 마 음대로 국민을 억누르던 때가 있었다. 살맛 없었다. 세종은 육진 을 평정하는 전쟁을 31년 동안 했다. 그 군량미를 보내느라 농업 을 발전시켰다. 그 세종의 유언은 ‘한글 전용’도 아니었다. “ 압록강, 두만강은 나의 생명선이니 잘 지키라”였다. 즉 안보를 부탁했다.

그런데 김정일을 만나 귀엣말을 TV 앞에서 하고 돌아와서는 자기 맘대로 수풍댐 만한 전기를 보내주고 군대는 반으로 줄이겠다고 하는 것이 ‘우리민족끼리’의 통일이라고 주장했다. 안보는 없 고 굴종만 있었다. 그런가 하면 부동산 법을 헌법보다 고치기 어 렵게 만들겠다고 국민을 협박하는 사람이 출세하는 세상이 됐다 .

국민 투표의 한 표가 얼마나 무서운가? 링컨에게 “이 짐을 날라 다주면 한 표 찍겠다”고 하니 링컨은 서슴없이 짐을 지고 땀 흘 려 가면서 한 표를 받았다는 일화가 있다. 국민을 상전으로 모신 사람이 링컨이다. 우리는 그 많은 표가 깎여도 뻔뻔스러운 궤변 만 늘어놓고,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위대한 정치가는 ‘불?嗔舊層?않고 변명도 안하는 법(Never complain, never explain) ’이다.

그가 바로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학벌 없고, 없는 집안 출신이라 서 링컨이 훌륭한 대통령이 된 게 아니다. 지난 현충일에야말로 이 나라에 링컨같은 명연설이 나왔어야 했다. 게티스버그 벌판에 쓰러진 장병을 앞에 두고 2분동안 열 마디로 진실한 연설을 했 을 때 국민은 실망했다. 그러나 1시간57분의 명연설을 했던 에드 워드 당대 최고의 경세가는 대통령에게 “나의 2시간 연설로 겨 우 당신의 2분 연설 내용에 도달할 수 있어 영광스럽다”고 했다 . 그것이 바로 오늘날 미국의 정신이다.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대통령의 연설은 무엇인가? 링 컨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 오늘날 추잡스러운 벌거숭 이가 돼 버린 권력의 노골적인 변명과 함량 미달 패거리들의 어 느 편인지도 모르는 빨치산 식 표현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링컨 도 아니고 인의(仁義)의 세종대왕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동희(서경대 석좌교수, 선비문화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