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 강연을 하고 있는 박한식 교수-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
통일뉴스 이광길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23일 오전 9시 서울 장충동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수석부의장 이재정) 사무처 2층 회의실에서 서울지역 간부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북한 정세 분석과 전망' 초청강연에서 조지아대 박한식 교수는 ‘부시의 대북정책은 총체적으로 실패하였으며 북핵문제를 푸는 길은 미국이 북의 요구를 전적으로 들어주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교수는 지금까지 북한을 40여 차례 방문하였으며, 7.5미사일 발사 이후에 한번, 그리고 핵시험 이후 지난 18∼21일에도 평양을 다녀왔기 때문에 그의 주장을 가볍게 흘려버릴 수 없다고 판단된다.
박 교수는 이 강연에서 유엔안보리 결의안은 완전한 실패작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미국이 주도한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은 "되어서도 안되고 안되어서도 안되는 오히려 없었던 게 훨씬 좋은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특히 "(안보리)결의가 효과적으로 시행된다면 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하였으며 특히 북한 선박이 일본 경비정에 강제 검색 당한다면 북한 사람들과 인민군은 절대로 이에 순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칫하면 큰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표명하였다고 한다.
사실 최근 미사일발사시험과 핵시험 이후 일본 우익들이 재일교포들에 대해 테러와 탄압을 가한 것을 두고 북은 파멸적 물리적 응징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경고를 연이어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박한식 교수는 또한 중국의 제재에 북이 흔들릴 것으로 보는 것은 상황만 악화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미국은 특히 중국을 포함한 (6자회담내) 5자 압력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다자간 압력은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이라고 박 교수는 잘라 말하고,
일례로 박길연 주유엔북한대표부 대사가 안보리 결의 채택 당시 회의장에 중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보리가) 깡패처럼 집결해 우리를 위협한다"고 발언한 것을 적시했다.]-23일 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즉, 깡패라는 말은 중국도 들으라는 말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 어떤 압력으로도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강연을 함께 취재한 연합뉴스 이정진 기자는 박한식 교수가 북한 학자로부터 이번 핵실험은 `과학적으로 굉장히 앞선 무기'로, 작은 탄두에 얹을 수 있는 작은 폭탄을 성공적으로 터트렸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는 사실도 보도하였다.
최근 평양을 방문하고 온 미국의 헤커 박사도 이런 말을 들었다고 방북보서에 적시하면서도, 그런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소형핵무기를 첫 시험부터 만들어 한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는데 사실 북은 파키스탄이 진행한 여러 차례의 핵시험 데이터를 넘겨받았으며 또한 북에서 만든 핵무기도 파키스탄에서 두 번이나 이미 시험했다는 주장이 미국 정보국과 한국의 보수언론 그리고 김명철, 한호석과 같은 대북전문가들 속에서 계속 나왔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이번 북의 핵시험을 첫 번째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북이 소형핵무기를 시험했을 개연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북이 소형핵무기를 개발했다면 그것을 미국 본토로 보낼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도 확보했을 것이다. 포탄과 중단거리 미사일로는 핵을 미국까지 보낼 수 없고, 그런 준비도 없이 핵시험으로 미국과 맞서는 것은 위험천만한 행동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6자회담이 결렬되고 북이 추가적인 물리적 타격을 진행한다면 미국에게 이번 10.9 핵시험보다 더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그럴 준비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한식 교수는 그는 이 외에도 충격적인 말을 연신 토로하였고 한다.
[김정일은 아주 유능한 정치가이며 이미 군 안의 분열 요소를 완전히 제거해 붕괴 가능성도 없고 북한 군부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가 다 달려들어도 꿈쩍 안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23일 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이와 비슷한 평가는 직접 만나보고 온 박지원 전 장관, 김대중 전 대통령, 고이즈미 전 일본총리의 입에서도 여러 번 나왔었다. 그러나 북한 군부에서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공격해 와도 꿈쩍 안 한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의외이며 충격적이다.
북의 간부들이 중국에 대해 이렇게까지 말한 것은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여 두 번이나 유엔안보리결의안 채택을 주도한 중국에 대해 북의 수뇌부에서는 그만큼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6자회담에서 중국이 조금이라도 미국의 입장에 서서 북에 대한 압박을 가한다면 북은 단호하게 6자회담장을 뛰쳐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판단된다.
물론 중국은 이번 6자회담이 북의 핵무장을 막을 유일한 기회라고 판단하고 미국을 주로 압박할 가능성이 절대적이다. 만에 하나 그렇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북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전 세계적인 핵군비경쟁은 피할 수 없기에 미국은 반드시 북과 타협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해결방안은 미국이 북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박 교수는 6자회담에 언급, 북한이 핵실험을 해 상황이 어렵게 됐지만 안보리 결의가 실패한 것이기 때문에 6자회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면서
"북한이 하와이를 달라는 것도 아니고 살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것인데 북한이 원하는 안보적·정치적·경제적인 것들을 다 줘야한다"고 주장했다.]-23일 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부시대통령이 아펙회의에서 북과 종전협상과 함께 경제 문화적 교류를 진행할 의지가 있다고 말한 내용이 바로 박 교수가 말한 안보·정치·경제적으로 북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과 연결된다.
따라서 부시의 종전협상 발언이 실천에 옮겨진다면 북핵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역사적이고 사변적인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박한식 교수는 미국이 이런 행동을 취한다면 북은 반드시 핵무기를 폐기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고 한다. 핵을 폐기해도 과학자는 남기에 억제력은 계속 유지되며, 한반도 비핵화가 북에서는 어길 수 없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23일, '강석주 부상, 그저 핵포기 안 한다' 자주민보 기사 참조 )
예리한 분석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북은 미국이 안전만 담보하면 단 한개의 핵무기도 필요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런 불필요한 무기를 폐기함으로써 북은 아주 많은 것을 얻게 된다. 그러면서도 북은 핵무기를 언제든지 만들 능력이 있음은 이미 전세계에 알렸다. 현실은 이렇듯 미국이 시간끌기를 하면 할수록 북이 얻을 것이 많아지는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만약 북이 미대륙을 건너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게 되면 미국은 어쩌면 더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할 지도 모른다. 물론 북이 양보를 받고 미사일을 폐기하더라도 그 기술이 있음은 또한 전세계에 알린 것으로 될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피할 수 없는 법칙과도 같아 보인다.
이 강연에서 또 하나 흥미있는 것은 박 교수가 북의 관계자들이 미국의 바이든 상원 외교위원장 등 민주당 인사들을 만나고 싶어한다고 말한 점이다.
[강연에 이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언급,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석권한 것에 고무적이며 조지프 바이든 차기 상원 외교위원장 등 구체적인 사람 이름까지 대며 비공식 기회에 그 분들과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면서
"제 희망도 빨리 했으면 좋겠지만 한 달 반 이상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바이든 상원 외교위원장 의원은 하원 외교위원장으로 유력시되는 랜토스 의원과 함께 미국 중간선거 이후 가장 활발하게 북미직접대화를 강조하는 인물이다.
이것은 결국 북도 미국과 직접대화를 통해 북미관계를 정상화하는 일에 관심이 없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국의 권력실세들이 부시의 종전선언을 실행에 옮기기에는 딱 좋은 미국 의회구성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실천의지가 있느냐에 달려있다.
박한식 교수의 이번 강연은 북이 늘 강조해왔던 ‘대화면 대화, 전쟁이면 전쟁 다 준비되어있다.’라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