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속성들.
성경의 명료성
성경은 내용이 명료한 책이다. 성경의 명료성(明瞭性)이란, 성경이 하나님의 구원 진리를 전달함에 있어서 사람들이 이해할 만하게 명료하다는 뜻이다. 하나님의 특별계시의 목적은 죄인들에게 하나님께 대한 참지식을 줌으로써 구원을 얻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경이 하나님의 특별계시의 기록이며 구원을 위한 책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성경이 결코 어려운 책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1:7은 다음과 같이 적절히 진술한다.
성경에 있는 모든 것들이 그 자체에 있어서 똑같이 명백한 것은 아니고 또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분명한 것도 아니지만, 구원을 위해 알고 믿고 지켜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은 성경의 이곳 혹은 저곳에 분명히 제시되고 드러나 있어서, 유식한 자들뿐 아니라 무식한 자들도 일반적 수단을 적절히 사용함으로 그것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성경은 두 가지 점에서 명료하다.
첫째로, 성경은 죄인이 구원받기 위해 알아야 할 내용에 있어서 명료하다. 사도 요한은 그가 요한복음을 쓴 목적이 사람들로 하여금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라고 기록한다(요 20:31). 사도 바울도, "성경은 능히 너로 하여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지혜가 있게 하느니라"고 증거한다(딤후 3:15). 사실, 성경은 구원 진리의 기초가 되는 진리 전반에 있어서 명료하다. 시편 저자는 하나님의 감동 가운데 말하기를, '여호와의 증거는 확실하여 우둔한 자로 지혜롭게 한다'고 한다(시 19:7). 하나님께서는 하박국 선지자에게 "너는 이 묵시를 기록하여 판에 명백히 새기되 달려 가면서도 읽을 수 있게 하라"고 말씀하셨다(합 2:2). 예레미야 선지자는 장차 작은 자로부터 큰 자까지 다 하나님을 알 것이라고 예언하였다(렘 31:34).
둘째로, 성경은 구원받은 성도에게 주는 생활 교훈에 있어서 명료하다. 그러므로 시편 저자는 증거하기를,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라고 했다(시 119:105). 불분명한 교훈은 결코 빛이 될 수 없다. 또 사도 바울은 '모든 성경은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케 한다'고 말했다(딤후 3:16, 17).
성경 번역의 필요성
원어 성경은 모든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야 한다. 성경이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는 수단이며 하나님의 구원 진리를 전달하는 수단일진대, 성경은 마땅히 모든 나라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번역되어야 한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1:8은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옛 하나님의 백성의 모국어이었던 히브리어로 된 구약과, 기록 당시 여러 나라들에게 매우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었던 헬라어로 된 신약은 직접 하나님의 감동으로 되었으며 그의 독특한 배려와 섭리로 모든 시대에 순수하게 보존되었으므로 믿을 만하다. 따라서 종교상 모든 논쟁들에서 교회는 최종적으로 그 성경들에 호소한다. 그러나 그 성경들을 읽을 권리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그것들을 읽고 연구하라는 명령을 받은 모든 하나님의 백성들이 이 원어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성경들은 그것들이 들어가는 모든 나라의 통속적(通俗的, vulgar) 언어로 번역되어야 하며,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이 모든 사람 속에 풍성히 거하여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받으실 만한 방식으로 그를 예배하고 인내와 성경의 위로로 소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경 번역에는 다음과 같은 원칙들이 필요할 것이다. 첫째로, 축자(逐字, 글자) 영감의 진리에 맞게, 성경은 가능한 한 충실하게 직역(直譯, 문자적 번역)되어야 할 것이다. 의역(意譯) 혹은 '의미적 번역'은 바람직한 번역이라고 볼 수 없다. 둘째로, 신약 헬라어(ՊՏՉՍԾ 코이네)가 통속적, 대중적 언어이었듯이, 성경은 쉬운 대중적 언어로 번역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로,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를 고려하여 성경은 가능한 한 품위있는 말로 번역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로, 우리 나라에서는 신약의 전통사본(비잔틴 다수사본)의 본문을 따르고 기존의 개역성경의 본문을 가능한 한 유지하는 새 번역 성경이 필요하다.
성경 해석의 원리
성경은 바르게 해석되어야 한다. 만일 성경이 바르게 해석되지 않는다면, 성경의 목적이 무의미해지고 말 것이며 성도들은 성경책을 가지고도 하나님의 말씀의 기갈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성경 해석에는 몇 가지의 건전한 원리들이 있다.
첫째로, 성경은 문법적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문법적 해석에서 중요한 것은 단어들의 뜻과 어순과 문맥 등이다. 문법적 해석은 많은 경우 문자적 해석을 의미할 것이다. 그것은 매우 상식적인 해석이다. 성경은 일차적으로 학자들에게 주신 책이 아니고 일반 성도들에게 주신 책이다. 그러므로 성경은 대부분 단순한 문법적 해석에 의해 하나님의 뜻을 잘 드러낸다. 그러므로 비록 성경에 상징적, 시적 표현들이 있지만, 성경의 모든 부분을 영적으로 해석하려는 것은 잘못이다. 교회 역사상 초대 교회의 오리겐 이후 이런 해석 방식이 항상 있어 왔고 오늘날도 적지 않지만, 그것은 성경의 순수한 뜻을 혼란시키고 성경의 불확실하고 주관적인 해석들만을 남긴다. 우리는 이러한 영적 해석을 삼가야 한다.
둘째로, 성경은 역사적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성경의 많은 부분들, 아마 절반 이상은 역사이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특별계시들을 어떤 특정한 역사적, 문화적 상황 속에서 주셨다. 그러므로 역사 지식은 성경 해석에 많은 도움이 된다. 따라서 성경 해석자는 성경 역사와 더불어 동시대의 세속 역사에 대해서도 알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비록 이런 역사 지식이 많지 못하다 할지라도, 우리는 대체로 성경에서 하나님의 의도하시는 뜻을 파악하기에 어렵지 않다고 본다.
셋째로, 성경은 신학적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성경의 참된 저자는 하나님 자신이시므로, 성경 어느 곳의 좀 불분명한 의미는 성경 다른 곳의 보다 분명한 의미에 의해 해석될 수 있다. 성경은 성경으로 해석된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1:9은 바르게 진술하기를, "성경 해석의 정확 무오한 법칙은 성경 자체이다. 그러므로 의미가 여럿이 아니고 단 하나인 어떤 성구의 참되고 완전한 뜻에 관해 문제가 일어날 때에는 보다 더 명백하게 말하는 다른 곳들에 의해 그 뜻을 찾아 알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성경의 각 부분은 성경 전체에 비추어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구약은 신약에 비추어 해석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특별계시의 점진성과 신약 계시의 최종성을 인정하면서, 구약은 신약에 비추어 그리고 신약 계시 안에서, 신약 계시를 넘어서지 말고 해석되어야 한다. 또 신약은 구약 위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신약 계시는 구약 역사의 터 위에 주어졌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특별계시의 전체 내용은 천지 창조와 인류의 타락과 하나님의 심판 그리고 이스라엘의 선택과 거역 및 멸망과 회복이라는 성경 역사의 전체적 맥락에서 바르게 이해될 수 있다. 더욱이 구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은혜의 복음은 구약 율법을 통해 인간의 전적인 부패성과 무능력이 증거됨으로써 밝히 제시된다. 그러므로 성경 진리를 전체적으로, 체계적으로 정돈한 바른 신학에 의해 성경이 해석될 때, 성경 모든 부분의 뜻은 밝아지고 탈선된 해석은 방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