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CEO의 좋은 습관
07 “왜? 왜?? 왜???”
그때서야 본질이 보인다
CEO 에겐 무엇보다 스스로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
이럴 땐 ‘부적’ 같은 습관을 한두 개 가지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초심(初心)을 잡을 때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은 손때 묻은 수첩을 펼쳐든다.
회사의 나아갈 방향과 자신의 업무 자세를 적은 일종의 ‘이정표’다.
차 사장은 “옛 기록을 볼 때마다 새로운 초심을 충전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 학생 벤처의 원조로 불리는 비트컴퓨터의 조현정 회장. 조 회장 사무실에는 조금 색다른 소품이 있다.
커다란 스탠드형 태극기가 세워져 있는 것.
민간 기업에 태극기가 걸려 있다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조 회장은 심각한 고민에 빠질 때면 으레 이 태극기를 어루만지는 버릇이 있다.
“대학 3학년 때 서클룸에서 벤처기업을 창업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벤처기업을 시작하면서 사업으로 보국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었어요.
그런 초심을 확인하고 싶을 때 태극기를 다시 만져봅니다.”
손 병두 서강대 총장도 조금 독특한 습관이 있다.
가끔 집무실 전화기 옆에 있는 거북이 상(像)을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손 총장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 거북이 상을 매만지며 마음을 다잡는다.
거북이 상이 알라딘의 요술램프는 될 수 없겠지만 심기일전하는 데는 좋은 벗이라고.
손 총장은 40대 초반에 직장에서 명예퇴직한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동년배보다 20여 년 늦게 늦깎이 유학을 떠난 것이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다시 하는 것이 워낙 힘들다 보니 마음속으로 후회하기를 수십 차례.
그럴 때마다 그에게 용기를 준 것이 바로 대학 도서관에 있던 거북이 상이다.
손 총장은 “그 거북이 상을 매만지면서 용기를 냈다”고 회고했다.
이제는 거북이 상 모으기가 아주 특별한 취미가 됐고,
테이블에 놓인 거북이 상을 만지작거리는 것이 중요한 습관이 됐다.
김 재우 아주그룹 부회장은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통해 마음을 정돈한다.
김 부회장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왜(WHY)’를 다섯 번 하는 습관이 있다.
‘왜 유행일까’ ‘어떻게 할까’ ‘언제 시작할까’ 등을 반복해 질문하면서 본질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다섯 번 물으면 안 풀릴 것이 없다”며
“이런 질문이 없으면 수박 먹을 때 껍질만 먹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왜” 라고 묻는 습관은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빼먹을 수 없다.
이 회장은 과묵하기로 유명하다.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경청(傾聽)’이라는 휘호를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이 회장은 상대방의 얘기를 귀담아 들은 다음 “왜”라고 묻고, 그제야 ‘준비된 말’을 꺼내는 스타일이다.
대표적인 것이 ‘도미’에 얽힌 일화다.
90년대 초 당시 신라호텔 조리 책임자와의 대화다.
“도미는 어디 산이 좋죠?” “남해가 플랑크톤이 많아 최고입니다.”
“몇 kg짜리가 가장 맛있죠?” “1.5kg입니다.”
“수율은 얼마나?” “30~35% 수준입니다.”
“열량은요?” “…….” 이런 식으로 “왜” “왜” “왜”를 반복하면서 본질을 캐묻는 것이다.
이 회장은 “경영이든 일상사든 문제가 생기면 최소한 다섯 번 정도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원인을 분석한 후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삼성 경쟁력의 한 바탕에 이 회장의 ‘질문’ 습관이 있음은 물론이다.
이상재 기자 / 김성회 칼럼니스트 (sangjai@joongang.co.kr / blizzard88@naver.com)